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고개 비화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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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해로

공포소설의 영역에서 박해로 작가는 넓게 파는 것보다 깊게 파는 것이야말로 창작의 진가라 자부하며, 가상의 지역 섭주를 무대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장르를 개발해냈고 영역의 심화에 몰입하는 중이다.

 

 

<외눈고개 비화>는 <섭주>로 한번 만났던 박해로 작가의 책이기에 출간부터 관심이 많던 책이다. 범상치 않은 표지의 그림과 색감, 조선 SF 호러 연작 소설이라는 글귀가 눈에 뛴다. 책은 미래의 모습을 예언과 그림으로 담은 비밀스러운 책 가운데 하나지만 세종 20년(1438년)에 건국신화를 부정하고 백성들을 미혹시킨다 하여 금서 처분을 받게 된 <귀경잡록>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우주의 별천지에서 인간 세상을 염탐하러 내려온 존재 원린자. 그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존재해왔고 미래에도 사멸하지 않는다. 제각기 추구하는 목적 하에 인간들을 감시해왔고 귀신의 이름을 차용해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고 다닌다. 인간을 식량으로 쓰기 위해, 혹은 인간과 교류하기 위해, 혹은 인간 해부학문을 완성하기 위해......

P.36 중에서.

 

과거에 급제해 사또가 된 선규를 친구 김정겸은 40년 만에 찾아온다. 정겸은 '서자'로 태어나 배다른 형들의 미움을 받았고, 서얼로서의 사회적 재제도 받아야 했다. 집안 대소사와 유산상속에서 소외되었고, 과거시험에도 자격을 제한 당했다. 부친의 초상을 치른 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 장터 구석에서 쓰러져 피를 흘리는 노인을 돕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정겸은 감옥에 갇히고, 그곳에서 반혁을 도모하는 안지천과 만나게 된다. 안지천은 정겸에게 함께 갈 것을 권하는데...

 

정겸은 선규에게 40년 전 외눈고개라는 비경에서 겪은 악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술술 읽히는데,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이계의 병기가 묻혀있다는 외눈고개비경에서 정겸이 겪는 이야기는 공포스러우면서도 이어질 이야기에 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또 당대의 악명 높은 '예언서'라는 독특한 소재와 조선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공포이야기는 흥미진진한 한편의 사극물을 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초능력, 무덤에서 되살아나는 존재, 비행접시, 반인반수 등 초자연적이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외눈고개 비화>가 제격일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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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국어 공부 : 표현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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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남영신

 

공무원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언어 바로 쓰기 교육,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바로 쓰기 교육을 했고, 이제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시를 이용한 국어 교육을 시작하려 한다.

 

<시로 국어 공부> 시리즈는 문법편, 조사어미편, 표현편 등 총 3권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에 읽게 된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은 1장 시로 어휘 공부, 2장 시로 관용구 익히기, 3장 시로 수사법 익히기로 이루어져있다. 사실, 나는 시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국어 공부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 '시로 국어 공부'라는 책의 제목이 조금 평범하게 다가왔다. 한편으론 책이 기존의 학습과 구분될 만한 특별한 것을 이야기 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던 것 같다.

저자는 일상에서는 별로 쓰지 않지만 시인이 씀으로써 생명력을 불어넣은 단어들에 주목했다고 한다. 항간에서 사어라 규정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고 잘 갈고닦아 사용해야 할 만한 단어들을 골랐다고 하는데, 책 속의 단어들은 생소하면서도 더러는 예쁘단 생각이 들었다. 사어로 잊혀지기 아까울만큼.

 


 

[골붉다]

단풍이 드는 나무의 여러 잎 중에서 다른 잎은 아직 색이 그대로인데 먼저 변하여 붉다. 9월 즈음에 먼저 붉은색으로 일찍 변하는 나뭇잎을 묘사할 때 쓰는 말이다.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억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2장에서는 관용구에 대해 다룬다. 관용구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를 말한다. 책은 기능에 따라 쓰이는 조사나 어미가 아닌 어떠한 표현을 할 때 관행적으로 붙는 조사나 어미를 제시한다. 조사나 어미의 잘못된 사용으로 문장 전체가 어색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자주 사용되는 관용구나 표현을 알아두는 것은 언어 생활에 무척 유용할 것 같다.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은 시를 통해 몰랐던 어휘나 관용구 또 시의 표현법을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으면 특히나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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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국어 공부 : 표현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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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몰랐던 어휘와 관용구를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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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
정명섭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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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명섭, 김이환, 범유진, 홍선주

네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네 편의 이야기. <겨울이 죽었다>, <어느 멋진 날>, <비릿하고 찬란하>, <오늘의 이불킥>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늘은 2023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이루어진 날이다. 늘 그렇듯 일, 이점의 점수에 희비가 엇갈렸을테고 그마저도 상관없는 무심한 수험생도 존재할 것이다.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험이라는 타이틀 아래 많은 학생들이 줄세워진다. 어쩌면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시험이라는 굴레 안에서 무시될 수도 있는 수험생들의 현실은 우리가 좀 들여봐줘야하지 않을까?

 

#겨울이죽었다

일반계에 진학한 가을과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한 겨울, 가을의 쌍둥이 동생인 겨울은 현장실습으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의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SAVE 팀’ 콜센터에 배정된다. 근무 중, 겨울은 사수에게 회사가 콜 수를 강요하는 걸 멈춰 달라고, 그건 명백한 계약위반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결국 밤 열한시가 넘도록 연락이 되지 않던 10월의 마지막 날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렇게 겨울은 죽었다. 겨울의 죽음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말하지 않았다. 가을은 1인 시위에 나서지만 동생의 죽음은 뒤로 한 채 수능 이야기를 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다. 부모님이 회사가 제시한 합의금을 받기로 빠르게 결정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되고, 가을은 신성한 수능 날에 죽음으로 싸우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겨울이 죽었다. 이제 겨울은 겨울에 붕어빵을 먹지 못한다. 그런데도 11월이, 겨울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모두가 겨울을 잊어버렸기 때문인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내일 수능시험이 진행되는 중에,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로.

p.15 중에서.

이어지는 세 편의 이야기도 수험생들의 팍팍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소설 속 치열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마무리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차갑고, 냉정한 현실 속에서 오늘을 살고 있지만 마냥 그것이 전부는 아니기에. 현실이 그렇듯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전해지는 메세지가 뭉클하면서도 따뜻하다. 살아보니 찰나고, 당시에는 분명 진지하게 힘들었지만 또 지나간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티고 나니 자라있다, 내가. 수험생들이 오늘을 잘 견디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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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글쓰기 -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문장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명숙 옮김 / 북바이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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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버지니아 울프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 질환을 앓으면서도 다양한 소설 기법을 실험하여 현대문학에 이바지하는 한편 평화주의자, 페미니즘 비평가로 이름을 알렸다

 

엮고 옮긴이 박명숙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보르도 제3대학교에서 언어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파리 소르본대학교에서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을 공부하고 몰리에르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배재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출판기획자와 불어와 영어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던 학부 시절 처음 만나게 되었던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과 도전적이면서도 참신했던 문학적 시도는 스무 살 남짓의 내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땐 더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문득, 불혹의 나이에 가까운 지금 내게 '버지니아 울프'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여성의 글쓰기'를 넘어서는 '여성과 글쓰기', 즉 단지 여성이 글을 쓰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여성의 삶 자체, 생존과 존재의 문제이다. 글쓰기란 결국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일이며, 그 치열한 과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곧 문학이기 때문이다.

p.13 중에서.

 

 

<여성과 글쓰기>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7편과 그녀의 명문장 350개가 담겨 있다. 1부에서는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인 <자기만의 방>을 비롯해 <여성의 직업>, <여성과 픽션>, <소설의 여성적 분위기>, <여성 소설가들>, <여성과 여가>, <여성의 지적능력> 총 7편의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 2부는 <버지니아 울프, 나는 누구인가>,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소설>, <자기만의 방과 그 밖의 에세이>,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레너드에게 남긴 버지니아의 마지막 편지> 등의 명문장이 담겨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다소 어렵고 난해한 작가로 여겨지는 데는 작가의 대표적 문학적 특성(일종의 트레이드마크)인 '의식의 흐름' 기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문득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던 국내 작가 박태원이 떠오른다. 당시 지식인이었던 구보씨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서술해 그가 바라보는 일제 식민지의 모습과 당시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작품인데, 버지니아 울프도 이 기법을 통해 불완전한 생각과 감정, 감각적 인상, 다듬어지지 않은 문법 등을 펼쳐 보인다고 한다. 인물들의 내면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표현하면서 버지니아 울프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완전한 감정 조차 우리의 삶의 일부인데, 이것을 이러한 방법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점이 탄성을 자아낸다.       

                      

"아, 우린 지금 말도 안되는 소리만 하고 있어요," 캐서린이 말했다. (...) "아마 10년 후에는 그렇게 터무니없다고 생각되지 않을 거다." 힐버리 부인이 말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캐서린, 넌 훗날 지금을 돌아보게 될 거야. 네가 말한 바보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될 거라고. 그리고 네 인생이 그런 것들 위에 쌓아 올려졌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우리 인생에서 최고의 것은 우리가 사랑할 때에 하는 말들 위에 만들어진 거야. 그건 터무니없는 게 아니야, 캐서린," 그녀는 힘주어 말했다. "그것이 진실이고, 유일한 진실이란다."

p.333 중에서.

 

2부에 담겨있는 명문장들은 다소 난해한 듯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울림을 준다. 이것이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힘이겠지. 시간을 두고 좀 더 찬찬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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