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토루 씨가 안 오면 상황의 여의치 않다고 생각할 거고, 두세 번 연이어 안 오면, 다른 데로 이사 갔다고 생각할게요. 그래서 오고 싶지만 못 오는 거라고. 서로 만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반드시 만날 수 있어요. 안 그래요? 피아노로 가면 되니까.
p 54
나는 이십대이지만 간혹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세상 참 좋아졌네."라는 말을 중얼거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연필의 사각거리는 필기소리와 자전거의 청량한 종소리가 더 좋다. 아무래도 촌스러운 사람이라 그런가. 그래서 홀린듯이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한 것 같다.
여기, '피아노'라는 가게가 있다. 간판은 그런데 음악이랑 관련된 공간은 아니고 그냥 일반 찻집이다. 이 곳의 단골손님인 사토루라는 평범한 남자가 있고,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미유키라는 여자를 만난다. 그는 빈 자리인가보다 하고 앉은 자리에 돌아온 미유키와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그들은 매주 목요일에 피아노에서 만나게 되고 연락처 같은 것은 일절 주고받지 않은 채 연인이 된다.
바다가 파랗게 빛나지 않아도, 공기가 탁해도, 도로가 자동차 때문에 시끄러워도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덕분에 빛나는 바다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알 수 있으니까.
p 136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사토루는 피아노에 들른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지만 둘이 떠난 바다를 보며 사토루는 미유키의 품에 안겨 엉엉 운다. 그때 미유키가 한 말이다. 사실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데, 괜찮다,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왠지 좋았다. 벌써 1주년이 되어가는데, 나도 가까운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사토루의 이야기가 서글펐다.
나는 벌써 2년 반이 다 되어가도록 연인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위로를 받는 일이 썩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친구에게서 받는 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래선지 이 책을 읽고 나니 품을 쉬이 빌려줄 연인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만나고 싶다.
p 177
어렵게 찾게된 미유키의 행적을 쫓다 사토루가 얻은 미유키의 일기장에 있던 글이다. 저 복잡미묘한 감정을 너무도 잘 알겠다. 지금 내가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도 퍽 힘이 드는데,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도 없다. 예전에는 상처를 받더라도 금세 털고 일어났는데 이제는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고민이 많은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마지막 연애는 24살 때였다. 그 때부터 변했던 것 같기는 한데 아직 열기가 남아있던 때였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설득이 되지 않으면 마음을 여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선지 로맨스 영화를 보든 소설을 보든 누군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날이 서늘하다. 바람이 불고, 코를 훌쩍이는 사람이 늘었다. 가을이 왔나보다. 내 마음도 조금쯤 서늘하다.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