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나는 혼자가 돼 버렸을까.
고독의 끝이 이르는 곳은 대체 어디일까.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계속 가라앉고 있는 나는 언젠가 사라져서 없어지진 않을까.
p 123
고독이라는 것은 사실 언제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함께 하고 있는 감정인 것 같다.
위의 인용구는 고작 초등학생이 된 남자아이가 하는 독백이다.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가 하기에 참 부정적이고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감히 그것을 판단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한편 들었다.
혼자라는 것은, 그러한 생각이 든다는 것은 다 큰 어른에게도 폭력적이리만치 힘든 일인데 조그만 아이가 버티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마땅할, 특히나 주변의 친구들은 이미 모두 그러고 있을 나이의 아이에게 자신을 버리고 갔던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 양아버지인 척 하는 것 같다는 의심은 내내 아이를 괴롭히는 심각한 문제였을 테다.
무엇보다도 고독이라는 것에 감싸인 채 끝도 없이 침몰하는 듯한 기분을 너무나도 잘 드러냈다는 사실이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때로 우리는 고독의 끝을 걸어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의 안식처가 아니다.
p 230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요즘을 위해 이 책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혼자 산 지 제법 오래된 데다 친구들은 이곳 저곳 뿔뿔이 흩어지고 누군가에게 고민을 말하는 일에 용기를 낼 수가 없기 때문에 고독을 벗삼은 지 꽤 되었다. 리뷰를 쓰는 것도 고민이 되었다. 왠지 마음이 말랑해져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일본 문학을 읽으면 대개 그러하듯이 평온한 기분이 되었다. 앞서 말한 '고독의 끝'에 누구나 다다를 수 있지만, 그곳은 절대 안식처가 아니라는 말.
결국은 고독의 끝에 영원히 머무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이겨낼 수 있다는.
우리는 필요에 의해 혼자 고독의 끝으로 향하는 일이 숱하지만, 얄궂게도 여럿이서 있어야 고독의 끝에서도 깊은 절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