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포 매거진 POPOPO Magazine Issue No.03
포포포 편집부 지음 / 포포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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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잡지를 읽었다.

잡지라 함은 저마다 소소하게 가진 이야기들을 모아 발행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는 <와와109>같은 잡지를 읽으면서 (사실 부록에 더 열광했지만) 잡다한 지식과 어설프게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웠다. 학생 때는 학교 교지편집부가 발행하는 교지를. 백일장에 참여해 상을 받게 되면 꼭 그 교지에 실렸기 때문에 늘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보는 책이기도 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가끔 심심하면 본부나 정문에 비치된 <대학내일>을 가져다 표지 모델이 예쁘다, 감탄하며 화보집을 보는 기분으로 들춰보기도 했다. 친구 J와 친해지고 나선 그가 좋아하는 <어라운드>를 빌려 읽은 적이 있었는데, 웬만한 단행본 두께라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또 <대학내일>과는 달리 광고가 적고 정해진 주제에 충실한, 에디터들의 수려한 문체에도 매혹됐었다. 그 친구는 직접 독립 잡지를 발행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고맙게도 게스트 에디터로 참여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어느샌가 머릿속이 복잡해 책을 열정적으로 빠져 읽지 않다보니 소설보다 잠들기 전 침대맡에서 들춰보기 용이한 에세이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잡지 또한 어떤 면에서는 에세이를 싣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포포포 매거진>이 엄마들을 위한 책이라는 설명을 듣자 흥미가 생겼다. 처음 받아든 느낌은 일단 디자인이 무척 예쁘다는 것? '힙'했다. 내용이 궁금해서 펼쳐봤는데 단순히 기혼 여성들의 이야기만을 다룬 것은 아니고 코로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다루고 있어 최근 내가 관심을 가진 영역 모두가 포함된 책이었다.




만약 얼굴을 그리다 뭔가를 망쳤다면, 안경을 그려 넣고, 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장갑을 덧그릴지도 모르죠. 그 과정을 통해 발생한 각각의 실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이끌었어요.

p 18 정유미, 'New start from mistakes'

위 그림을 그린 코리나 루켄이 한 말이다. 그는 한국어로는 <아름다운 실수>라고 번역된 책을 출간했다. 책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라고 한다. 위 그림 또한 그 책의 삽화 중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다.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바엔 시도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내 성격에 꼭 필요한 말이다. 실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이끈다는 말. 또한 취업 혹은 등단 준비가 길어지면서 갖은 실패에 주눅든 것 같은 내 상황에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내가 실패한 게 아니라 나를 알아보지 못한 그들이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뻔뻔하지만 마음만은 편해진다.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나의 엄마를 떠올리기도 했고 엄마가 될지도 모르는 친구들과 미래의 나를 떠올렸다. 확실한 건 그 누구보다도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웬만한 엄마들에게는 훌륭하다는 수식어를 붙여주지 않는다. 그 '웬만한' 엄마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식구들의 아침밥을 차리고 외출해야 할 식구들을 배웅하고 어린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돌보며 하루 종일 집을 쓸고 닦고 빨래도 하고 점심 저녁도 챙겨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 주부가 아니고 맞벌이 부부일 경우에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여성이 가사를 도맡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남성이 가사에 참여하는 행위는 '도운다'는 말로 격상되기 일쑤다. 그러니 '엄마'의 역할이란 무척 고난이도의 퀘스트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Climate crisis and consciousness'라는 글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는데,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했다. 신문을 구독하려다 실패해서 정보성 글을 읽으니 무척 반가웠다. 글의 요지는, 산업 혁명으로 인해 환경 오염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는데 코로나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환경 오염 속도가 낮아졌으며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닥치기 전에 우리가 조금씩이라도 실천하여 환경 오염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로웨이스트 클럽'이라는 글은 일전에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적어놓은 듯한 글이었다. 우리가 당장 실천하기 힘든 제안 대신 한결 가깝게 여겨지는 방법들이 적혀 있어 도움이 됐다.

사실 어느 하나 언급할 수 없게 모든 글이 좋았고 저마다의 관점들에 공감이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 직접 요리해 먹고 검소하게 사는 법을 익혀 혼자 살아갈 숱한 날들에 대비하기로 마음먹은 후로, 오히려 제로 웨이스트적인 삶이 잘 맞으리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나 또한 타인들에게 행동을 전파하기 위해 글을 기고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다음 호의 주제는 무엇일지 기대가 된다. 이제 3호 나왔다고 하니 나올 때마다 사서 모아볼까, 싶다.

해당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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