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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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한동안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의 객원기자로 지냈다. 저자는 ‘잊힐 권리’에 관해 취재하면서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나를 지워줘>는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를 추적해나가는 추리소설인 동시에 주인공이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며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모리는 불법 촬영물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들을 돕는다는 명목 하에 불법 촬영물을 수집하고, 재유포했다는 고발을 받고 경찰서에 불려간다. 모리는 연락을 받고 놀란 마음에 달려와 형사에게 애원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홈페이지를 폐쇄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때,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톱10에 오른 학교의 스타이자 같은 반 친구인 리온이 자신에 관한 소문과 떠도는 영상을 지워달라는 부탁을 해온다. 모리는 리온을 돕기로 마음먹는데, 8반 남학생만 있는 단톡방에는 진욱이 보낸 불법촬영물이 올라온다.

 

                           

큰 문제가 없다고 했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돈 받고 기록 지워 준거, 충분히 문제될 만한 일이야. 불법 촬영물도 지금이야 네가 지운 기록밖에 없지만, 더 조사하다보면 유포한 흔적이 나올 수도 있고.

p.14

 

불법촬영물이 단톡방에서 공유된 사실을 알고 충격받은 리온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하고, 이를 보다 못한 모리가 붙잡고 끌어올린다. 상처 입은 리온은 아파트 베란다에 뛰어내리고, 모리는 행동하지 못한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리온은 더이상 모른 척하지 않고, 가해자를 쫓기로 마음 먹는데...

 

미톡 알림이 떴다. 8반 남학생 단톡방이었다. 단톡을 확인하자마자 모리는 숨이 막혔다. 진욱이 리온의 불법촬영물을 퍼뜨리고 있었다. 대부분 인터넷에서 본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처음 보는 영상들도 있었다. 실제 리온을 찍은 것처럼 보였다.단톡방은 열기로 가득했다. 톡이 끝날 줄 몰랐다. 몇몇은 그만하라면서 단톡방에서 나갔고, 몇몇은 침묵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또 몇몇은 감상을 덧붙여 가며 희희낙락했다. 모리는 고개를 들어 반을 둘러봤다. 아이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단톡방에서는 낄낄거리며 즐겼다. ‘ㅋㅋㅋ’과 ‘ㅎㅎㅎ’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만 봐도 죄책감 따위는 없어 보였다.

p.62-63

 

불법촬영물 피해에 관해 생생하게 담아낸 이야기이다. 영상물은 인터넷에서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는데, 이러한 범죄들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촬영된 것도 많다고 한다. 비록 리온이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우리는 찍고, 찍히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묵직하게 던지는 질문들이 많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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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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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수련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성격 유형 ‘선의의 옹호자(INFJ_A)’. 혈액형 O형.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영상시나리오학을 전공했다. 잡지기자와 편집자 생활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바리스타 마환>과 <나의 도깨비, 홍제>로 만났던 양수련 작가님의 또 다른 책 <리아 가족>을 읽게 되었다. 선이 굵은 시크한 여인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고, '그들은 만나서는 안 될 가족이었다'는 문구가 강렬하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본다.

 

책은 두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타는 리아가 인터넷에 도우미 구인 광고를 올리고, 면접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리아는 면접을 보러온 스물 두살의 란에게 독백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삼일 전,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는 젊은 남자 조의 이야기였는데, 그가 리아를 보고 한 첫 말은 "저를, 제 목숨을 거둬주세요. 제발" 이다. 조는 입양된지 일년 만에 양부모가 갈라섰고, 여섯 살 무렵 두 번째 양부모를 만난다. 하지만 두 번째 입양도 그리 오래가진 못 했고, 그는 청소년 시설로 다시 보내어진다. 애정에 굶주렸던 조는 자신보다 열 세살이나 많은 여자에게 마음을 주지만 매정한 여자는 그의 곁을 떠나려하고, 여자를 나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뿐이었는데, 화장대 모서리에 뒷머리를 찍힌 여자는 죽고만다. 이 때, 형사인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고 살인용의자인 조를 알아본다. 사색이 된 조는 허벅지에 있는 두 개의 반점을 보여주고, 리아는 조가 자신이 낳은 아이라는 걸 알아본다.

 

리아는 열일 곱에 강간을 당해 쌍둥이를 낳지만 자신이 키우지 못 한다. 대인기피증에 남자라면 도망부터 치고 보는 리아에게 믿음을 준 남편 문형사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갖은 상상으로 남편을 증오하고, 그에게서 벗어나려한다. 소설은 리아로부터 맺어진 가족인 아들, 딸, 남편, 딸의 애인, 며느리, 손자까지 그들의 속사정을 밝힌다.

 

만약에 다음 세상이 있어서 다시 태어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말이죠. 세상 무엇에도 쓸모없어 민폐만 일삼는 이런 내게도 황송한 그런 순간이 주어진다면 말이에요. 그 때도 난 엄마의 딸로 다시 태어나길 주저하지 않을거예요. 그 때는 사랑 속에 만들어진 축복받은 아이로, 사랑받는 아이로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요. 그런 날이 내게 과연 올까요? 무엇에도 쓸모없는 비밀 같은 걸 간직한 섬뜩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진 않아요. 정녕코.

p.76-77 중에서.

 


악연이라는 게 있는걸까? 가족은, 특히 부모 자식은 서로를 선택할 수 없으니 주어진 삶 안에서 맞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잘못된 인연이라면 어찌해야할까. 돌이킬 수 없고, 존재 자체가 상처라면. 보는 내내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웠다. 증오하고, 슬픈 존재지만 한편으론 원하며 애타게 그리운 가족. 개개인의 목소리로 그들의 사연을 듣고 있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이들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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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장난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상민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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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상민

1992년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2020년 공중보건의사로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구의료원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의사로 활동하는 한편 틈틈이 추리소설을 집필하고 있으며, 메디컬 미스터리뿐 아니라 본격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구상 중이다.

 

 

얼마 전에 메디컬 미스터리 <차가운 숨결>을 재미있게 읽어던터라 <위험한 장난감> 출간 소식이 그저 반가웠다. 의사로 활동하는 중에도 틈틈이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의 열정이 무척 놀랍다. <위험한 장난감>은 인턴 석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당직 근무가 끝나 쇼파에 눕자마자 '6병동 코드블루'를 알리는 방송이 울려퍼지고, 한달음에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만 이종분 환자는 사망하고 만다. 이후 석호는 '10병동 코드블루' 원내 방송을 듣고 10층으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과 레지던트와 인턴들이 처치 중이었지만 김창진 환자의 심전도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에게 사망선고를 내릴 즈음 최병우 교수가 들어온다. 최교수는 은사인 김창진 환자에게 개흉 심장 마사지를 시도하고, 심전도 곡선은 잠시 출렁이지만 다시 납작하게 변한다. 최병우가 미동조차 없는 심장을 살며시 들어올릴 때, 석호는 심장 뒤편의 1cm 크기의 천공과 위쪽이 잘려 나간 좌회선지를 발견하고, 김창진 환자는 결국 사망한다.

 

같은날 석호는 조향희 할머니의 비위관을 삽입하던 중, 숨을 쉬지 않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처치실로 옮기지만 주치의 최규민으로부터 무리한 엘튜브 삽입이 있었다는 꾸지람을 듣는다. 석호는 간호사로부터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다. 이 사태가 연말에 있을 레지턴트 선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해하던 중, 수련교육부장인 오태준 교수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그와 면담을 한다. 오태준의 요지는 조향희 환자와 김창진 환자의 죽음에 원인이 석호며 내일 열리게 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여부가 결정될 거라는 것이다. 이러한 처분이 납득하기 어려웠던 석호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려하는데...

 

차라리 교수님들한테 주먹을 휘둘렀다면 저는 형을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응원했을 거예요. 그런 폭력적인 행동이 잘못된 건 차치하고요. 하지만 형은 교수님들에게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최악의 길을 선택했어요.

p.339 중에서.

 

 

평판을 중시하는 인턴 선발과정, 인턴과 간호사들의 관계, 대학병원의 폐쇄성. 소설은 픽션을 바탕으로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의료계에 관해서 잘 모르지만 사람 사는 곳에 부정부패와 폐단이 없을까 싶다.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의 권력 다툼, 이로 인한 복수... 소설 속 대학병원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 했다. 주인공 석호가 자신을 소명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진실이 드러날수록 거듭하는 반전은 흥미진진했고,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돌았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결말이 살짝 아쉬웠지만 정말 신나게 읽은 소설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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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의 신부 - 왕자 이언과 무녀 부용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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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수광

오랫동안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고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의 지혜를 책으로 보여주는 저술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사서를 최초로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특히 추리소설과 역사서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글쓰기와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대중 역사서를 창조해 왔다.

 

1893년 독일인인 하인리히는 동양에 대한 발레극을 쓰려는 계획을 세우고, 때마침 형 랜스돌프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영사로 가게 되자 형을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배를 타고 한 달이 넘는 지루한 여행 끝에 도착한 조선 땅은 낯설지만 설레는 곳이었다. 한편, 조선의 왕자인 의연군 이언은 원래 계동궁에서 살았지만 여름이 되면 북한산의 한적한 초옥을 빌려 그곳에서 독서를 하곤 했다. 한여름 세차게 쏟아지는 폭우에 밥어미가 초옥으로 저녁을 지으러 오지 않았고, 시장기가 돌던 그는 밖으로 나갔다가 사방이 온통 물바다로 변한 것을 보고 몹시 놀란다. 그 때 이언은 물바다에서 누군가 풀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기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밖으로 기어나온 뒤에야 산발한 그것이 여인임을 알게 된다. 여인은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탈진하여 쓰러지고, 그는 죽어가는 이를 가만히 둘 수 없어 들쳐 업고 집으로 돌아와 정성껏 간호해준다. 정신을 차린 여인은 자신을 밥어미의 딸이며 장악원의 기생이라 했다. 상을 차리며 이틀 동안 이언의 시중을 들었는데, 이언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고, 그날로 부부가 되기로 약조한다.

 

 

살결은 희고 뺨은 복숭아 빛이다. 눈은 보석처럼 새카맣고 앵두처럼 붉은 입술은 봉긋했다. '이 세상 사람 같지 않구나.' 이언은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다. 댕기머리를 하고 있으니 머리를 올린 것도, 시집을 간 여자도 아니다.

"어미가 장악원 상기니 너 또한 기생이 아니냐?"

"그러하옵니다."

"장악원에 있지?"

"예."

"내가 너의 머리를 얹어줄 것이다. 어떠냐?"

여자가 놀란 듯 이언을 쳐다보았다. 머리를 얹어준다는 것은 왕자의 여자가 되라는 것이다.

p.47 중에서.

 

그렇게 부용은 이언의 여자가 되었고, 이언은 이를 민씨에게 고하기 위해 경복궁으로 갔다. 조선의 왕비 민씨는 일본을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동학을 허락하자는 입장인 그녀는 동학을 반대하는 유림과도 대립하고 있었다. 민씨는 이언에게 훗날 부용과 혼례를 치뤄줄 것을 약속하며 당장은 일본의 침략을 막아야 하니 왕궁시위대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으라고 한다.

 

부용은 덕어(독일어)와 영어, 일어에 능통했다. 부용의 어머니 오씨는 조선 왕실의 고문이었던 뭴렌도르프의 하인으로 통역을 했었기에 그의 집에서 2년을 지냈다. 부용은 총명하여 뭴렌도르프가 어릴 때부터 덕어를 가르쳤고, 영사관에 와서 독일인들과 지내면서 독일어를 더욱 잘하게 되었다. 그녀는 덕국 영사관에서 하인리히 레겔이라는 사람의 통역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국은 어수선했고, 청나라와 일본의 전쟁이 임박해온다. 1894년 7월22일 일본군은 왕궁을 침범했고, 순식간에 시위대의 무장을 해제하고 이언을 연금했다. 이언과 부용, 그들에겐 위기가 닥쳐오는데...

 

130여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선을 배경으로 한 발레극이 절찬리에 상영되었는데, 조선의 왕자와 평민 소녀의 목숨을 바친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코레아의 신부>는 하인리히 레켈이 쓴 리브레토를 바탕으로 재창조한 작품으로 실제 공연된 작품이라는 소개만으로도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주인공과 동시대를 살았던 하이린히 레겔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그가 전하는 부영과 이언의 사랑 이야기는 제 3의 인물의 시선으로 회자되어서인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불안한 시대에 만나 사랑하게 된 이들이 가엾고, 안타까웠다. 책은 진한 러브스토리와 함께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을만큼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언급되어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영과 부용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지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19세기 우리나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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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잡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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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해원

1984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관공서 브로셔와 여행 가이드북, 영화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마포구 연남동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슬픈열대』는 해원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시체 청소업체와 관련한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직업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소설 속 '미래클리닝'은 이름만으로는 평범한 청소업체 같아 보이지만 살해현장의 시체들을 은밀하게 처리하는 불법 청소업체이다. 여주인공 연희는 대기업들을 비롯해 작은 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1998년 IMF 시절을 살고 있는 인물로, 갑자기 닥친 불행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비켜 가지 않는다. 운영하던 공장 문을 닫고, 큰 빚을 진 채 줄 소송에 시달리던 연희의 아버지는 결국 나무에 목을 매단 채 발견되고, 여동생 홍은이는 낙원상사 건물 붕괴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사망한다. 또 어머니는 동생이 세상을 떠났을 때 부터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리고, 요양원에서 머물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연희는 사채업자가 주선한 일자리의 면접을 보러가고, 그곳에서 '미래 클리닝'의 실상을 알게 된다. '미래 클리닝'은 살인의 증거를 인멸하는 전문 업체로 이같은 업체는 전국 60개에 달했고, '협회'라 불리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관리되었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방 안을 청소한 후에 서러움이 밀려왔지만 당장 쓸 돈도 없었던 연희는 달리 방법이 없어 정식으로 인턴 청소부가 되기로 하고 김 여사, 김성수, 장교동과 함께 온갖 범죄 현장에서 잔혹하게 죽음을 맞이한 주검들과 마주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던 성수가 주검으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연희는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데...

“사람이 죽으면 뭐가 될까요?”

교동이 비 내리는 골목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생활 쓰레기가 되죠. 그걸 치우는 게 우리 일이에요. 특수청소하고는 다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살인을 없던 일로 만드는 거예요. 시체는 치우고 현장에 남아 있는 모든 증거를 인멸하는 거죠.”

연희는 멍청하게 교동을 따라온 자신을 탓했다.

“연희 씨가 본 시체는 기술자였어요. 요샛말로 하면 킬러라고 할까. 저 녀석 칼질에 죽어 나간 사람이 한 트럭은 될 겁니다. 우리는 죽어도 싼 놈만 치워요. 여자, 어린애, 무고한 민간인 시체는 건들지 않고.”

양심적인 척해 봤자 범죄잖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P.25 중에서.

<굿잡>은 읽다보면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몰입도 높은 이야기로 금세 빠져들게 된다. 이쯤되면 자야하는데, 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몇 번 외쳤는지. 결국엔 이틀도 채 안 되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더랬다. 보험사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자살, 방화, 살인... 실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본 것만 같아 마음 한 켠이 무거워져온다. IMF시대를 실제로 겪었기에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더 실감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연희가 자기보다 더 약한 연남이를 끌어안는 모습에서는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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