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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덕질이라니 - 본격 늦바람 아이돌 입덕기
원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나는 사랑받고 싶다. 그런 욕구가 오히려 더 무조건적인 관심을 줄 대상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p 75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문득 덕질을 하고 싶다,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워킹맘, 아이 둘을 키우는 기자이다. 그녀는 우연히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나오는 강다니엘에게 '덕통사고'를 당해 그에게 '입덕'하게 된다. 저자가 강다니엘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을 보면 한창 <이불밖은 위험해>를 보던 내 모습 같다. 나도 그때 강다니엘을 어엄청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다지 깊게, 오래 좋아하진 않았지만 잠깐이나마 비타민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꼭, 식은 아메리카노 같다. 한창 땐 내 속에도 단단한 원두 같은, 향 짙은 열정이 가득했었다. 지금은 마치 커피 잔 밑바닥에 녹다 만 새까만 알갱이처럼 바스러져 있다. 다시금 뜨거워질 수 있을까.
p 120
다시 일을 시작했더니 이런 기분이 많이 든다. 전에는 나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편안하지 뭐, 이런 생각도 한다. 아직 이십대인데도 '열정'이라는 말이 태양계 너머에 있는 듯이 느껴진다. 원래도 순응하는 성격이긴 했지만 놀랍도록 빠르게, 뜨거운 무언가가 팍 식어버린 느낌이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괴롭히는 고민 중 하나였다. 편안하다는 이유로 현재에 머물러 있는 나 자신이. 다시 열정이라는 것에 불을 당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유행어는 닳고 닳아 지겨워져도 사람은, 사람에 대한 애정은 닳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닳고 닳지 않았으면 좋겠다.
p 149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앞서 나열한 모든 부정적인 것을 상쇄하는 두 단어의 조합.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드는 생각이다. 나의 인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웠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넘쳤으면 하는. 40대에 접어들어 덕질을 시작했다고 쑥스러워하는 저자를 보니 왠지 부럽기도 했다. 강다니엘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의 시각은 어떨지 궁금해서 펼쳐들었다가, 예상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좋았다.
'입덕부정기'가 어어엄청 심한 나에게도 '덕통사고'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