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엄마의 말하기 수업 - 스웨덴 자녀교육 베스트셀러 1위
페트라 크란츠 린드그렌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프랑스 엄마들의 육아법이 유행이었는데 그 뒤로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더불어 스칸디식 육아법이 대유행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수면교육이나 식습관, 책 읽는 습관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는데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자 요즘에는 부모의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요즘의 육아서 대부분은 부모의 언행이 아이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더욱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어느 부모나 내 아이가 자존감이 높아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자신이 정한 가치관을 가지고 원하는 인생을 살길 바랄 것이다. 저자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전에 자존감과 자신감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조차도 살짝 헷갈리긴 했다. 자존감은 사람 그 자체에 대한 것이고 자신감은 그 사람의 행동 방식을 말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서 자존감은 실패, 차질, 비판 의문 등의 모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 주는 백신으로 설명했다. 사실 나의 청소년기와 20대 대부분은 자존감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나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내 아이만은 자존감이 높은 삶을 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 책 속의 예문 중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부모들의 대화 방식 대부분이 마치 내 얘기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를 정확히 말하면,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듯 대화를 시작하다가도 아이가 시간을 끌고 울면 결국엔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더욱 반성한 것은 내 컨디션이나 기분이 좋으면 다정히 대해주고, 나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람으로 변하던 내 모습이다. 머릿속으로는 아이를 나의 소유물이 아닌 또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왜 그게 안 되는지. 아이가 아직 말은 못하지만 말귀는 거의 알아듣는 편인데 내말을 안 들으면 아이가 무슨 뜻인지 이해했으면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 내가 아이의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을지 많이 후회스럽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아이들이 떼쓰는 경우는 거의 비슷한지 책속에 실려 있는 상황들이 우리 집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주었는데 아이가 만족하지 않고 더 놀아달라며 보채는 경우였다. 부모라면 이런 일을 많이 겪을 것이다. 보통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부모들은 “우리 애는 끝이 없어.”라며 만족할 줄 모르는 아이를 탓하는데 저자가 전문가로서 아이의 속마음을 헤아려 보면 “오늘이 지금까지 엄마랑 보낸 것 중에서 최고로 멋졌단 말이에요! 너무 끝내줘서 오늘이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이가 나에게 이해받고 싶은 욕구를 내가 전혀 채워주지 않았고,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살펴주지 못한 점이 떠올랐다. 「173 말 못하는 어린 아이들도 공감 능력이 있고(역지사지의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부모와 함께하고 싶어 하며, 자신이 부모를 기쁘게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조종할 필요가 없다. 우리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자신이 느끼는 것,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그렇게 하길 원하는 아이의 마음을 북돋워 줄 수 있도록 말로써 고무시켜 주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이러한 공감 능력과 부모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종종 이 사실을 잊어버리는 부모들이 많다.」


 

회사 복직을 하면서 아이와 같이 하는 시간이 매일 3시간도 안 되게 짧아졌다. 그전에 하루 24시간을 꼬박 붙어 있다가 떨어지니 나도, 아이도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것은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하려니(무려 2년 5개월 만에 복직이었음)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 퇴근하는데 그 시기부터 갑자기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려는 것이었다. 읽어달라는 책은 끝도 없고 불을 끄면 다시 켤 때까지 엉엉 우니 그 시간을 참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책을 읽고 그때를 돌이켜보니 갑자기 함께 하는 시간이 짧아진 만큼 아이가 나와 친밀감과 유대감을 쌓을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었나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항상 이렇게 뒤늦게 깨달으니 오늘도 못난 에미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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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빛 2015-11-0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