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 -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민해나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중요한 건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잘' 변하는 것일 거예요.
p 53



몽글몽글한 일러스트와 감성적인 글귀 덕에 어릴 적 시리즈를 꼬박꼬박 찾아 읽던 <그남자 그여자>가 생각났다. 그 때는 사랑이고 뭐고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냥 왠지 '있어 보여서'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잘 모르지만 이따금 공감이 간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아하니,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이
참 빈약하다고 느껴질 때
도대체 어떤 말로 표현해야 좋을지를 알 수 없을 때
p 62



시를 좋아하게 된 후로 사랑에 관해 쓰는 일이 잦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넘었다. 사랑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거나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등 상투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더 어렵다. 내게 사랑은 오감인데, 그것을 말로 풀어 설명하려니 쉽지가 않은 거다. 한글은 말로 표현하는 모든 소리를 다 묘사할 수 있는 언어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라는 것이 참 빈약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최근 '셰이프 오브 워터'라는 책을 아직 읽는 중인데,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매개체가 단순한 언어 그 이상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제목 그대로 그들은 물을 통해, 물 안에서 감정을 나눈다. 유일한 공통점이다. 물을 좋아하거나 물이 없이는 살 수 없거나. 남 주인공(?)은 빛으로, 여 주인공은 몸짓으로 사랑을 말한다. 사랑은 굳이 '말'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실 뭐 주변을 봐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빛에서 사소한 행동에서 더 사랑받음을 느낀다는 것을 안다.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게 더 나았을까?"
"천만에."
p 71



이름을 따라가는 것인지 나는 정이 많다. 어릴 때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다. 사람을 싫어하는 일이 엄청난 잘못으로 느껴지고,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스스로를 곱절로 미워했다. 그래서 동물을 좋아하지만 감히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밖에서 잠깐씩 만나는 타인과, 매일같이 체온을 나누는 반려동물은 천지차이가 아닐까 싶어서. 본가에서 살 때 매일 밥을 먹으러 오는 길냥이가 있었는데 '쿠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매번 사료를 사 챙겨주곤 했다. 전주에 나와 살게 되니까 그 녀석의 울음소리와 보들한 털의 촉감이 그리웠다. 옆에 두고 잔 적도 없고, 어쩌다 한 번 허락해 줄 때 등을 조금 긁어주었을 뿐인데.

반려동물과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나에게 1년이 반려동물에겐 10년이라고 했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과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나에게는 같은 의미다. 유한한 것에 무한한 마음을 줄까봐, 미리부터 겁을 먹는 것이다.

저자처럼, '천만에'라는 글귀를 보는데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 솟았다. 저자의 옛 연인이었다는 그 사람은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헤어지는 연인에게 그래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저자의 눈물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너와 사랑에 빠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길 잘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사랑이라는 것이, 사랑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의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성이 알아도 감성 때문에 저지할 수 없는 것이라서.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