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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소 지루했던 2권을 지나 드디어 낙랑을 향한 미천왕이 출사표를 던진다.
*10년의 '와신상담'*
미천왕 14년 9월
" 마침내 고구려의 모든 장수들은 휘하의 병력을 남김없이 거느리고 평양성에 모였다. 태왕 을불, 국상 창조리 할 것 없이 문무 신료들이 모두 군장을 갖춰 입고 있는 가운데 을불은 허리에 찬 칼을 뽑아 높이 쳐들고는 천지가 떠나갈 듯 쩌렁쩌렁 한 음성을 외쳤다.
"낙랑을 멸하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이다."
전장의 긴박함과, 박진감이 생생하게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최비와, 창조리의 주고받는 지략 대결과 고구려 군의 기마병 대 낙랑군의 장창 방진은 창과 방패의 접전을 보여 준다.
*명장면 기마병 vs 장창 방진 대결*
(아달휼이 이끄는 숙신 기병과, 여노가 신성에서 고안해낸 경갑기병의 활약이 시작된다.)
"흙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노의 기마병. 순식간에 좌측면을 파고든 이들은 그야말로 현란한 기마술과 창술을 뽐내며 낙랑군을 베어 나갔는데, 기묘하게도 낙랑군의 공격은 이들의 손목이나 팔꿈치 등에 덧댄 철판에 대부분이 막히니 온몸을 철갑으로 두른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에 더하여 이들은 너무나도 빨랐다. 한쪽을 쳤다가 번개같이 말을 돌려 다시 멀어졌다가 미처 준비를 못 한 곳을 치기를 반복하는데, 낙랑군은 흩어진 대열을 정비할 틈도 없이 자꾸만 이들에게 등 뒤를 내주니 속절없이 죽어갈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결정타를 가한 것은 뒤이어 나타난 아달휼의 중갑기병이었다. 말과 사람이 모두 온몸에 쇳덩이를 달고 뛰어드는데 미처 병장기조차 겨누지 못한 낙랑군이 버텨낼 재간이 있을 리 없었다. 이들은 들이받고, 짓밟으며 무인지경을 지나듯 전장 한복판을 가로지를 뿐이었다."
*고구려 중갑기병 vs 낙랑군의 장창 방진*
기병도, 기수도, 궁수도 없는 창과 방패만으로 이루어진 진형인 '장창 방진". 관구검이 동천왕을 맞아 펼쳤던 대 기병 전술. 연전연승의 고구려 중갑기병을 한순간에 전멸시키고 고구려 영토의 반을 짓밟았던 장창 방진.
"고구려의 철기 군이 안전의 선봉군을 헤집는 사이, 낙랑군 본대의 방진은 이미 전장에 이르러 있었다. 방진을 펼친 군사의 갈래는 세 무리. 이 세 갈래의 군사가 혼란을 틈타 전장을 감싸듯 다가오자 양우의 선봉군과 두 갈래 철기 군은 방진에 둘러싸인 형국이 되었다. 각기 이만씩 세 무리로 나뉜 낙랑군 본대의 육만 군사는 모두가 같은 복색과 같은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말은 탄 자도, 깃발을 든 자도, 칼을 든 자도, 활을 든 자도 없이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늘어선 채 같은 길이의 장창을 들고 있었다 다만 선두의 병사들만은 무기를 놓고 튼튼한 방패를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 일열과 이열은 방패를 들고, 삼열과 사열은 방패 사이로 창을 지른다." " 전열의 병사가 죽으면 후열의 병사가 바로 그 자리를 충당한다."
관구검의 장창 방진을 절묘하게 개량한 손정. 난전의 난전. 창칼을 튕겨내는 방패의 벽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철기 병의 몸에 온 힘을 실은 장창이 꽂혔다.
"이 자리에서 죽어 고구려의 기틀이 된다!" 한마디의 비장한 외침과 함께 양우는 손정의 방진으로 뛰어들었다. 가시덤불처럼 조여 오는 장창 방진. 이와 양우의 군사들 사이에 다시금 일방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고구려 군의 창은 방패에 막혔고, 그 방배 사이로 내어진 낙랑군의 창은 고구려 군의 몸을 꿰뚫었다.
*양우의 희생, 아달휼의 뛰어난 전술 분석, 창조리의 지략. 낙랑군의 '장창 방진'을 무너뜨리다*
"방진의 강점이 곧 약점"
"적은 거대한 고목과도 같습니다. 한 번 패이면 제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집니다. "한 번 흐트러진 방진은 여럿이 함께 들어야 하는 것이었기에 이 길고 무거운 무기들은 일단 대오가 흐트러지면 무용지물로 변했다.
*소꼬리에 불을 놓아 적의 방진을 흔들다.*
"낙랑군의 등 뒤 멀찍이서 불덩이 수천 개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곧이어 터져 나온 알 수 없는 울음소리를 신호로, 그 불덩이는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리를 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짧은 뿔이 달린 커다란 몸집의 짐승 무리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소떼였다. 꼬리에 불이 붙은 소떼 이천여 마리가 고통에 정신을 잃은 채 낙랑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병졸들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창을 놓고 몸을 피하는 자가 태반, 미처 피하지 못한 병졸들을 향해 불붙은 소떼가 육중한 몸을 들이박았다. 그토록 탄탄하던 방진의 벽이 일순간에 흔들렸다. 방패는 애초에 소용이 없었고 내지른 창은 두꺼운 소가죽에 박힌 채 부러졌다. 힘에 밀려 넘어진 병사들 위로 수없는 소떼의 발굽이 떨어졌고, 버티는 이들의 가슴팍엔 소뿔이 박혔다. 그 뒤를 이어 기마병들이 측면을 거칠게 공격했다.
"양우의 희생, 국상의 계략, 그들이 만들어준 작은 틈. 그 하나가 고목을 무너트린다."
방진이란 너무도 정교하게 짜인 탓에 일단 흔들리면 돌아올 수가 없었다. 적수공권의 낙랑 병이 그 위명 높은 고구려 철기 병을 상대할 방법이 있을 이 없었다.
*낙랑성 탈환*
최비는 패배를 시인하고 손정에 자리를 물려주고 홀로 사라졌으며, 손정 또한 고구려 군의 낙랑성 총 공세에 몇몇 장수들과 도주를 하였다. 이로써 미천왕은 낙랑성을 탈환하였다.
"최비 대신 태수부에 앉아 한족 추방령을 내리는 을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창조리와 여노 등의 신료는 물론 일반 장졸들, 그리고 유민들의 눈에서도 한결같이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로써 고구려는 마침내 사백 년간이나 조선 땅을 지배해온 낙랑을 완전히 축출했다. 을불은 낙랑의 모든 한족을 추방한 후 조선 유민들을 고구려 백성으로 편입시키고 고구려 각지의 백성을 낙랑으로 이주하도록 하는 조칙을 발표한 후 날을 잡아 순국 장졸을 위한 위령제를 거행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
미천왕 4년 창조리는 신성의 철 전량을 낙랑에 교역품으로 받치는 것에 격분하여 낙랑과 싸울 준비를 하는 미천왕에게 10년의 세월을 기다릴 것을 요구한다.
" 무릇 전쟁이란 군사의 수가 사기, 그리고 갖추고 있는 장비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오, 여기에 장수의 능력이 더하면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나름대로 갖추었다고 볼 수 있소, 하니만, 그전에 우선 있어야 할 것이 있소'
'하나는 백성의 호응이요, 비록 전장에서 창칼을 쓰는 건 군병이지만 모든 전쟁은 군사를 내기 전에 이미 승패가 갈리는 법이요, 곧 백성이 마음으로부터 호응하면 그 전쟁은 져도 이긴 것이요. 백성이 마음으로부터 거부하면 그 전쟁은 이겨도 진 것이기 때문이오."
이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력의 우세를 가지고 전쟁을 일으켰던 '월남전 '이나 '걸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걸프전으로 미국은 큰 실패를 경험했다.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부도덕하고 실패한 전쟁이다. 당초 전쟁 명분은 이라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사담 후세인 정권의 이라크 국민에 대한 잔혹한 학살과 박해로부터 독재자 제거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확립, 9·11 테러 배후 세력 응징을 내세웠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으며, 세계 곳곳에서는 반전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목적이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이라크의 원유 확보에 있다는 비난이 일었으며, 민간지역에 대한 오폭 등으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비난의 강도도 더욱 거세졌다.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 없이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국권을 회복하는 것이건, 영토를 되찾는 것이건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힘없는 병사들과 백성들이다.
낙랑성 앞에 묶여있던 고구려 유민들의 외침이 서글프게 귓전에 울린다.
"나아갑시다! 고구려 태왕이 우리의 주검을 딛고 저 안에 들어가 우리 자식들을 구해줄 수 있도록 우리가 성문을 두드립시다"
"더 쏴라! 더 쏴 보란 말이다!"
"죽여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