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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언젠가부터 30평대 집을 꽉 채우고 있는 짐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해도 책을 좋아하고 많이 사는 '책구매애호가'였는데,
이전에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던 거실의 책장들이 보는 것조차 답답해졌다.
전세를 사는지라 언젠가는 이사를 가야한다는 생각에 틈틈이 필요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만 소요될 뿐, 지나고보면 그대로였다.
그래서 요즘 대세인 '미리멀라이프' 관련 책을 읽어볼까도 했었는데
별거 아닌 내용일 것만 같아서 사기는 아깝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려니 인기가 너무 많아서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직접 읽기 전까지 이웃 블로거들의 책리뷰에서 '미니멀리스트'들에 대한
내용을 보기도 했고, 실제 살림을 비워내는 포스팅도 꾸준히 보아왔기 때문에 굳이 책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진작 읽지 않은 게 후회된다.
책은 저자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전, 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으로 시작한다.
너무 극단적인 모습이라 둘 다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에 절간 같은 모습인
그의 방을 보니 미니멀리스트는 다 저렇게 살아야 하는건가 싶어서 살짝 거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고, 미니멀리스트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하는지 세세한 설명에 빠져들게 되었다.
53쪽 _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77쪽 _ 왜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을 원하는 걸까?그것은 우리가 '미래'의 감정을 '현재'를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지만 사실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사정거리는 매우 짧다. 이것이 바로 계속해서 싫증을 내면서도 물건을 사는 이유다.
저자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물건을 사재끼는 이유이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그리고 남들에게는 별로 재미있을 내용이 아닌데 혼자 소리내어 웃었던 부분이 세 군데 있었다.
???쪽 _ 여럿이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에게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동거인이 있다.
동거인의 이름은 바로 '물건 씨'다. ... 우리는 대부분 넓은 집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건 씨를 넓은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119쪽 _ "잠깐만, 이 빈 쿠키 통,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약상자로 쓰면 어떨까?" ...
물건을 버리는 일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억지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아무리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도
자신을 믿지 마라. 물건을 버릴 때는 누구나 일류 크리에이터가 되곤 한다.
204쪽 _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물건은 버려라' 나는 가득 쌓인 책으로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목적을 이루려면 아무래도 읽은 책을 쌓아두어야만 했다. ... 언젠가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몇 년 동안이나 읽지 않은 채 내버려둔 책들은 이미 책을 사서 쌓아두는 게 취미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다.
정확히 이 책을 읽기 이틀 전 회사에 있던 빈 사탕통을 어떻게 써볼까 싶어서
집으로 가져오려고 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 얘기인줄 알고 얼마나 찔리던지.
우리집에도 사는 많은 '물건 씨'들은 어쩌면 좋을까...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꼭 아무것도 없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고, 꼭 필요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물건은 소유해도 된다고 한다. 물질적으로 너무 풍요로운 세상이라 물건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필요하든 아니든 무의미하게 소유하는 것들이 많고, 소유한 물건의 물질적 가치에 따라 내 가치까지
매겨진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저자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면서야 비로소 물건 위주가 아닌
본인 위주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물질적인 것들에 좌우되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한다는
건강한 마인드가 멋있게 느껴졌다. 조만간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다른 책들을 더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