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8
한진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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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진오

제주도 신화와 굿의 힘을 길어 작품을 빚어내는 문화예술가. 이십 대에 삶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신화와 굿의 매력에 빠져서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굿을 직접 사사하고 연구를 병행하면서 문학, 연극, 음악,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 예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관광이라는 렌즈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내밀한 제주의 속살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제주 동쪽>을 썼다.

 

 

내게 제주도는 그저 먼 섬일 뿐이었다. 그동안 희안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곳인데, 이번만큼은 꼭 한번 다녀오자며 남편과 크게 마음을 먹었더랬다. 우리 부부의 요는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제주를 여행 해보는거였는데, 이곳을 잘 모르는 우리에겐 떠나기 전 계획 짜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다. 제주는 처음이니 어디든 그저 괜찮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으니 힘들 수 밖에.

정신랑의 부단한 노력으로 7박8일의 제주 여행은 무사히 마쳤지만 오히려 다녀오고나니 더 알고 싶었다.

<제주동쪽>에서는 제주의 구좌읍, 남원읍, 성산읍, 우도면, 조천읍, 표선면등 제주의 동쪽 지역을 상세하게 다룬다. 저자는 제주의 굿판 속에서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20년 넘게 굿판을 전전한다. 그러는 동안 제주의 민속문화와 역사의 진면목과 만나는데, 여행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제주동쪽을 소개한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숙소에서 사흘간 머무르며 동쪽의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동쪽>에서 소개하는 스물 네 곳에서 내가 아는 곳은 고작 세 군데...나는 그야말로 소문난 관광지만 다녔나보다. 그것 또한 나쁘진 않았는데, 저자가 고르고 고른 '이 섬의 깊숙한 속살'이 참으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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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먼저 태어나 이 바다를 지켜온 일출봉은 알고 있다. 사람들이 발을 딛기 전에 태초의 창조주가 자신을 먼저 만났다는 사실을. 제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제주 창조의 여신 설문대는 바다를 도랑처럼 넘나드는 거인이었다. 섬을 다 만든 후에 그는 일출봉 기슭에 앉아 해진 옷을 기우는 바느질을 하곤 했다. 볕이 사라져서 어둑어둑해질 때면 거대한 등잔불을 밝혔는데, 일출봉 중턱의 우뚝 솟은 바위기둥 꼭대기에 등잔은 얹어놓았다고 전해온다. 사람들은 이 바위기둥을 등잔을 올려놨던 바위라는 뜻에서 '등경돌'이라고 부른다. 더러는 반짇고리를 올려놓았다며 제주 사투리를 붙여 '바농상지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4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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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을 눈 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자연의 경이로움에 그저 감탄했던 것 같은데, 이것과 함께하는 신화와 역사를 알고나니 더 마음이 간다. 다음 제주여행은 좀 더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레 연필을 집어드는 나를 발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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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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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상이 드러날수록 흥미진진해졌고, 소설의 결말엔 놀랄만한 반전이 있다. 책은 미스터리 장르로 분류되는데, 그 이름에 걸맞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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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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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카모토 아유무

1961년생,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16년 이 작품으로 제3회 가쓰시카문학상 우수상 및 추리소설 작가 시마다 소지가 선정한 제11회 장미의 도시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펫시터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 마카시마 후타. 어느날 그는 3년 전 헤어진 연인, 미사카의 부고를 알리는 '상중 엽서'를 받게 된다. 후타는 친구 유키에와 만나 과거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유키에를 만나기 이전의 여자친구인 란과 에미리까지 사망하거나 행방이 확실치 않음을 알게 된다. 후타는 펫시터 일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전 연인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 사람들 중, 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이들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 근처에 있던 이웃들 마저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심지어 에미리와 인연을 맺는데 도움을 준 '모리'는 오히려 후타를 미친사람 취급하며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상하리만큼 절묘한 상황들이 괴로웠던 후타는 자신을 자책하며 의심하기에 이르고, 그러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미사키, 에미리, 란이 에이오대학병원에 입원했었고, 후타의 세 연인을 담당했던 간호사가 '모리'였던 것이다.

 

병원에서 보안 대책 담당으로 근무하는 친구 유이치로에게 진료 기록을 보여달라고 부탁하지만 보안 등급이 높아 접근 조차 쉽지가 않다. 그리고 후타의 여자친구들을 담당했던 의사가 생식의학센터장이며 진상을 파헤칠수록 배후에는 거대한 세력이 존재하는데...

 

3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지만 읽는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수록 흥미진진해졌고, 소설의 결말엔 놀랄만한 반전이 있다. 책은 미스터리 장르로 분류되는데, 그 이름에 걸맞는 이야기였다.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결말로 끝맺을 때의 쾌감이란. 장르소설을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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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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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희 지음

 

슬픔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고통, 불안, 상실, 좌절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읽고 쓰고 있으며 그 안에 숨겨져 있을 생의 기쁨과 의미들을 찾느라 날마다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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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슬픔에 침몰되지 않고 살아남고 싶었기에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야기되는 고단함들을 어떻게든 이해해보고 싶었고 잘 버텨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것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고통과 슬픔에 자주 주목했다. 또 지난한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말들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지킬 수 있었던 태도를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p.9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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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 슬픔과 아픔에 주목하고 있는 저자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이 견뎌온 이야기를 전한다. 문장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작가가 고민했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달까. 또 이 글은 읽는동안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서 때때로 느껴지는 박탈감으로 인해 자신이 보잘 것 없고,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몽테뉴의 명언으로 스스로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우리를 위로한다. "모두 다 꽃이야"라는 말은 내게도 위로로 다가온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저자의 글에서 삶을 배우고, 또 내가 치열하게 했던 고민들을 공유하면서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싶어 위로를 받게 된다.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44편가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마다 주제가 달라서 매일 조금씩 읽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크게 공감하며 봤던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가 인용될 때면 반갑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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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고 애틋한 관계들을 변함없이 지켜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살면 살수록 영원한 관계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속한 시간과 상황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때 나눈 고민과 이야기는아득한 과거가 되고, 인생의 많은 사건과 사고들을 감당하고 겪어나가는 중에, 서로를 오해하고 원망하고 체념하는 사이, 누군가는 나를 떠나고 나 또한 누군가를 보낸다. 흩어진 인연 사이로 또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것이 삶의 한 과정임을 나는 이제 잘 받아들이고 싶다. p.23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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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욕심 많던 내게 흘러가는 인연은 스트레스였고, 아팠고 또 부정하고 싶었다. 그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좀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나 또한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의 삶과 인연을 자연스레 놓아두려 한다. 이 또한 삶의 과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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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친 이웃집 여자 디즈니의 악당들 6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정다은 옮김 / 라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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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작법으로 유명한 만화 작가이자 소설가. 기존의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해 공포와 아름다움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는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쓴 소설이다. 디즈니 명작 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악당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스핀오프를 완성했다. 다크한 캐릭터들이 내뿜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디즈니 세계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악당들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개를 훔친 이웃집 여자>는 악당 크루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크루엘라의 성장과정을 비롯해 그녀가 모피에 집착하게 된 이유와 반반 머리를 하게 된 사연까지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크루엘라의 엄마는 세련된 옷에 애착이 강해서 늘 최신 유행하는 옷을 멋스럽게 빼입고 다녔는데, 약속이 많아 늘 바빴다. 매일 한 시간정도 크루엘라에게 온전히 집중했는데, 사실 그마저도 제3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여의치 않다. 하지만 어린 크루엘라에겐 하루 중, 그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그 누구의 관심보다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던 크루엘라는 엄마에게 모피 코트를 선물받고 무척 기뻐한다.

 

"똑딱똑딱, 달링! 영원히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이건만. 내 얘기를 해주면서 내가 딱 그러고 있네? 이제부터는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들려줄거야, 달링. 5년 후, 그러니까 내가 열여섯 살이었던 해 여름으로 가보자고. 내 인생이 영원히,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마구 뒤바뀐 때로 말이야. p.67 중에서."

 

책에서는 크루엘라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디즈니의 유명한 이야기들 중, 주인공이 아닌 악역이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니. 독특한 발상과 기발한 설정부터 이미 흥미롭다. 이미 주목받아 온 인물이 아닌 그 인물을 괴롭히던 악역들의 삶을 조명하는데, 크루엘라의 삶은 어쩐지 가련하고,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녀가 열여섯 살 되던 해, 아버지의 죽음은 그녀의 삶을 바꿔놓는데...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 <101마리의 달마시안> 속, 크루엘라는 그저 나쁜 아줌마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나면 그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 해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나쁜 행동까지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책을 읽고 느낀 건 날 때부터 악당은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숱하게 봐왔던 악당들에게도 사연은 있다고 생각하니 짠하면서도 재미있다. <개를 훔친 이웃집 여자>는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에서 여섯번 째 책이라는데, 문득 다른 악당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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