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트 샤인
제시카 정 지음, 강나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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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시카 정

솔로 가수이자 패션 디자이너 및 사업가, 세계적인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제시카가 미국에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샤인』은 그녀의 첫 번째 작품으로, 케이 팝 스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동시에 전부를 포기할 수도 있는 열여덟 살 소녀의 삶을 그려냈다.

 

<샤인>이 주인공 레이첼의 연습생 시절을 다루고 있다면 후속작인 <브라이트>는 그녀가 '걸스 포레버'로 데뷔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녀 레이첼은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치열한 삶을 살다가 데뷔하고, 드디어 꿈을 이루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다.

 

저요, 이제 막 미국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레이첼처럼요.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는데, 레이첼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걸 보면 좀 덜 외로워요. 레이첼은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저도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제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거란 기분이 들어요. 정말 레이첼 덕분에 내 인생이 바뀌었어요.

p.9 중에서.

 

전편에서 레이첼과 미나는 보이그룹 넥스트 보이즈를 떠나 솔로활동을 하게 된 제이슨 리의 완벽한 홍보도구로 이용되었는데, 걸스 포레버가 데뷔한 후 삼각관계 쇼에서 얻을 걸 다 얻었다고 판단한 DB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가짜 화해 장면을 연출해 모든 소문을 잠재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레이첼은 제이슨과 사이가 나빠지지만 이후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각자의 바쁜 스케쥴로 인해 서로에게 소원해졌고, 결국 헤어진다. 걸스 포레버는 세계 최정상 걸그룹으로 성장하고, 전성기를 누리지만 이 직업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레이첼은 케이팝 스타 이후의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브라이트>에서는 레이첼을 중심으로 새로운 꿈, 사랑, 우정, 동료 간 질투와 배신, 소속사의 모략 등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솔로 여가수가 있는데, 그녀는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고, 나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갈 무렵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인해 그동안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실제 사건을 기사로 읽고, 또 소설로 보고 있노라니 연예인으로 살아가는게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레이첼이 저자인 제시카 정과 무척 닮아있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면서 옷을 좋아하는 모습 그리고 전 그룹의 멤버 수가 아홉 명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또 레이첼과 같은 직업을 가지게 되는 동생 레아를 보니 자연스레 저자의 동생인 크리스탈이 떠오르기도 한다. 소설에서 레이첼이 겪는 일과 느끼는 감정들을 읽고 있으니 저자의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 듯하다. <샤인>과 <브라이트> 한 케이팝 스타의 흥미진진한 성장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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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 제시카 소설 데뷔작 샤인
제시카 정 지음, 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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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시카 정

솔로 가수이자 패션 디자이너 및 사업가, 세계적인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제시카가 미국에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샤인』은 그녀의 첫 번째 작품으로, 케이 팝 스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동시에 전부를 포기할 수도 있는 열여덟 살 소녀의 삶을 그려냈다.

 

 

케이팝 가수를 꿈꾸는 레이첼은 DB 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 된다. 평일에는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고,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만 연습생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시작한 그녀의 연습생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다. 게다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과 미국식 마인드를 가졌다는 점이 더해지며 연습생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고, 타 연습생들에 비해 많은 혜택이 주어졌다는 소문이 나면서 '레이첼 공주'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레이첼은 처음 열린 대면식에서 선배 연습생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해야 한다는 규칙을 몰랐고, 또래인 미나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매몰차게 거절 당한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앙숙이 된다.

 

하지만 레이첼에겐 처음 만난 날부터 죽이 잘 맞는 아카리가 있었고, 멘토이자 친언니 같은 유진언니도 있다. 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고군분투하던 중, 미나와 미디어 트레이닝 수업에서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그런 미나가 무슨 꿍꿍이속인지 레이첼을 연습생 숙소에 초대하고, 야간 연습에 미래가 달려있다는 노 대표의 말은 그녀를 행동하게 한다. 레이첼은 늘 연습생 생활이 잘 풀리지 않을 때를 염려하는 엄마에게 입시 대비 스터디를 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선다. 그 시각, 숙소에서는 연습 모임이 아닌 파티가 열렸고, 그녀는 넥스트 보이즈의 제이슨 리를 만나게 된다. 미나가 건넨 샴페인을 마시고, 잠에 빠진 레이첼은 월말 평가일에 늦는 실수를 저지른다. 퍼포먼스 무대는 최악이었다는 혹평을 받는다. 레이첼은 실수를 만회하고, 제이슨과 듀엣곡을 부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자신의 힘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에 사는 여성이라면 더 중요하죠. 자기 자신이 아니면 누가 응원의 말을 해주겠습니까? 아무도 없죠. 독립적인 인간이 되는 것,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아는 것, 그 일을 해내는 것은 전부 본인에게 달렸습니다.

P.226, '해녀의 말' 중에서.

 

한 해에 배출되는 연습생들 수는 어마어마한데, 실제 가수 데뷔로 이어지는 이들은 극히 일부라고 한다. 어떻게든 외모와 실력을 인정받아 데뷔를 해야하기에, 그들은 이른 나이부터 빡빡한 스케쥴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소설은 주인공 레이첼을 통해 케이팝 아이돌의 실상을 잘 그려낸다. 좋아지려는 감정을 억누르며 연애도 참아내야 하고, 기획사가 수시로 바꾸는 스케쥴에도 부당하다는 표현을 하기 쉽지 않다. 또 최초 계약서 작성시 7년이라는 기간 외에 3년 재연장이라는 조항도 있어서 아이돌로서 성공을 거두더라도 쉽사리 다른 기획사로 옮길 수 없다. 또 여자 아이돌의 경우는 남자 아이돌에 비해 따르는 제약이 더 많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 연예인은 특히 이미지가 중요한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다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실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을만큼 자세히 표현되어 있는데,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많은 고충이 따르는 아이돌 이면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케이팝은 세계 여러 나라에 한류붐을 일으켰고, 덩달아 우리나라의 다양한 면을 알리기도 했다. 또 이를 통해 창출해 낸 수익도 무척 많을텐데...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에 한번쯤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케이팝 문화가 되길 기대한다. <샤인>의 후속작인 <브라이트>에서는 레이첼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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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김상수 - 부암동 카페냥 김상수 상무님의 안 부지런한 하루
김은혜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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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은혜

부암동에서 교육원과 함께 카페무네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이름인 ‘무네’는 그의 이름인 ‘김은혜(기무네)’를 빨리 발음한 것으로, 일본어로 ‘마음’을 뜻한다. 그 카페에 고양이 상수가 살고 있다. 저자는 어쩌다 보니 사장이지만 상무님을 슈퍼갑으로 모시고 있으며, 상수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고양이로 만드는 게 목표다.

 

 

살짝 쳐진 눈꼬리에 순둥순둥한 치즈냥, 표지 속 냥이를 한참을 쳐다봤더랬다. 어느새 미소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주인공이 김상수같은데, 김상수가 누구지? 설마 이 고양이?? 귀여운 외모와 정감가는 이름이 희안하게 아주 잘 어울리는 카페냥 상수. 저자는 손님과의 친화력이 남다른 상수에게 상무라는 직책과 영업팀을 맡겼다고 한다. 상수는 원주인들에게 파양당했고, 돌고 돌아 지금의 저자를 만나게 된다. 그 어떤 마음보다 설레는 마음이 컸다는 저자의 말이 어찌나 공감가던지. 나는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이다. 꼬미, 요미 두 고양이는 상수 못지 않게 존재만으로도 귀여움 그 자체인 생명체들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길냥이 엄마와 헤어져 아파트 화단에 버려졌다던 꼬미, 길냥이 엄마를 거두자마자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된 이의 분양으로 만나게 된 요미. 그렇게 만난 두 고양이들은 내게 설레임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책에는 저자가 상수를 생각하며 쓴 글과 또 이런 상수를 보며 느끼고, 깨달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인듯 싶다가도 냥이와 함께하고 있는 혹은 함께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상수의 소유물은 단지 이름표뿐이다. 심지어 그 이름표마저도 풀어주는 것을 좋아하니 이 녀석 진정한 무소유가 아닌가. 가진 것은 사람이 더 많은데 목줄 하나 달고 있는 상수를 부러워하다니 뭔가 이상하다.

p.174-175 중에서.

 

에세이 치고는 독특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동물 이야기를 다뤘다고 하기엔 책 곳곳에 우리의 이야기들이 많이 녹아있다. 관계, 공간의 힘, 쉼, 비교와 경험, 사랑의 언어, 마음의 방향 등 지금도 끊임없이 하고 있는 나의 고민들을 다루고 있어, 종이가 뚫릴 듯한 기세로 집중해서 보게 된다. 저자는 나와 무척 닮은 사람인 것 같아서 글을 읽는 내내 편안하고, 좋았다.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힘들 때가 많았는데, 책이 말해주는 방향이 위로가 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받아들이기엔 결코 쉽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리해보자 스스로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여본다.

 

책 중간에 담겨있는 상수의 사진은 보고, 또 볼 만큼 매력이 넘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부암동 카페를 찾아나서고 싶은 심정이다. 위로받고 싶은 날이면 다시 펼쳐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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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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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와무라 이치

1979년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괴담과 호러 작품을 좋아했던 사와무라 이치는 오사카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밤, 바짝 긴장해서 읽을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데 <예언의 섬>의 범상치 않은 표지 그림과 빨간 띠지에 시선이 한참 머무른다. 미야베 마유키의 극찬을 받았다고도 하는데, 다 읽고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소설은 블랙 기업에서 상사의 악의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시도한 소사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일을 관두고, 본가에 돌아와서도 열등감과 패배감,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소사쿠와 어릴 때부터 친구인 아마미야 준과 미사키 하루오는 위기에 처한 친구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이들 셋은 기분 전환 겸 심령장소인 무쿠이 섬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는데, 하루오가 여행지로 무쿠이 섬을 정한 건 이 섬에 관한 예언때문이다.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에 걸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는 죽기 전, 8월25일부터 26일 새벽에 걸쳐 무쿠이 섬에서 여섯 명이 죽는다는 예언을 남긴다.

 

 

내 목숨이 끊어지고 20년 후, 저 너머의 섬에서 참극이 일어나리라. 원령의 복수인가 저주인가 재앙인가, 구원은 눈물의 비에 가로막히리라. 바다의 밑바닥에서 뻗어 나오는 손, 살아 있는 피를 마시는 길고 새카만 벌레. 산을 기어 내려오는 죽음의 손, 그림자가 있는 피에 물든 칼날, 다음 날 새벽을 기다리지 않고, 여섯 영혼이 명부로 떨어지로라.

p.52 중에서.

 

이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지만 예언이 적중할지에 대한 호기심때문에 무쿠이 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처음 예약했던 숙소 무쿠이장에서는 원령이 내려온다는 이유로 숙박을 거절당하고, 섬에서 만난 한 노파는 준과 소사쿠를 보며 촬영하러 왔냐는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다. 결국 준 일행은 민박 아소에서 묵기로 하고, 그곳에서 아키코와 신타로, 가즈미, 다치바나, 레이코 등 민박에 묵는 일행을 만나 자기 소개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후 방으로 들어와 깜빡 잠이 든 준은 다급한 소리에 깨어난다. 밖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데 하루오가 없어진 것이다. 이들은 하루오를 찾아나서고, 선착장 앞바다에서 죽은 그를 발견하는데...

 

8월25일 무쿠이섬에서는 우쓰기 유코의 예언처럼 사람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원령의 정체는 사람들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가고, 아무리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 섬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걸까? 소설은 읽을수록 빠져들었고,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서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또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은 충격에 가까웠는데 '미스터리' 장르라는 말과 어울릴 만한 엔딩이었던 것 같다. 원했던 느낌에 부합하는 소설이었고, 읽는 내내 긴장감이 넘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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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니아
최공의 지음 / 요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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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공의

1998년 경기도 양평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해 대학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 중이다. 죽음과 인생의 의미, 꿈에 대해 생각하다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무엇을 하지 않은 게 가장 후회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에 대한 답으로,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책으로 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될 것 같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오니아>는 뛰어난 인공지능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로 인공지능으로 운행하는 대중교통부터 이동통신, 의료, 산업, 노동, 경영까지, 거의 모든 사업에 필요한 인공지능을 개발, 관리하고 있다. 모든게 인공지능화 된 사회에서 인간은 설 자리를 잃어간다.

 

레인은 역무원을 바라보았다. 푸른 빛이 감도는 그는 레인의 반응을 기다리며 애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레인은 머릿속이 읽힌 것 같아 소름 끼쳤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감성을 드러낼 만큼 미숙하지 않았다. 살짝 튀어나온 적개심을 감추기 위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P.14 중에서.

 

노인인 레인은 아이오니의 야간 경비 파트에 지원해 면접을 본다. 면접관인 레이철은 '인공지능'에 관한 생각을 묻고, 이것에 관해 대답하던 레인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는 레이철에게 고귀한 무언가를 느껴 그것을 전하려고 애쓴다. 만족스럽게 대화한 레인은 면접을 마치고 나오던 중, 1층 안내데스크에서 한 직원을 만난다. 직원에겐 이상하리만큼 차가움이 느껴졌고, 그녀의 이름을 묻는다. 직원의 이름은 레이철이다. 레이철은 레인이 면접에서 최종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의 집 앞으로 찾아온다. 그녀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상사로 두고 하라는 대로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레인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그래, 자네 말대로 밥의 책임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잘못이겠지. 인공지능 서비를 더 선호했고, 인공지능이 만든 제품을 더 좋아했고,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을 더 신뢰했으니까. 망할 인공지능이 우리의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P.35 중에서.

 

소설은 자유의지와 생명을 지녔지만 애당초 인간이 아닌 존재인 인공의식과 늙고, 나약한 인간. 이 두 존재를 병치한다. 작품 속 이야기가 멀지 않은 미래 사회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기 전, 막연한 상상에 불과했던 공상(?)을 할 때가 있었다. 그 상상이 실현된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초등학생 때, 미래에는 걸어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가 나올거라 생각하며 과학상상글짓기에서 글을 썼던 기억이 떠오른다. 글에서 썼던 이야기를 넘어선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집에 있는 인공지능 '아리'에게 매일 날씨를 묻고, 라디오를 틀어달라고 말하는 삶이 일상이 되었을 만큼 익숙해져간다. 인간을 넘어서 존재가 개발된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늘 지배자의 위치에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긍정적인 면만을 떠올렸는데, 소설 속 엑스와 레인의 모습을 보니 겁이 나기도 한다. 한편으론,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고 해도 지배를 당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능이 도구 이상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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