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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마르셀 프루스트의 동생 로베르 프루스트는 ˝불행한 일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면 중병이 들거나 한쪽 다리가 부러져야만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계절 바로 바람에 낙엽이 날리고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미는 싱숭생숭, 멜랑꼴리한 이 가을에 읽기에 제격이라 생각한다.. 울렁거리는 마음, 걷잡을 수 없는 마음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맨정신으로는 읽기 힘들다.)
처음이라 힘들지 한 번 도전해 본 경험이 있으니 가뿐하게 1권을 끝냈다.
10년 만의 재 도전이다. 4권까지 읽다 중단하여 5권부터 읽을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한 번 읽은 부분에서 시작하면 덜 혼란스러울 것 같아 다시 1권부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 책의 고비는 두 번째 장에 있다. 첫 장을 무사히 넘기면 두 번째 장에 비몽사몽 횡설수설하는 환각의 상태, 마르셀의 몽환적 얘기에 고비가 찾아온다. 그것만 넘기면 환각의 방을 빠져나오게 되고 이어서 마르셀의 콩브레(레오니 아주머니 집)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이 시작된다. .
추억은 그 유명한 장면인 어머니 집에서 홍차와 함께 먹은 마들렌을 통하여 회상된다.
아침 인사를 하러 레오니 아주머니의 방에 들어가 기다리
며 그 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의 이미지를 장장 3페이지
에 걸쳐 얘기하지만 참을 만하다. 앞의 환각의 방보다는 읽을만하다.
벽장이나 서랍장, 나뭇가지 무늬 벽지에서 풍기는 더 메마른 향내를 맡게 되면, 이내 나는 늘 말 못 할 식탐과 함께 꽃무늬 침대 커버에서 풍기는 방 중심부의 뒤섞이고 끈적끈적하고 김빠지고 소화가 안 되는, 과일 냄새 속에 들러붙는 것 같았다.˝
모든 사물, 시간, 공간, 사람에 대한 묘사가 아주아주 세밀하다. (지루함의 끝) 성당에 있는 묘석 하나를 얘기하는데 13줄, 성당 채색 유리는 2페이지 반을 차지한다. 319장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게 잠에서 깨어날 때의 불확실한 상태에 대한 얘기라니 새삼스럽게 또다시 놀랐다.
1권은 식물도감을 펼쳐 놓고(네이버 검색) 읽으면 도움이 된다. 꽃과 나무의 이름이 많이 등장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화자가 얘기하는 이미지와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맞는지 궁궁해 하나하나 다 찾아보면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