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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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여행 욕구(?)에 시달리고 있다. 잠깐 장을 보러 나가거나 볼 일이 있어 나갈 때면 지금 타고 있는 버스를 타고 최대한 멀리 떠나는 상상을 한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고 햇빛은 많이 누그러져서 가냘파진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기에 좋은 계절이 되었다. 지금 이 계절에 갈 곳이라면 경주나 강릉. 조금 더 쌀쌀해지면 대천이나 통영에 가고 싶다. 원래는 귀차니즘이 심해서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 내게 중요한 힐링 수단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우리가 아무래도 당분간 여행을 못 갈 것 같으니 (기약도 없으니) 그동안은 한 번도 제대로 눈길을 준 적이 없는 집으로 떠나보자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론대로라면 내 집을 보살피며 살펴보는 것도 일종의 여행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음식을 먹는 이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그 번거로운 일을 한다.

p 116



이 책은 현관, 거실, 의자, 침대(침실), 전등, 화장실, 주방, 창고, 서재, 거울, 냉장고, 발코니 순으로 집을 '일주'한다. 일반적으로 '집' 했을 때 떠올리는 사물과 공간을 모두 경유한 셈이다. 나는 침대에 편안히 늘어진 채 작가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비록 내 집은 고작 8평의 침실 겸 거실 겸 주방 겸 창고와 화장실, 베란다가 딸린 원룸이지만 나중에 살게 될 집이 기대가 됐다. 언젠가 정말 '내 집'이 될 집. 내 손으로 속속들이 꾸미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들이고, 내키지 않는 건 가차없이 발도 못 붙일 유일한 공간. 그리고 이 책 덕분에 나는 그 집을 일찍부터 구상할테고 현실이 되었을 때 그 안에서 많은 사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방 파트에서 요리하는 것에 대한 문장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요즘, 아니 이 집에 오면서부터 무엇이든 직접 해먹어보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중인데 특히 요즘 대자연의 섭리와 함께 아주, 아주, 잘 챙겨 먹는 와중에 되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전에 혼자 살 때는 주방이 너무 협소한 것도 있었지만 마음도 스스로를 돌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먹는 것을 무척 소홀히 했었다. 하루에 한 끼 정도 배달시켜 먹거나 나가서 사 먹거나. 한 끼만 먹는대도 오히려 돈은 더 썼다. 3-4년 정도를 혼자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기간은 나 스스로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살았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무기력증은 나날이 심해졌고 잠깐 집 앞에 나갔다 오는 것도 힘들었다. 뭔가 해야지, 열정이 타올라도 금세 꺼지기 일쑤였다. 지금도 그리 열정적인 건 아니지만 그땐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게을렀으니까.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먹이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 기어이 완성한 결과물을 입에 넣으면, 특히 그 결과물이 갈수록 더 발전한다면,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고 왠지 내가 한 뼘은 더 성장한 기분이 든다. 그래선지 요즘은 정신 상태가 무척 건강해졌음을 느낀다. 내가 나를 잘 챙기고 있으니 외부에서 충격이 와도 대수롭지 않게 튕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달까.

처음으로 혼자 떠났다가 돌아온 여행에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여행 덕에 그럴 힘을 겨우 얻어서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새로운 집에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은 적어도 전처럼은 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공간은 내가 어떤 역할이든 수행할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곳이다.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다면 뭐든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공간. 요즘 청소가 밀렸다. 작가처럼 나는 내 집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여행하면서 하나 하나 닦고 빛을 내 보아야겠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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