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부정당하는 사회. 그 이유는 가장 인간적이어야할 종교가 비인간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에는 불교와 기독교의 두 대표 인물 법일 스님과 서민영이 등장한다.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른 그들의 사상과 종교적 신념.
법일은 선암사 부주지로, 절의 사답을 소작인에게 나눠주고 절의 반대파들에게 빨갱이로 몰려 순천 감옥에 수감 된다. 고문을 당해 빗장뼈가 부러진 몸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인생 사고에다 아고를 하나 더 첨가해야 한다며 처연하게 앉아있는 모습은 부처의 고행을 몸소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염불이나 일삼는 상식적인 승려도, 해탈이나 꿈꾸는 몽상적인 승려도 아닌 남다르게 투철한 실천불교 사상을 지녔다. 중생제도란 당대의 가장 중요한 인간의 문제를 석가모니 같은 태도의 실천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라고 설파 한다.
법일이 실천불교 였다면, 서민영은 실천기독교 이다. 아리랑의 신세호를 연상케 한다. 양반이라는 신분으로, 직농의 가풍을 이어가고 있다. 영농법을 개발실천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일깨우고 활용시킨다. 기독교재단 순천 매산학교, 동경제대 영문과 졸업, 광주사범학교 영어 선생, 야학 교장으로 독립정신 애국정신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주었으며, , ‘이상 농촌의 건설‘을 지향 한다. 기독교 사회주의자로 한때 염상진, 안창민,김범우, 손승호 등이 그의 영향 아래 있었다. 41년 치안유지법에 저촉되 공산주의자로 몰려 일년 육개월 실형을 살았으며, 그때 당한 고문의 상처로 왼쪽 절름발이가 되었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농촌문제에 대한 자료를 모으거나, 책 읽는 것으로 나날을 보내다 기독교의 물량주의를 비판하며 자신의 농토 전부를 공동농장화하고, 야학을 개설 한다. 벌교 읍민들의 존경의 대상이며, 정신적 지주이다. 투철한 기독교 신앙인 이면서도 타 종교에 대한 배척이나 불신에 반대 한다.
법일과 서민영은 종교적 입장에서 사회개혁의지를 실천하고자 하였다. 지금 현재 우리에게도 이런 의지할 수 있는 큰 종교 지도자가 있었으면 한다.
(p230) "하늘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실 때 상호간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생존해나갈 수 있는 질서와 지혜를 주셨지, 그 질서를 인간의 말로 하자면 먹이사슬이고, 지혜는 동면을 위한 영양섭취나 갈무리가 되겠지. 그런데, 만물 중에서 유일하게 하늘의 뜻을 겨역한 존재가 일찍부터 있었어, 그게 바로 인간이야, 인간의 역사란 탐욕을 채우기 위해 지혜를 악용해가며 인간끼리 살육을 되풀이해온 기록에 불과해, 뱀이나 개구리가 동면을 위한 영양섭취를 하나 다음해 봄까지 빈사상태로 견딜 수 있을 정도만 하는 것이고, 개미나 벌이 겨우살이 갈무리를 하지만 마찬가지로 해동이 될 때까지 필요한 최소량의 먹이만을 보관해, 그런데 인간은 어떤가, 다음해 봄까지가 아니라 자신의 평생을 위해,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손대대로 이어질 갈무리를 하고자 탐욕한 것이야, 그 탐욕의 부가 상대적인 빈을 낳게 되고, 더 큰 탐욕을 채우고 지키기 위해 필연적인 폭력이 조직화되고, 그 폭력에 대항하고자 하는 또 다른 힘이 결속됨으로써 필연적으로 살육이 자행되는 것 아닌가, 먹이다툼을 해서 동류끼리 살육을 자행하는 것도 인간뿐이야. 동류끼리 상대방의 생활터전이나 사냥터를 침범하지 않는 것은 모든 동물들의 불문율이네, 동물들이 동류끼리 싸우는 경우가 있긴 하지. 그러나 그건 먹이 때문이 아니라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힘겨룸이지, 힘세고 건강한 수컷이 암컷을 차지함으로써 우량한 새끼를 낳게 하려는 것, 그것이야말로 싸움이 아니라 종족 보존을 위한 신성한 의식 아닌가, 그런데 인간들이 스스로를 일컬어 무어라고 했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건 신의 섭리를 거역한 존재로서 당연히 저지르게 된 자만이야. 탐욕과 자만으로 가득 찬 인간사회는 착위를 위한 폭력이 조직화되고 상태적으로 인간의 노예화와 굶주림이 상습화되었네. 모든 만물은 신의 섭리에 따라 골고루 나눠 먹고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데 인간만은 헐벗고 굶주려 죽어갈 수밖에 없게 된 거야. 그건 인간들 스스로가 만든 지옥이지, 그 지옥 다음에 올 것이 무엇이겠나, 파멸이지. 그 극점에 이르러 하나님은 인가들을 일깨우고 구원하기 위해서 예수를 보내신 것야, 하나님께서 예수를 통해 하신 말씀이 ‘서로 사랑하면 고루 나누어 먹으라‘는 것이었네. 곧, ‘박애의 실천‘으로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을 얻게 되리라는 일깨움이었지. 그러나 인간들은 그 일깨움을 알아듣지 못했어. 심지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실천한다는 성직자들까지 인간의 탐욕과 자만을 키워 하나님을 욕되게 했네. 인간이란 탐욕과 자만을 버리지 못하는 한 제아무리 새로운 주의나 사상을 내세워도 거기에는 또 다른 모순과 불합리를 내포하게 마련이야, 나로선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근복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고, 그 어떤 것도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