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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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죽음에 관해 생각했다.

일찍부터 책을 좋아해서 그랬나? 어느 날 문득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에 서글펐다. 아마도 13살쯤? 함께 있던 친구에게 죽음이 제일 슬픈 것 같아, 다시는 볼 수 없잖아, 라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난다. 그 친구가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려 15년 전) 아마 꽤나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추리소설도 좋아했다. 탐정이 죽음에 얽힌 진실을 풀어나갈 때가 무척 흥미로웠다. 한편으로는 정말 이렇게 나쁜 마음으로 타인을 이승에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 있나,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감당하기 힘든 감정들을 마주하게 될 때에 나는 다시 죽음을 생각했다. 모든 것이 해결되고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마법의 상태인 것 같기도 했다. 미적거리는 성품 탓에 또 느릿느릿 시간이 갔다. 3년 전, 돌연 삼촌이 돌아가신 다음 나는 죽음이 남기고 가는 그림자를 마주했다. 그때부터는 함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애초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도, 버티다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번뜩이며 찾아올 때가 반드시 있다. 끝까지 버텨야 그런 날이 온다.

p 80

이 책은 절친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장례지도사가 되었던 사람이 유품을 정리하는 업체를 경영하며 겪은 일과 그때 든 생각들을 정리했다. 개정판이라고 하니 퍽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나도 읽으면서 마음이 시려서 코끝이 시큰해지곤 했다. 작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내 또래나 될 정도로 젊었지만 왠지 모든 것에 초연했다. 적당히 예의바른 태도로 적당히 엄숙하게 염을 하고 적당히 경건했다. 나는 그의 그 적당함이 무척 신기했다. 고인을 보내드리는 의식을 치르는 사람의 태도란 저런 것이구나, 약간의 감탄과 함께 위로가 됐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죽음을 다루지만 역설적으로 삶을 강조한다. 이들이 유품만을 정리하는 건 아니다. 가끔 특수 청소도 겸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집은 쓰레기가 많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마치 내 예전 자취방 얘긴 것 같기도 했다. 나도 집을 둘러보며 업체를 불러 한 번 치울까, 했으니까. 그리고 그때 내 마음은 이제 좀 살아봐야겠다, 라는 막연한 다짐을 품고 있었다. 집에 쓰레기가 쌓이고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욱여 누워 잠을 청하는 내 모습이 아무렇지 않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를 잘 먹이고 운동도 시키고 포근한 곳에서 재운다.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터득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나는 그 집의 주인이 죽지 않았다고 해서 무척 기뻤다. 얼굴도 모르고 평생 한 번 스칠지 말지도 모르는 인연이지만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게 된 책인데 덮고 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욱씬거렸다. 사회의 시선 때문에 눈치볼 일이 많다는 말에도 신경이 쓰였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린다. 죽음이 물러간 뒤 드리우는 그림자는 공평히, 모두에게 찾아든다. 이들은 그 그림자를 조금 옅게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일 뿐이다.

밑줄친 문장들

마음에 따뜻한 물결이 일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오늘을 열심히 사는 사람을 만났을 때 받게 되는 감동 같은 거였다. p 96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도록 주거 공간을 방치했다는 것은 삶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쓰레기가 생기면 내다 버리고,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먼지 앉은 가구를 닦고, 바닥을 걸레질하는 것은 하찮은 일이다. 그러나 이 하찮은 일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준다. 삶의 의지가 사라졌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이런 일들이다. p 114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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