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한진오
제주도 신화와 굿의 힘을 길어 작품을 빚어내는 문화예술가. 이십 대에 삶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신화와 굿의 매력에 빠져서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굿을 직접 사사하고 연구를 병행하면서 문학, 연극, 음악,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 예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관광이라는 렌즈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내밀한 제주의 속살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제주 동쪽>을 썼다.


내게 제주도는 그저 먼 섬일 뿐이었다. 그동안 희안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곳인데, 이번만큼은 꼭 한번 다녀오자며 남편과 크게 마음을 먹었더랬다. 우리 부부의 요는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제주를 여행 해보는거였는데, 이곳을 잘 모르는 우리에겐 떠나기 전 계획 짜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다. 제주는 처음이니 어디든 그저 괜찮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으니 힘들 수 밖에.
정신랑의 부단한 노력으로 7박8일의 제주 여행은 무사히 마쳤지만 오히려 다녀오고나니 더 알고 싶었다.
<제주동쪽>에서는 제주의 구좌읍, 남원읍, 성산읍, 우도면, 조천읍, 표선면등 제주의 동쪽 지역을 상세하게 다룬다. 저자는 제주의 굿판 속에서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20년 넘게 굿판을 전전한다. 그러는 동안 제주의 민속문화와 역사의 진면목과 만나는데, 여행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제주동쪽을 소개한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숙소에서 사흘간 머무르며 동쪽의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동쪽>에서 소개하는 스물 네 곳에서 내가 아는 곳은 고작 세 군데...나는 그야말로 소문난 관광지만 다녔나보다. 그것 또한 나쁘진 않았는데, 저자가 고르고 고른 '이 섬의 깊숙한 속살'이 참으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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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먼저 태어나 이 바다를 지켜온 일출봉은 알고 있다. 사람들이 발을 딛기 전에 태초의 창조주가 자신을 먼저 만났다는 사실을. 제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제주 창조의 여신 설문대는 바다를 도랑처럼 넘나드는 거인이었다. 섬을 다 만든 후에 그는 일출봉 기슭에 앉아 해진 옷을 기우는 바느질을 하곤 했다. 볕이 사라져서 어둑어둑해질 때면 거대한 등잔불을 밝혔는데, 일출봉 중턱의 우뚝 솟은 바위기둥 꼭대기에 등잔은 얹어놓았다고 전해온다. 사람들은 이 바위기둥을 등잔을 올려놨던 바위라는 뜻에서 '등경돌'이라고 부른다. 더러는 반짇고리를 올려놓았다며 제주 사투리를 붙여 '바농상지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4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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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을 눈 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자연의 경이로움에 그저 감탄했던 것 같은데, 이것과 함께하는 신화와 역사를 알고나니 더 마음이 간다. 다음 제주여행은 좀 더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레 연필을 집어드는 나를 발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