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거실에 둘게요 - 1.5인가구의 모던시크 주거라이프 edit(에디트)
서윤영 지음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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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사를 했다.

이 책은 집에 대한, 집의 쓸모와 구조에 대한 이야기였으므로 나에게는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하물며 에디트라는 출판사의 첫 번째 책이라고 했다.

손편지는 아니었지만 책갈피 소재의 쪽지가 너무나 귀여워 함께 찍어 보았다.

저자 또한 마무리짓는 글에서 '집을 또 한 채 지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집을 한 채 지은 셈이려나?

거기다 첫 번째로 지은 집이니까 애정이 더 각별할 것 같다.


아마도 나 또한 '분산가족'에 속하지 싶다.

원래는 대가족 체제 하에서 살다가 (나는 되려 핵가족 체제의 친구들이 더 신기했음)

스물 넷 무렵부터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 때는 첫 독립이라고 마냥 신났던 기억이 나는데, 이유야 어쨌든 처음으로 분산가족 형태의 가정을

스스로 이루었다고 볼 수 있겠다.

벌써 분산가족 4년 차,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은 나는 처음으로 집에 애정이 생겼다.

그래서 이렇게 집에 관련된 책도 찾아 읽어보고 ㅋㅋㅋ

나름대로 프리랜서 생활을 효율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집에 기본으로 딸린 책상에

편안한 의자를 가져다 두었다.

가장 이 집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매트리스랑 책상 의자, 책장이었는데

책장은 어머니께서 직접 색칠해주신 원목 책장을 가장 넓은 벽에 세워 두었고

책상 의자는 가구점에 가서 직접 앉아보고 너무 흐물흐물하지 않아 허리와 목을 잘 받쳐 주는 것으로 골랐다.

매트리스의 경우, 오늘의 집 기획전에 적힌 글을 보고 체형에 맞게 스프링이 들어가 단단한 느낌이 있는 것으로.

덕분에 의자가 편해 책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뭘 생산해 내는지는 둘째 문제고.. 일단 침대 생활을 탈피한 것에 의의를 두자)

잘 시간이 되어 기어 들어가는 침대는 탄탄하면서도 편안하다.

이 책의 저자 또한 프리랜서로서 '집업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일하는 공간과 생활하는 공간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공감해 집 구조를 바꾸어 볼까 했지만 침대는 벽에 붙어 있는데다

방이 좁아 가구를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지금으로 만족해야 하겠구나 싶다.

방을 얻는 일은 신중하게 사람을 만나 사귀는 일과 비슷하다.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었을 때는 사진보다는 조금 못하다는 인상을 받으면서, 그래도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한번 보고 돌아온 방을 두고 며칠 동안 이리저리 생각을 한다.

이런 점은 좋지만 이런 점은 아쉽다는.

그러다 마침내 계약.

그렇게 구한 방에 들어온 뒤에는 이 공간과 어떻게 친해질까 참 열심히 궁리한다.

p 83

엄청 공감한 대목이다.

처음 자취방을 정할 때에는 집 자체에 큰 감흥도 없고 애정도 없어서

학교 근처의, 가격이 싼 집을 최우선으로 골랐다.

그 때는 무엇보다도 유흥에 갓 눈을 떴던 때이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술집 겸 밥집이 근처라 접근성이 좋았다.

대학가 근처다보니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부르면 바로 나가 술을 먹기도 좋았고.

반면 지금의 경우, 제주도 보름살기를 하고 온 이후에 스스로를 돌보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어서

유흥과는 담을 쌓고 혼자서 생각하고 잘 먹이면서 보살필 공간이 필요했다.

제주에 다녀온 이후부터 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무척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그 집이 내 필요와 용도에 맞지 않으며, 내가 그 집을 방치한지 오래 되어서 보살피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만큼 내가 나 자신을 학대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집은 교통이 무척 불편하다.

장을 보려면 배차기간이 무척 긴 버스를 시간 맞춰 타고 읍내에 나가야 한다.

아직 주변에 제대로 지어진 것이 없어 생활하기도 불편하긴 하지만 뭐, 편의점이라도 생기겠지 싶다.

가장 원했던 살림을 할 수 있는 주방, 개인 세탁기, 작업 공간 이 세가지가 충족되어 이번 집은 무척 만족스럽다.

왜 사람들이 집을 꾸미고 집에 있으면 바쁘다는 건지 그 말을 부쩍 이해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집은 단순히 공간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내가 나를 보살필 수 있는 곳, 내가 나인 상태로 오롯이 머무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이다.

저자는 주로 집의 구조나 새로운 생활 양식을 설명하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이 책을 덮고 나니 몹시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를 보살피고,

우리가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집 또한 보살펴야 한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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