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이나 그 동조자들에게는 의용군은
‘모집‘이었고, 우익이나 그 동조자들에게는 ‘강제징집‘이었다.
 하나의 사실이 서는 입장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현실을 보며김범우는 제삼의 입장이 있을 수 없다는 이학송의 말을 되짚고는 했다. 의용군에 기세좋게 자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를 쓰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숙생들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일곱 명 중에서 세 명이 자원해 떠났고, 나머지 네 명 중에서 한 명은 어딘가로 가버리고, 다른 세 명은 다락방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헤어지기 전에 역사니 반역사니, 인민해방이니 기회주의니, 정의니 불의니, 짧은 지식들을 동원해가며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세 학생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기운차게 떠나갔다. 김범우는 그들의 주저없는 행동에 신선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우울하게 지켜보았다. 너희들이 만약 죽게 된다 하더라도 전쟁의 결과가 너희들의 선택과 죽음을 빛나게 할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의 죽음이 소모가 되고 무의미한 것이 되면 얼마나 기막힌 노릇이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