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숨고 싶을 때, 강릉
박시연 지음 / 난설헌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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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에(?)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 게 벌써 반 년이 넘었다. 그 동안 친구들과 했던 여름 휴가도 취소하고, 혼자 훌쩍 떠나려던 보름 살기도 취소했다. 사주에 물이 별로 없어서인지 물이 있는 풍경을 무척 좋아하는데, 특히 가만히 앉아 호수의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본다던지 바닷가에 앉아 하염없이 밀려들어오는 파도를 보며 문득 떠오르는 음악을 듣는 행위를 좋아한다. 그래서 올해가 시작될 때 세운 계획 중 하나가 9월쯤 바다가 보이는 곳(제주나 강릉)으로 떠나 보름간 지내다 생일을 혼자 조용히 보낸 다음 유유히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보시다시피 안 됐다. 그래서 요즘 계속 유튜브로 누군가의 예전 여행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 하지만 좁은 방 한 칸에 갇혀 있다보니 만족은 안 되고 질투만 난다. 하물며 예전의 나한테까지 질투가 날 지경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친한 친구 J와 벌써 두 차례나 간 전적이 있는 도시. 갈 때마다 감자려인숙이라는 지금은 없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러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도 한 잔 기울이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 앉아 저녁에 있을 영화제를 기다리며 수다도 떨었다. 태어나 처음 가 본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 내게 있어 강릉은 그런 곳이었다. 소담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스크린이 걸리고, 스크린 뒤편으로 기차가 지나가며 쏟아질 듯 밤하늘을 잔뜩 수놓은 별이 보였다. 사람들은 빈 의자를 용케 찾아 앉거나 은박지 소재의 돗자리에 앉는다. 가장자리에선 자원봉사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모기를 쫓는 풀을 태우고, 어떠한 기준으로 (아마도 텀블벅 펀딩인 듯 함) 선정되는 VIP석의 사람들은 모기장 아래서 유유자적하다. 2년 전 다시 가 본 영화제는 이제 더 이상 소담한 규모가 아니라 다시 가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곱고 두려운 동해 바다를 보려면 강릉만큼 좋은 도시가 있을까 싶다.

작가는 강릉을 고향으로 두었으나 세계 곳곳을 돌며 생활하다 30대가 되어 강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곤 자신의 고향을 찍고, 상냥한 지도 같은 안내서를 혹은 한 편의 일기를 출간했다. 전에 바닷마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를 모교 신문에 연재하면서 바닷가에서 자란다는 건 어떤 걸까, 어렴풋이 상상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살짝 엿본 기분이 들기도 했다. 코로나만 마무리되면 보자, 굳센 마음으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여행의 기회를 이 책을 참고해서 알차게 다녀올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기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게 여유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한달살이를 떠나고 싶은 도시는 강릉이 되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을 고향으로 삼기로 했으니, 나도 언젠가는 이런 책을 쓸 수 있기를 덧붙여 바라 본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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