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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ㅣ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평점 :

저자 양수련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성격 유형 ‘선의의 옹호자(INFJ_A)’. 혈액형 O형.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영상시나리오학을 전공했다. 잡지기자와 편집자 생활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바리스타 마환>과 <나의 도깨비, 홍제>로 만났던 양수련 작가님의 또 다른 책 <리아 가족>을 읽게 되었다. 선이 굵은 시크한 여인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고, '그들은 만나서는 안 될 가족이었다'는 문구가 강렬하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본다.
책은 두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타는 리아가 인터넷에 도우미 구인 광고를 올리고, 면접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리아는 면접을 보러온 스물 두살의 란에게 독백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삼일 전,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는 젊은 남자 조의 이야기였는데, 그가 리아를 보고 한 첫 말은 "저를, 제 목숨을 거둬주세요. 제발" 이다. 조는 입양된지 일년 만에 양부모가 갈라섰고, 여섯 살 무렵 두 번째 양부모를 만난다. 하지만 두 번째 입양도 그리 오래가진 못 했고, 그는 청소년 시설로 다시 보내어진다. 애정에 굶주렸던 조는 자신보다 열 세살이나 많은 여자에게 마음을 주지만 매정한 여자는 그의 곁을 떠나려하고, 여자를 나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뿐이었는데, 화장대 모서리에 뒷머리를 찍힌 여자는 죽고만다. 이 때, 형사인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고 살인용의자인 조를 알아본다. 사색이 된 조는 허벅지에 있는 두 개의 반점을 보여주고, 리아는 조가 자신이 낳은 아이라는 걸 알아본다.
리아는 열일 곱에 강간을 당해 쌍둥이를 낳지만 자신이 키우지 못 한다. 대인기피증에 남자라면 도망부터 치고 보는 리아에게 믿음을 준 남편 문형사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갖은 상상으로 남편을 증오하고, 그에게서 벗어나려한다. 소설은 리아로부터 맺어진 가족인 아들, 딸, 남편, 딸의 애인, 며느리, 손자까지 그들의 속사정을 밝힌다.
만약에 다음 세상이 있어서 다시 태어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말이죠. 세상 무엇에도 쓸모없어 민폐만 일삼는 이런 내게도 황송한 그런 순간이 주어진다면 말이에요. 그 때도 난 엄마의 딸로 다시 태어나길 주저하지 않을거예요. 그 때는 사랑 속에 만들어진 축복받은 아이로, 사랑받는 아이로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요. 그런 날이 내게 과연 올까요? 무엇에도 쓸모없는 비밀 같은 걸 간직한 섬뜩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진 않아요. 정녕코.
악연이라는 게 있는걸까? 가족은, 특히 부모 자식은 서로를 선택할 수 없으니 주어진 삶 안에서 맞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잘못된 인연이라면 어찌해야할까. 돌이킬 수 없고, 존재 자체가 상처라면. 보는 내내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웠다. 증오하고, 슬픈 존재지만 한편으론 원하며 애타게 그리운 가족. 개개인의 목소리로 그들의 사연을 듣고 있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이들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