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굴 독깨비 (책콩 어린이) 3
아이반 사우스올 지음, 손영욱 그림, 유슬기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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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굴  

"차라리 가난하게 살겠다고? 돈에 눈이 먼 욕심쟁이 백만장자와 사느니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과 살겠다고?"(P156)
 

부자 되기 싫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눈앞에 발견된 금맥의 노다지를 보고 정신 줄을 놓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돈 앞에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나온다고 누군가 그랬지 않은가? 

전형적인 도시 아이 켄이 시골에 살고 있는 외삼촌네로 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동화 이야기이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홀로 가는 여행.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았을 어릴 적 여행에서 일어났던 특별한 기억.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은 항상 재미있고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머피의 법칙처럼 일순간 꼬이기 시작한 시간의 흐름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게 만든다. 

여행길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들고 가는 가방은 세상 짐을 다 짊어 진듯 무겁게 느껴지고 발 딜디 틈도 없이 복잡한 버스 안은 어지럽고 무거운 켄의 마음을 잘 대변하여 준다. 우여곡절 속에 삼촌 집에 도착한 켄은 사촌인 휴와 야영을 하게 되고 닭을 물고 도망가는 여우를 쫓다 여우굴이 빠지고 만다. 그곳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 이와 같다.
 

가끔은 운명이 정해 놓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타임 패러독스라는 말을 있다. 아무리 운명을 바꾸려고 해도 결코 정해진 운명의 결과는 똑같다는 이야기이다. 이 여우굴은 켄이 거부할 수 없는 타임 패러독스와도 같다. 마치 누군가가 준비해 놓은 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 켄은 그렇게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에 들어 갈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릴 적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대게 그렇듯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한 도전과 기대감은 그 시절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원하는 데로 하고 싶은 데로 이루어지는 것은 잘 없다. 오히려 작고 쉽게 여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던 일들이 많았다. 그때의 두려움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아마도 모두들의 의식이나 무의식속에 그러한 기억들이 하나씩은 존재하리라 생각이 된다. 

휴 삼촌은 지금의 어른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준다.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한것 같다. 어린 조카 켄을 구하는 일도 나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회피심리도 작용한다. 어린 조카의 안전의 걱정보다는 이런 고생을 시키는 조카가 밉고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우리 어른들에게 이런 상황이 생겼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여우굴을 핵심은 순간적인 심리의 결정이다. 휴삼촌이 금맥을 발견하였을 때 조카 켄이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못한 것처럼, 우리 어른들의 눈에는 오로지 돈 밖에 모르는 한심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돈 하나에 양심을 버리고, 돈 하나에 사랑도 버리는 우리 어른들. 아마도 여우굴이 어린이 동화에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어른들에게 주는 세심한 메세지가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여우굴은 그냥 어린이 동화일수도 있다. 하지만 여우굴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추억에 대한 동심이고, 어른이 되어 메말라 버린 마음을 조금은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론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 질수도 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양심이라는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어떠한 순간에도 현혹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때론 어른들도 읽어 보아야 할 양심의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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