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일 년에 이백 일 이상 끼여 햇볕을 제대로 못 받아 허옇게 설익은 피부,
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열량 높은 육식만을 해서 비대해진체구, 얼어붙은 땅에서 살기에 지쳐 얼어붙지 않는 땅을 빼앗으러나선 식민주의자들의 후손, 엄연히 주인이 있는 땅을 침략하고 강탈하면서 ‘발견‘이니 ‘개척‘이니 하는 말로 인류사를 왜곡한 자들, 아프리카 · 아시아·남북아메리카를 강탈하며 짐승을 사냥하던 총으로 원주민들을 무차별 사냥하면서 백인우월주의를 만들어내고 다시 그것을 자기들의 종교인 예수교로 합리화한 교활한 자들, 그러면서도 피지배민족들의 단합을 교란하고 해체시키기 위해 ‘인류의 자유와 평등.평화‘라는 그럴듯하고도 혼란스러운 제국주의적 논리를 만들어낸 겹겹으로 교활한 자들.....

 한은 역사전환의 원동력인 것입니다. 그 증거로갑오년 농민봉기는 동학사상을 불씨로 일어났고, 쏘련과 중국의 혁명성취도 그 불씨만 다를 뿐 같은 맥락으로 파악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한을 단순하게 정서‘라고 파악하고 정의해버리는 게 소위 지 식인들입니다. 그건 지식인들이 한의 생성과정과 그 본질을 모르고 그저 ‘감정적 문제‘로만 피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저지르는 오룹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오류를 범하는 데는 그들 거의가 지배계급 출신이 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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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이나 그 동조자들에게는 의용군은
‘모집‘이었고, 우익이나 그 동조자들에게는 ‘강제징집‘이었다.
 하나의 사실이 서는 입장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현실을 보며김범우는 제삼의 입장이 있을 수 없다는 이학송의 말을 되짚고는 했다. 의용군에 기세좋게 자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를 쓰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숙생들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일곱 명 중에서 세 명이 자원해 떠났고, 나머지 네 명 중에서 한 명은 어딘가로 가버리고, 다른 세 명은 다락방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헤어지기 전에 역사니 반역사니, 인민해방이니 기회주의니, 정의니 불의니, 짧은 지식들을 동원해가며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세 학생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기운차게 떠나갔다. 김범우는 그들의 주저없는 행동에 신선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우울하게 지켜보았다. 너희들이 만약 죽게 된다 하더라도 전쟁의 결과가 너희들의 선택과 죽음을 빛나게 할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의 죽음이 소모가 되고 무의미한 것이 되면 얼마나 기막힌 노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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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끔찍한 보복행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난감해져 있었다. 보성과 조성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예비검속이란 학살이 자행됐던 곳마다 똑같은 일이 벌어졌거나, 벌어지리 라는 것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괴로운 악순환이 아닐 수 없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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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6 (무선) - 제3부 분단과 전쟁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결국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쌍방이 원했던 전쟁이고, 서로 이긴다고 장담했던 전쟁이었지. 허나, 서로 이기는 전쟁도 있나.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그런 전쟁은 없었다. 이 전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손승호의 말도 맞다. 이학송의 말도 맞다. 올바른 의식으로 역사를 본 판단이다. 그러나 전쟁은그것만으로 이겨지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정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지 모르지만 전쟁 자체가 정의는 아니다. 전쟁은 정의도 사상도 아니다. 윤리나 도덕은 더구나 아니다. 전쟁은 오로지 힘일 뿐이다. 철저한폭력으로 결판나는 약육강식이다. 그런데, 미국이 참전을 한다. 어떻게 될까. 독일과 일본을 동시에 상대해서 이긴 나라, 그 기세로 세계의 왕이 되고 싶어하는 나라. 물량작전으로 독일을 초토화시키고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나라, 일본이 갑자기 항복하는 바람에 나를 써먹지 못했듯이 비축된 화력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는 나라. 그 미국이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전쟁을 벌이려 한다. 위험천만이다, 위험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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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6 (무선) - 제3부 분단과 전쟁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가 바뀌려 하고 있다. 역사가 세번째로 요동치려하고 있다. 해방이 되었고, 남북에 서로 다른 정권이 섰고, 이제 그것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전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고 나섰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보다 먼저,유엔의 이름을 앞세운 미국의 참전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가.남쪽에 대한민국 정부를 세우는 것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신탁통치의 권한은 이미 끝나지 않았는가. 아니, 신탁통치 기한이 오년이었으니까 아직 잔여기간이 남았다고 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이 도 움을 청해서 그것에 근거하는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만, 만약 남쪽 사람들 절대다수가 이번 전쟁은 민족 자체의 문제니까 개입하지 말라고 의견을 모으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 참전을 중단할까? 포기할까? 아닐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뜻을 가차없이 묵살하고참전을 감행할 것이다. 한반도 전체가 사회주의화하여 소련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당초의 계획을 그들은 결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철저한 실리추구의 자본주의 계산법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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