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로 인해 급히 부산을 빠져나가야 했을 때 수아는 숙소로 돌아간 해미를 찾아 떠나고 해미는 수아와 다미를 찾아 지하철역에 온다. 결국 두 사람은 엇갈리고 해미는 다미라도 살리기 위해 지하철에 탄다. 수아는 죽고, 남은 두 딸은 알아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해미는 그날부터 수아의 역할을 도맡는다. 다미는 매일같이 해미를 저주하며 또 동시에 그를 엄마처럼 의지한다. 해미는 그제야 수아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멈춰버린 수아의 시간만큼 나이를 먹게 되었을 때 그들에게 '다이브'할 기회가 주어져 상황을 바꿀 기회가 생겼다.
사무실에서 한가할 때 읽다가 책 말미에 다다를 즈음 자꾸 눈물이 고여서 머쓱했다. 특히 수아가 해미에게 쓴 편지는 코끝이 시큰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였는데 그걸 살짝 엿본 느낌이었다. 나를 유예시키는 존재를 무한히 사랑하게 되는 것. 어릴 땐 내가 속해있는 가족에게서 빠져나와 새로운 가족을 자진해서 구성하는 것을 당연히 따르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끼리 품는 사랑은 특히나 더 다양한 형태를 띠는 것 같다. 뿌리깊은 증오를 보일 수도 있고(다미), 깊은 죄책감에 자기 자신을 잃을 수도 있으며(해미) 사랑과 원망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느낄 수도 있다(수아).
오랜만에 내가 꾸리고 싶었던 가정을 생각했다. 어릴 때 막연히 꿈꾼 가족은 다정하고 듬직한 남편과 귀여운 아이들, 마당이 있는 집, 그 집 마당에서 뛰어노는 강아지. 여전히 그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혼자 꾸려나갈 미래가 더 기대되긴 한다. 주변에선 나이 먹고 외로울 거라고 하지만 그 안정감을 포기하는 대신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삶을 한없이 유예시키는' 건 과거의 나로 족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했다. 온갖 시간과 사건이 얽혀 버린 가족들이 오해를 풀고 서로에게 다가서는 걸 보며 흐뭇했다. 자꾸 마음 한 구석이 피곤해지는 요즘이라 이런 따스함이 필요했는데, 바삐 달리느라 잊고 있었던 것을 되새기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SF라니, 어딘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느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앞으론 SF장르도 조금은 좋아질 것만 같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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