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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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추리 장르를 좋아했다. 동네 도서관에 가서 어린이 대상으로 나온 셜록 홈즈 시리즈에 코를 박고 읽었고,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은 다음엔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아르큘 포아로 등등 숱한 작품들을 읽었다. 대부분 추리 장르를 감상할 때 범인이나 범죄 행위를 유추하며 읽지만 나는 사실 그걸 잘 못한다. 늘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어느 순간 밝혀지는 전말을 보고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놀라는 편... 참고로 추리 예능도 좋아해서 <크라임 씬> 전 시즌을 다 봤는데 (혼자 그냥 다음 시즌 존버 중입니다..) 제대로 범인 맞힌 적 없음. 추리를.. 그냥.. 좋아만.. 하는 듯

언젠가는 멋드러진 추리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성덕이 되고파 하는 마음이 있기에 범죄 심리학에도 당연히 관심이 있었다. 셜록 홈즈의 추리는 대개 프로파일링에서 기초하는 방식이므로 연쇄 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한 프로파일러가 쓴 책이라고 해서 더 눈길이 갔다. 셜록 홈즈처럼 저 사람의 신발에 묻은 흙은 어느 지역에만 있어, 그러니까 저 사람의 말은 틀렸어 라는 둥의 프로파일링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을 줄 알고 살짝 기대했었던 내 마음이..





양팔에 저울과 칼을 든 정의의 여신은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공정을 기하겠다는 의미로 두 눈을 가리고 있다. 이 정의의 여신은 응보적 정의를 지향한다. 응보적 정의에 따르면 피해자의 피해만큼 가해자에게 고통을 부여한다.

p 206


내가 졸업한 대학교에도 법학전문대학원이 있는데, 인문대와 가까운 건물이었으므로 그 앞을 숱하게 지나다녔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어느 날 문득 로스쿨 건물 앞에 덩그러니 서 있는 여성에게 눈길이 갔다. 손에 저울을 든 차가운 여인, 정의의 여신이었다. 그 때는 그냥 저울을 들었구나 하고 말았는데 또 그 다음에 우연히 봤을 땐 눈이 가려져 있어 의아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됐다. (머쓱) 왜 정의의 여신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나에게도 범죄 심리학을 공부해볼 적성이 있는가를 자문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기까지 고민해본 결과, 내 눈에는 안대를 씌울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는 결론을 내렸다. 평소 추리 드라마를 볼 때면 피해자 입장에서 오열마저 하고마는 내 감정적인 상태를 보았을 때,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공정함은 죽을 때까지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최근에는 응보적 정의를 보완해 '회복적 정의'가 등장했다고 한다. 여기서, 회복적 정의란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갈등, 분쟁 해결 과정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피해자 또는 지역사회의 피해를 회복하고, 당사자의 관계 회복 및 지역사회의 평온을 추구하는 이념 혹은 실천방식'이라고 한다. 이 정의를 읽어만 봐도 느낌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실천 방식이라는 느낌...ㅎ 응보적 정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만 집중하다보니 피해자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을 때는 그렇구나 했는데 그 보완법이라는 회복적 정의의 뜻을 알고 나니 나는 더욱 더 정의의 여신에게 경애심이 생겼다. 회복적 정의가 가능할 만한 건 (내 생각에) 정당 방위일 경우? 혹은 오랜 시간 학대받아온 피해자의 복수일 경우? 관계 회복까지 갈 필요도 없이 약간의 선처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가해자의 회복까지 염려해줘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이 책은 비교적 최근에 출판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조두순이 곧 출소한다는 언급과 (도합 세 번 정도 언급됨 - 동시에 이제 더 이상 사건 이름이 피해자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N번방, 손정우에 대한 언급도 있다. 가끔 인터넷에서 보고 열받았던 조두순의 출소는 12월. N번방의 가해자들은 (참여한 사람들도 SNS의 특성상 모두, 전부, 가해자) 지지부진하게 잡히고 잡힌 사람들은 반성문을 열심히 휘갈기고 그나마도 적은 형량을 받으며 억울해하고 있으며 손정우는 미국으로 보내지 않았다. 손정우가 미국으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1인으로서, 다 잡은 범죄자를 방생해버린 모습을 보며 법이 대체 어떤 구조길래 이런 상황이 가능할까 궁금했었다. 물론 이 책에는 그렇게 감정적인 이야기는 없다. 범죄 심리에 대한 여러 이론과 프로파일링으로 수사하는 과정과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거듭 생각한다. 형사나 탐정이나(이제 우리나라도 합법화가 되었으니까) 프로파일러가 내 천직이라고 욕심부리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대신 나는 정의의 여신의 응보적 정의를 받들어 가상의 범죄자를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의 혹독한 법으로 처단할 수 있는 펜자루를 쥐도록 하겠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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