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공감한 대목이다.
처음 자취방을 정할 때에는 집 자체에 큰 감흥도 없고 애정도 없어서
학교 근처의, 가격이 싼 집을 최우선으로 골랐다.
그 때는 무엇보다도 유흥에 갓 눈을 떴던 때이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술집 겸 밥집이 근처라 접근성이 좋았다.
대학가 근처다보니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부르면 바로 나가 술을 먹기도 좋았고.
반면 지금의 경우, 제주도 보름살기를 하고 온 이후에 스스로를 돌보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어서
유흥과는 담을 쌓고 혼자서 생각하고 잘 먹이면서 보살필 공간이 필요했다.
제주에 다녀온 이후부터 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무척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그 집이 내 필요와 용도에 맞지 않으며, 내가 그 집을 방치한지 오래 되어서 보살피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만큼 내가 나 자신을 학대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집은 교통이 무척 불편하다.
장을 보려면 배차기간이 무척 긴 버스를 시간 맞춰 타고 읍내에 나가야 한다.
아직 주변에 제대로 지어진 것이 없어 생활하기도 불편하긴 하지만 뭐, 편의점이라도 생기겠지 싶다.
가장 원했던 살림을 할 수 있는 주방, 개인 세탁기, 작업 공간 이 세가지가 충족되어 이번 집은 무척 만족스럽다.
왜 사람들이 집을 꾸미고 집에 있으면 바쁘다는 건지 그 말을 부쩍 이해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집은 단순히 공간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내가 나를 보살필 수 있는 곳, 내가 나인 상태로 오롯이 머무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이다.
저자는 주로 집의 구조나 새로운 생활 양식을 설명하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이 책을 덮고 나니 몹시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를 보살피고,
우리가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집 또한 보살펴야 한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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