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시장은 기억의 공간이다.

프롤로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었다. 나는 여행을 갈 때 꼭 그 지역의 시장을 간다. 의도하고 간 적도 있고, 우연히 흘러 들어가 좋은 추억으로 남은 적도 있다. 2년 전 제주도로 보름살기를 떠났을 때는 일부러 바다가 가까운 동네에 임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는데, 보름이나 살 만한 동네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나에게는 최적의 동네이기도 했다. 가까운 시내에 나가 놀다가 시장을 들러 저녁거리를 사오곤 했다. 동문 시장의 야시장에 파는 멘보샤가 아주 맛있었고, 늦은 시간이 되면 할인되는 회도 아주 그만이었으며, 몇 천 원에 봉투가 터져라 담아주는 귤도 보름 내내 두고 먹었다.

원주로 영화제를 보러 여행을 갔을 땐 행사 자체가 시장 옥상에서 하는거라 청년몰을 구경했다. 어릴 때 문방구에서 용돈 아껴 구매하던 장난감들을 파는 가게도 있었고, 영화를 한 편 보고 너무 추워서 도망치듯 들어선 술집은 만두와 맥주가 맛있었다. 우리는 방금 본 영화에 대해, 그때 하던 고민에 대해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었다.



시장이 좋은 이유는 일단 시각적인 자극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색색깔의 제철 재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왠지 제철 재료라 함은 다들 푸릇한 색감을 자랑하기 때문에 왠지 눈에도 좋은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이 책에서 묘사하듯 이방인처럼 느껴지던 내가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어딘지 친근해지는 기분이 든다. 가장 쉽게 그 지역에 녹아드는 방법이랄까.





여행을 떠나 현지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보면

때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도 눈부시게 다가온다.

여행은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준다.

이 책을 읽으며 간절히 과거가 그리워졌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던 시절.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떠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위안이 되던 때. 여행을 갈 수 있게 된다면 어디로 떠날지 정해놓은 곳은 많은데 막막하기만 하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볼 생각인데 친구가 대만 여행을 다녀온 경력이 있어(?) 그의 안내를 받아 떠나기로 했다. 꼭 여행 코스에 시장을 넣어달라고도 할 생각. 내게 시장에 가는 행위는 여행을 떠나는 것과 동류의 빛을 띤다. 왠지 더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고, 가끔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아직 채 적응이 되지 않은 타지 생활을 하며 높이 세워둔 벽이 가끔은 따뜻한 한 두 마디로 허물어지기도 한다.

세상의 시장들을 찍은 형형색색의 사진을 보며, 잠시나마 대리 만족을 했다.

조만간 이 사진 속의 공간들을 직접 발로 뛰어 방문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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