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 고대·중세 편 - 고대·중세 철학자 18인의 삶과 철학 이야기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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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나. 처음으로 철학 서적을 읽었다. 스토아 철학에 대한 것이었는데, 연고 하나 없는 지역으로 동떨어지게 된 나에게 무척 커다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누군가를 만나 불안과 외로움을 도피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쓰러져 잠만 잤던 예전 집과는 달리 지금 집에서의 나는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외딴 섬같은 처지였다. 회피력이 만렙 수준인 나로서는 무척 난처한 일이었다. 그 당시의 내게 누군가 보가트를 데려왔더라면 굵게 꼬인 검은 실타래같은 '불안'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돈벌레로 변할 것이라 확신함) 그래서 따끈한 차를 끓이고 책을 읽었다. 일기도 썼다. 그러다 스토아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평정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언제나 평정심을 추구하며, 가까워지려 노력하며 산다고 했다.


어떤 것이 죽는다 해서 우주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우주 안에 머문다면, 그것은 그 안에서 변화하여 우주와 너에게 공통적인 원소들로 분해된다. 이 원소들도 변화하는데, 그런다고 불평하지는 않는다.

p 201

아무래도 스토아 철학이 인상깊었던 영향인지 역시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챕터가 가장 좋았다. 우울할 때마다 가장 많이 한 생각이 '왜 살까'였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보면 언제나 죽음이라는 결론으로 치닫게 됐다. 삶은 고통의 연속, 고민의 증폭이니 역시 죽음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 놓고는 어딘지 모든 것을 초월한 기분마저 느꼈는데 철학자들은 대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거나 조화를 이룬다고 말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철학은 삶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물 흐르듯 바람이 불듯 나 또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아 철학은 운명론적인 주장을 하는데, 신은 멍청할 리 없으며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을 받아들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전에는 그런 말이 끔찍하게 싫어서 자기 연민에 빠져 외면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계절 또한 추위와 더위, 선선함을 오가듯 인생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자연스레 문제가 있을 때 회피하던 못된 버릇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우울과 불안이 나를 잠식하게 되어도 그다지 두렵지 않다.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도피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나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럼에도 불안에서 오는 상상력이 내 전부라고 느껴질 때면 문득 철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우울 해소법을 찾은 셈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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