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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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짧게나마 리뷰를 쓰려고 '미생'을 검색해보니 TVN드라마로 방영했던 게 벌써 2014년도였구나.

그 당시에 남편이 직장인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있어 눈물이 난다며 정말 눈물을 흘리며 보던 드라마 미생ㅎㅎ

나는 아기 취침때문에 방송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도서관에서 오랜 대기를 거쳐 원작 만화로 보았었다.

처음 읽을 때도 '이게 정말 만화란 말인가'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소싯적에 내가 읽었던 만화들과 차원이 다른...(그것들은 그저 만화였을 뿐) 

'미생'은 신입사원들을 위한 충고와 위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까지 회사생활을 위한 모든 철학이

담겨있는 듯해서 저절로 말풍선 안의 글들을 꼼꼼히 읽게 된다.

그런 미생을 올 여름에 회사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다시 읽어보았다.

​1년 만에 다시 읽으니 또 새로운 느낌....

나도 오랜 계약직 기간과 다사다난한 일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고, 실제 등장인물들 중에서

장그래가 나와 제일 비슷하기도 해서 마음속으로 꼭 정직원이 되길 많이 응원했었다.

사회생활 초반에 이렇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는 멘토와 의지가 되는 동료들이 있었다면

나도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ㅠㅠ 그런 멘토와 동료를 만화책으로 만날 줄이야.

어느새 10권, 11권도 나왔던데 빨리 읽어봐야겠다. 이후의 장그래의 모습이 기대된다.


2권


208-바둑에 그냥이란 건 없어. 어떤 수를 두고자 할 때는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고 하지. 또, 내가 무얼 하려고 할 때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해. 그걸 상대의 ‘의중’을 읽는다라고 해. 왜 그 수를 거기에 뒀는지 말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네가 상대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형세를 분석한 너의 안목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야.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 게 없어진단다.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오는 선물같은 거니까.


254-바둑판 위에 의미없는 돌이란 없어.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진다는 건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 읽기에 실패했을 때지. 곤마가 된 돌은 죽게 두는 거야. 단, 그들을 활용하면서 내 이익을 도모해야지. 전체를 보는 거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작은 패배를 견뎌낼 수 있어.
*곤마 : 바둑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돌


3권

224 - 기력차가 있는 바둑에서, 하수는 흑돌을 쥐고 선수를 두죠. 먼저 둡니다. 더 낮은 하수는 접바둑이라고 해서 8점, 4점을 먼저 두고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바둑에선 하수가 고수와 마주할 때 급을 맞춰줍니다. 그런데... 사회에선, 고수를 상대로 신입사원이 접바둑을 둡니다. 고수가 이미 4점, 8점, 아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백돌을 깐 곳에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신입사원, 흑돌의 규칙은 바뀌지 않는다는 거죠. 덤을 남겨야 합니다.


4권


76 -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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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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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30평대 집을 꽉 채우고 있는 짐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해도 책을 좋아하고 많이 사는 '책구매애호가'였는데,

이전에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던 거실의 책장들이 보는 것조차 답답해졌다.

전세를 사는지라 언젠가는 이사를 가야한다는 생각에 틈틈이 필요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만 소요될 뿐, 지나고보면 그대로였다.

그래서 요즘 대세인 '미리멀라이프' 관련 책을 읽어볼까도 했었는데

별거 아닌 내용일 것만 같아서 사기는 아깝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려니 인기가 너무 많아서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직접 읽기 전까지 이웃 블로거들의 책리뷰에서 '미니멀리스트'들에 대한

내용을 보기도 했고, 실제 살림을 비워내는 포스팅도 꾸준히 보아왔기 때문에 굳이 책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진작 읽지 않은 게 후회된다.

책은 저자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전, 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으로 시작한다.

너무 극단적인 모습이라 둘 다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에 절간 같은 모습인

그의 방을 보니 미니멀리스트는 다 저렇게 살아야 하는건가 싶어서 살짝 거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고, 미니멀리스트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하는지 세세한 설명에 빠져들게 되었다.


​53쪽 _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77쪽 _ 왜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을 원하는 걸까?그것은 우리가 '미래'의 감정을 '현재'를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지만 사실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사정거리는 매우 짧다. 이것이 바로 계속해서 싫증을 내면서도 물건을 사는 이유다. 

저자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물건을 사재끼는 이유이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그리고 남들에게는 별로 재미있을 내용이 아닌데 혼자 소리내어 웃었던 부분이 세 군데 있었다.

 


???쪽 _ 여럿이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에게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동거인이 있다.

동거인의 이름은 바로 '물건 씨'다. ... 우리는 대부분 넓은 집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건 씨를 넓은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119쪽 _ "잠깐만, 이 빈 쿠키 통,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약상자로 쓰면 어떨까?" ...

물건을 버리는 일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억지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아무리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도

자신을 믿지 마라. 물건을 버릴 때는 누구나 일류 크리에이터가 되곤 한다.


204쪽 _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물건은 버려라' 나는 가득 쌓인 책으로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목적을 이루려면 아무래도 읽은 책을 쌓아두어야만 했다. ... 언젠가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몇 년 동안이나 읽지 않은 채 내버려둔 책들은 이미 책을 사서 쌓아두는 게 취미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다.

정확히 이 책을 읽기 이틀 전 회사에 있던 빈 사탕통을 어떻게 써볼까 싶어서

집으로 가져오려고 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 얘기인줄 알고 얼마나 찔리던지. 

우리집에도 사는 많은 '물건 씨'들은 어쩌면 좋을까...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꼭 아무것도 없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고, 꼭 필요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물건은 소유해도 된다고 한다. 물질적으로 너무 풍요로운 세상이라 물건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필요하든 아니든 무의미하게 소유하는 것들이 많고, 소유한 물건의 물질적 가치에 따라 내 가치까지

매겨진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저자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면서야 비로소 물건 위주가 아닌

본인 위주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물질적인 것들에 좌우되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한다는

건강한 마인드가 멋있게 느껴졌다. 조만간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다른 책들을 더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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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4 - 달의 꿈
윤이수 지음, 김희경 그림 / 열림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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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구그미 마지막 방송이다. (올 여름... 보검이 때문에 이 아줌마 정말 행복했다!)

뒤늦게 드라마에 빠졌지만 궁금한 걸 못참는 성미라서 일찌감치 5권까지 다 읽고 마음 편히 매주 본방사수했다.

그런데 이미 내 머릿속으로 박보검과 김유정을 주인공으로 하여 5권 막방을 찍은 터라서 그런지

내용이 20%씩 빠진 것만 같은 드라마 전개가 조금 김빠진 콜라같은 느낌이었다.

​이영, 라온, 윤성, 병연 개개인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을 모두 넣으려면 대하 드라마가 되야 할지도...

드라마 작가님이 도대체 내일 어떻게 마무리 지으실지 그게 궁금해서 내일 막방도 본방사수해야겠다.

어쨌든 드라마의 제일 큰 메리트는 보검이 얼굴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거니까! (사심작렬)

설마 새드엔딩은 아니겠지... 엔딩만은 어떻게든 원작과 같게 해주길...

4권과 5권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한 가지씩 떠올려 보자면...

4권에서 이영과 라온이 깊은 산 속에 사는 매병걸린 할머니에게 복숭아를 찾으러 갔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때도 둘이 행복해 보였지만 더 행복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단희의 서신을 통해

라온의 오랜 소원이 그네 한 번 타보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영이 그네를 매어 타게 해 주는 장면이었다.


​234_"이것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너를 위한 것이니, 네가 타지 않으면 쓸쓸해할 것이다."

영의 흔쾌한 대답에 라온은 그네 위로 올라섰다. 조심스레 발을 구르는 그녀의 등을 영이 밀어주었다.

달각, 달각, 달각. 다불한 반동이 위로, 위로 점점 하늘 위로 향했다. 하늘의 잔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뒤로 물러나길 반복했다. 늦봄의 향기가 라온의 코끝을 연신 간질였다. 치맛자락이 부풀어올랐다

오므라들 때마다 이상하게도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응어리가 조금씩 조금씩 불티가 되어 목구멍 위로

솟구쳤다. 내내 꾹꾹 누르고 있던 감정들이 꽃잎처럼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산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오늘처럼 기뻤던 적은 없었다.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여자로 살아보지 못했던 라온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그 응어리를 풀어버리고 그 빈자리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것을 보니 나조차 심장이 벅찰 정도로 행복했다.

5권에서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제목에 대한 설명쯤 되는 영과 라온의 대화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204_“내 외조부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왕이 될 사람이기에 저들의 표적이 된다고 하셨다. 내가 해처럼 밝게 빛나는 존재이기에 저들이 쏘는 화살을 피할 수도 없다 하셨지. 하여... 나는 달이 되기로 하였다. ... 하늘을 지키는 것은 해뿐만이 아니다. 하루 중 절반인 밤을 지키는 것은 달이다. 이제부터 나는 저들보다 어두운 곳에서 저들을 지켜볼 참이다. 나는 저들에게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해줄 것이다.”

206 _ 홍운탁월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진정으로 아름다운 달빛이란 달 스스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구름이 그려내는 달빛이라 하였지요. 저하를 빛내드릴 수 있는 구름이 되렵니다. 지친 저하를 포근히 감싸 안을 수 있는 그런 구름이 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고... 저하께서 밀어내실 때까지 저하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렵니다.

다시 읽으니 드라마도 해피엔딩일 것만 같네-

개인적으로는 병연이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원작 끄트머리에 병연과 소양 공주 간에 

급 러브라인을 만들어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윤성이도 긍정의 열린 결말~

여하튼, 드라마보다 더 큰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좀 길지만 원작 소설 읽는 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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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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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다섯 살이 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올 11월부터 시작될 유치원 줄서기에

동참할지 말지부터 앞으로 아이의 교육을 어찌시켜야할지 가끔씩 고민해보곤 했었다.

육아선배들에게 귀동냥으로 듣는 사교육 시장은 듣는 것만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오감으로 느껴졌지만, 그러한 고민이 '자주'가 아니라 '가끔'이었던 이유는

내가 비교적 성적이나 사교육에 무관심했던 부모님 밑에서 방목되다시피 자유롭게

자랐기 때문이다. 거기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움직이는 느긋한 성격도 한 몫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모르던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나와 아이 서로를 위해 내가 어떤 엄마가 되어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 '강교민'을 중심으로 해서 사교육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나열된다.

어떤 이야기들은 뉴스 사회면에서 이슈로 소개되었던 것 같은 자극적인 내용이기도 하고,

육아 선배들로부터 띄엄띄엄 전해 듣던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셋트로 모아놓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쭉 읽으니 도대체 우리나라 교육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의문점이 생겼다.

친절하게도 작가님이 우리나라 교육이 왜 이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설명해주신다.

​평소에 사회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조차도 사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을 보니,

아마도 조정래 작가님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쓰고 싶으셨나보다.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정부와 교육계, 학부모가 같이 움직여야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데,

규모와 영향력이 큰 정부에서 먼저 움직여주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선동하니 미미할 지라도 학부모들이

움직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교사와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여 작은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책 속에서 만난 수많은 불행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모습, 그리고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의

강교민과 그의 아내의 모습을 보니 과거의 나도 돌아보고 미래의 나도 상상하게 된다.

언제 어느 순간에도 내 아이를 나의 소유물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해줄 수 있을까?

​나중에 이런 생각들은 다 잊는다 해도 딱 하나만은 떠올리고 싶다.

우리 아이는 활짝 웃는 모습이 제일 이쁘고, 그 모습을 볼 때 내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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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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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정유정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 읽어왔는데 나에게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문장들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아서 쭉쭉 읽어나가기 힘들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가 네 번의 시도 끝에 읽어낼 수 있었다.


주인공 유진은 피비린내를 맡으며 잠에서 깬다. 처음에는 지병으로 인한 발작 전조증상인줄 알았으나

거실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정황은 유진이 어머니를 죽인 범인임을 알려주지만

자신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전날 자신이 집을 비웠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2시간 30분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총력을 다하며 일단 모든 흔적을 없앤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방에 남겨져 있던 기록과

그간 잊고 있던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며 서서히 사이코패스인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모든 정황이 그러했듯 처음부터 유진이 어머니를 살해했음을 믿으며 계속해서 책갈피를 넘긴 것은

그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유진이 남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죽음과 대면하는 상황에 유독

무감정한 모습을 보며 사이코패스임도 짐작했다.

"93_낡은 담요에 누워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죽는다는 건 그런 것인 모양이었다."

현재 어머니의 죽음, 과거에 형과 아버지의 죽음, 이복형 해진의 할아버지 죽음을 맞닥뜨린 순간에도

유진은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때와 현재와의 차이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와

인지했을 때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기록을 보며 왜 자신이 겁먹은 것에 피비린내에 끌리고 흥분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자 앞으로 자신이 해야할 것이 더 명확해진 것이다.


"249_유진은 모든 채널을 오롯이 자신에게만 맞춘다고 했다. 따라서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도 하나뿐일 거라고 했다.

나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259_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유진 엄마의 인생은 어땠을까? 빛과 어둠이 공존하다가 어둠만 내곁에 남는다면 나는 어찌했을까?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로 판정된 아들을 마음 놓고 품어주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나도 마음이 아팠다. 아마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그 선을 넘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죽이는 유진의 모습이 더욱 쓰렸다.


초반부터 소름돋는 부분이 꾸준히 나오는데 나에게 첫 소름은 22쪽 하단 3번줄 '유진아'였다.

소름이 돋고 등뒤가 서늘할 수록 더욱 몰입되었다. 제일 소름돋았던 것은....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첫장을 읽어볼 때였다. 첫 영성체를 받는 날 쓰러져버린 유진...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인류의 2~3%가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어린 유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없는 인간이란 걸 알았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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