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따금 어릴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행위를 좋아한다. 그 자체로 위로를 받는 때가 있다. 무엇보다도 위험부담이 적다. 그래서 나는 나의 집이 생기면 가장 먼저 꾸미고 싶은 공간이 서재다. 최대한 넓고 높은 책꽂이를 사서 차곡차곡 채워나가고 싶다. 가능하다면 <미녀와 야수>에서 벨이 사다리를 타고 다니며 노래하던 것만큼 크게. 그러자면 요즈음 불성실해진 독서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원룸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가구를 늘리지 않고 살려고 했는데 참지 못하고 산 것이 책꽂이다. 종이 재질이지만 생각보다 튼튼해서, 빈틈없이 쌓여가는 책들을 충실히 버텨주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로 살으라고 협박해도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 정말이지 책은 포기할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부모님은 내 독서량을 맞춰주기 위해서 헌책방 골목에 가시기도 하고, 온 가족 명의를 이용하여 시립 도서관에서 일 주일에 열 권이 넘게 빌려다 주시기도 하고, 일 주일에 두 권 책이 배송되는 서비스를 받기도 했다. 웅진 북클럽은 매번 읽은 책만 와서 몇 달?만에 끊었고, 아동 도서실에서 일반 도서실로 옮겨가는 것도 고작 몇 년 만이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중학생 무렵에 읽은 비룡소 시리즈, 생애 첫 장편 소설이었던 해리포터 시리즈, 발칙한 상상력 때문에 낄낄대며 읽었던 로알드 달 시리즈, 그냥 왠지 마음이 따스해서 좋은 초원의 집 시리즈 등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았던 건 무민 시리즈. 머리가 굵어지면서 주변 친구들이 무민을 잘 알지 못해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릴 때 디지몬, 포켓몬보다 무민을 더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취향 겁나 마이너... 어느 순간부터 무민이 인기를 끌면서 무민덕후로서 신이 난다. 관련 굿즈도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이 책처럼 다시! 재출간되는 경우도 생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