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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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머리맡에서 가만가만 쏟아지는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좋아했다. 마법처럼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 앉는 주문과도 같았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의 귀가가 늦어질때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겠노라 농성을 피웠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께서는 나와 동생을 억지로 잠자리에 들게 한 뒤 둘의 머리를 양손으로 쓰다듬어 주시며 옛날 이야기를 해주셨다. 찧고 까불며 뛰어다니던 동생도, 잡생각이 많아 잠자리에서조차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도 그 때만은 얌전한 양이 되어 순순히 꿈나라로 떠났다.

가끔은 우아한 목소리의 김미숙 배우님 목소리로 녹음된 동화 테이프를 들으며 잠을 청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OST를 모은 CD를 틀어놓고 잘 때도 많았다. 이를테면 동화는 어릴 적 내 자장가이자 꿈나라로 인도하는 안내자였던 셈이다.




그래서, 우연히 이솝 우화 전집을 다시 읽게 되니 기분이 새로웠다. 왠지 덜 자란 내가 더 덜 자랐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도 들었고 어렴풋하게만 기억에 남은 이야기들이 어떤 맨얼굴을 가졌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실망할까? 더 좋을까? 기대도 됐다. 대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고, 또 어떤 건 교훈에 공감이 되지 않았고, 어떤 건 시대 착오적이었다. 그러나 무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나오는 고전치고는 좋은 이야기도 많았다.

이를테면 첫장에서 만난 '좋은 것들과 나쁜것들'. 나쁜 것들은 사람들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신속하게 몰려오지만, 좋은 것들은 하늘로부터 하나씩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드문드문 더디게 온다, 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왠지 마음 속에 막혔던 물길 하나가 뚫리는 기분이었다. 최근 안 좋은 일들이 생겨서 힘들어하던 동생에게도 찍어서 보내주었다. 예상대로 동생도 좋아하면서 위로가 된다고 말해주었다. 일도 바쁘고 운동도 틈틈이 하고 또 다른 일도 해서 피곤했지만 밤에 잠은 잘 오지 않던 요즘, 침대에 기대 누워서 이 책을 읽었다. 신기하게 두세 꼭지를 읽고 나면 잠이 쏟아졌다. 어린 시절 점점 아득해지던 할머니의 목소리도 덩달아 기억이 났다. 덕분에 요즘은 잠을 잘 잤다. 마치 유년 시절을 다시 되찾아, 아이가 된 것도 같았다. 앞으로만 달려 가다 균형을 잃을 때 우리는 가끔 다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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