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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양의 마음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0년 9월
평점 :

왜 어른들은 아이의 상처를 오해나 거짓말이라고만 생각할까? 그런 어른에게 하루하루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이의 삶은 얼마나 비참하고 절망적인가? 자기 생의 첫 어른이자 가장 큰 어른에게 상처받은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서 치료받아야 하나?
처음에는 쉬이 눈이 가는 책이 아니었다. 그러다 작가 이름이 어딘가 익숙해서 보니 전에 블로그&인스타 친구이자 리딩 나잇 멤버인 숑님이 언급한 바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호기심이 이끌어 읽게 된 책.
문체도 좋았고, 재미도 있어서 며칠 밤을 쪼개 자기 전 시간에 술술 읽었지만 읽고 난 후 입 안이 약간 씁쓸해지는 책이었다. 상미와 유주, 진영의 삶이 어그러지다 물 흐르듯 엮이는 일련의 과정들이 정서적 피로감을 부르기도 했다. 어쨌든 외면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읽는 기분. 언제나처럼 힘이 없는 어른이라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기분. 그래도 작가님이 또 책을 내신다면 읽을 것 같다. 그만큼 흡인력도 좋고 캐릭터에 대한 따스한 시선도 좋고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도 마음에 쏙 들었다.

연필로 누운 채 밑줄을 긋느라 한껏 삐뚤빼뚤해졌지만 저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내가 사과를 남발하지 않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할 땐 제외..) 워낙 말을 하는 걸 좋아해서 (심지어 혼잣말도 많이 하는 편) 말실수가 잦은 편인데, 그 때마다 집에 가는 길에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해 사과를 할 때가 있었다. 상대는 잊고 있었거나 떨떠름해 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결국 나는 내 마음이 편하자고 사과를 남발했던 셈이었다.
상미와 유주, 진영은 가깝고도 먼 가족에게 상처를 받았다. 가족들은 사과하려 하지 않는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관계라는 안일함에서 나오는 무신경함, 그 안에서 어린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흐른 시간 때문에 먼저 어른이 되어버린 진영도 예외는 아니다. 진영은 자신이 어른이 맞는가, 괜히 아이들에게 다가간 건 아닌가, 고민하는 '어른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나는 되려 그야말로 어른이 아닌가 생각했다. 서투르고 어설프더라도 사랑을 줄 줄 아는 어른. 적어도 비겁한 사과는 하지 않는 어른. 문제가 생겼을 때 무작정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진영의 태도가 무척 인상 깊이 남았다.
가끔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진득하게 남을 때가 있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랬고, <종의 기원>이 그랬다. 공통점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무척 세심하다는 것이었다. 주인공들의 생각에 빠져들어 그들처럼 생각하며 이야기를 쫓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고 그로 인해 묘한 아쉬움과 안도감으로 몇 시간을 취해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이 그랬다. 상미와 유주와 진영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고, 동시에 그들에게 있었던 문제들을 더이상 간접적으로 접하지 않아도 돼서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도 괜히 한 번씩 안부를 묻고 싶은 친구들처럼, 그 세 명의 아른한 얼굴이 허공을 떠돌았다. 나는 그들이 잘 지내길 바란다.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를 잘 다독이면서 진짜 사랑을 나누면서 어느 날 문득 평온한 어른이 되어 있기를.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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