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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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강유

2008년 시집 '1인칭 시점'으로 데뷔했다. 시사문단 신인상, 현대시문학 디카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청년문학예술회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풀벌레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올 때면 가을이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고향을 떠나와 타지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나는 이 맘 때가 되면 그립던 것들을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말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들이 위로가 될 것 같아 시집을 펼쳐보기로 한다.

 

 

시를 읽다보니 그리운 감정이, 보고 싶은 마음이 진해진다, <바라만 봐도 닮는 것>은 시인이 삶 속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시집이다. 사랑, 그리움, 할머니, 엄마, 슬픔, 외로움 등의 감정이 다양한 색깔로 표현되고 있다.

사람은 감정의 물감이다.

언제는 빨갛게 달아오르다가도

이내 새까만 검정색이 된다.

좋게 말하면

빛이 나는 무지개 일 수도

또는

불필요한 변덕일 수도

그런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시를 통해 위로를 건넨다.

'시인의 말'중에서

여느 시집을 읽어도 그렇듯 모든 시들이 전부 공감이 되는 건 아니다. '이런 마음까지 들려나',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읽은 시도 있고, 혹은 '꼭 내 마음같네', '나도 아프다'처럼 화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공감하게 되는 시들도 있다. 한참 시선이 머물렀던 작품은 어머니에 관한 시였는데, '추억은 감옥 같다'는 표현이 마음 아프면서도 내게도 꼭 그러했다.

엄마가 그리운 밤

장롱 속, 옷을 꺼내본다.

아직 남은 채취가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흔적이다.

잊지 않아

아직 잊히지 않았다.

밤하늘의 별을

좋아했던 이유는

엄마가 별이 되어서였나.

내게 추억은 감옥과도 같다.

매년 이맘때마다

거기에 갇혀 헤어 나오질 못하니.

누가 공중에 슬픔을 매달았나.

견디는 건

언제나 내 몫잇데.

p.104, '그리운 밤' 중에서.

별이 된 아빠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아빠가 떠난 이맘때가 되면 곧잘 추억 속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곤 한다. 그런 아빠는 내가 잊지 않아 아직 잊히지 않았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라 생각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받은 것 중 가장 큰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자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무엇이라는 것을

p.132, '것' 중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무엇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서로를 애틋해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낸 시를 읽고 싶은 어느날이라면, 펼쳐봐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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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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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시카와 히로시카

일본 아동. 청소년 문학 작가이자 소설가. 여자미술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했다. 주요 저서로 <묘지기 레오> <묘지기 레오, 뷰티풀 월드> <메이드 인 열네 살>이 있다.





외딴 마을 변두리에 문을 연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이곳에서는 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대여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원하는 '외모'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희망하는 외모를 대여할 수 있다는 설정이 독특하면서도 흥미롭다.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고, 누구나 한번 쯤은 꿈꿔볼 수 있는 일이기에 소재를 보자마자 끌렸던 소설이다.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외모 대여점에는 점장 안지와 직원인 사와카, 마토, 호노카, 구레하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은 사실 인간으로 둔갑한 변신 여우이다. 그들이 지닌 둔갑술은 외모를 바꿔주는 능력으로 저마다 사연을 가진 손님들에게 원하는 외모를 제공한다.



내게 변신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글쎄. 뽀얗고 매끄러운 피부에 또렷하고 이쁜 이목구비의 얼굴을 지녀 보고 싶지만 '내가 아닌 채로의 나'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반면에 이왕 사는 인생인데, 화려하고 예쁜 외모로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외모 대여점>에는 열 명의 손님이 가게를 찾아온다. 외모를 대여하는 원리는, 쉽게 말해 변신 여우와 외모를 대여하는 손님의 혼을 맞바꾸는 것이다. 외모 대여는 범죄 행위에 이용하면 안 되고,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 열 명의 손님 중에 아동 폭력에 처한 아이를 돕기 위해 성인의 외모를 대여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도움을 청할 어른도, 도와줄 어른도 존재하지 않는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이 강하게 밀려온다.



엉뚱하지만 기발한 발상의 <외모 대여점>으로 덩달아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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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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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가와카미 데쓰야

서점을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전역의 서점을 취재해 <서점에서 정말 있었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로 엮었다. 광고 에이전시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다가 독립했고, 2008년 비즈니스 서적을 중심으로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책 냄새가 좋아 서점이나 도서관을 일부러 들를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책 냄새가 폴폴 풍기는 조용한 곳에서 세상의 이야기를 망라한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일본의 효고현에서 실제로 운영 중인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 고바야시 유미코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된 소설이다. ​



유미코 씨와 대화하면 살아 있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나여도. 어느샌가 고바야시 서점은 나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p.115 중에서



5년전, 대형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오모리 리카는 2박3일의 신입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다. 되도록 사람을 적게 만나는 일이 좋지만 그녀는 오사카 지사 영업부로 배정받고, 도쿄를 떠나 혼자 살게 된다. 외딴 곳에서의 영업부 업무는 막막하고, 두렵기만 할 듯 하다. 첫 출근 후, 지사장의 지시로 고바야시 서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유미코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유미코의 조언은 오모리 리카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드는데......



출판유통회사에 갓 입사한 오모리 리카와 유미코의 에피소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소설에 나오는 사건들이 강렬하고 인상 깊은 건 아니지만 서점 업무를 통해 고민하고, 또 조언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어 정감이 간다.



살면서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하는 일마다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 들 때 유리코처럼 조언해주는 이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유리코처럼 나은 방향으로 조언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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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관계 심리학
함광성 지음 / 웨일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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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함광성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어바웃 심리상담센터 대표이다. 10년 동안 많은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고, 최근에는 슈퍼바이저로서 상담자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섬세하고 다정한 상담사로 “상처는 빨리 치료할수록 좋다”라고 말하며, 내담자들이 심리상담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준다. ‘부드럽고 단단하게’를 삶의 태도로 삼고 있는 저자는 타인에게 관대한 만큼 나에게도 관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나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어른이면 모든 게 괜찮고, 안정적일 줄만 알았는데, 막상 커보니 2,30대 나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어쩌면 살아가는 내내 고민하게 될 부분 중 하나가 '관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다르기때문에 오해와 갈등을 빚는다. 최근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해 속에 서로를 아끼던 이들과의 모임은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곯은 것들을 꺼내어 놓고, 힘든 감정은 훌훌 털어버리길 원했지만 결과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꽤 오래 속상했고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후회와 함께 죄책감이 밀려왔다. 묵은 감정들을 불필요하게 이야기했나 싶어서. 그런 때에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없다>를 읽게 되었는데, 제목부터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남 탓보다는 내 탓이 자연스럽고 습관적인 자책은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사람들, 즉 나처럼 타인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차갑고 엄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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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순 2022-12-2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맞는 말입니다.. 글 너무 잘 쓰셨네요! ㅎㅎ 🙌👏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는 제목만으로도 너무 힐링 됐어서 저도 바로 구입해서 후루룩 읽은 책이에요 ㅋㅋㅋㅋ 이번에 비슷한 맥락으로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도 훅 꽂히더라구요 지금 예약 판매 중이던데 바로 장바구니 담아놓고 내일 배송 오는 거 기다리고 있습니다 ㅜㅜ
 
조개 이야기 - 해양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아르볼 상상나무 12
헬렌 스케일스 지음, 소니아 풀리도 그림, 김아림 옮김, 이상화 감수 / 아르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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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헬렌 스케일스

사람, 과학, 생물 세계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해양 생물학자입니다. 스케일스는 《가디언》,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 사이언티스트》 등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인 《시간의 나선 Spirals in Time》을 쓴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해양 보호 자선 단체인 ‘씨 체인저스’에서 과학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다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족은 일년에 서너번은 으레 바다를 다녀오곤 한다. 한여름 뙤약볕이 버거워 웬만하면 가을이나 봄에 들르는 편인데, 그 땐 물이 너무 차가워 해수욕을 하기 어려운 시기이다. 그래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거나 조개나 고동을 주우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서 깔깔거리곤 한다. 예쁘게 생긴 조개 껍질은 집으로 가져와서 어항 장식으로 사용하거나 놀이를 할 때 쓰기도 한다. 책은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각기 다르게 생긴 조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학교 해부학 실험시간, 개구리를 해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조개를 해부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뼈 대신 껍데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연체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 땐 지루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인간과는 다른 구조를 가진 생명체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무심결에 지나쳤던 조개와 달팽이는 연체동물이며 연체동물의 껍데기 무늬는 똑같은게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 사람이 지문으로 개인을 식별하듯 조개는 껍데기가 개체를 식별하는 고유의 신분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꽤 흥미로웠다.

 

껍데기가 달팽이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까요?

여러분의 정원이나 공원에 사는 달팽이들은 사실 바닷속에 사는 바다달팽이들의 먼 친척이랍니다. 여러분은 이 달팽이들이 원래 바다에 살았다가 육지로 이사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그렇게 해서 오늘날에는 육지의 강물이나 연못에 살아요.

p.30 중에서.

 

<조개 이야기>는 조개부터 달팽이까지 연체동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큼지막한 사이즈의 책에는 이해하기 쉽도록 간결하고 쉬운 설명과 상세하게 그려진 그림이 있는데, 읽다보니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는 듯하다. 해양 생물도 다양한 종들이 존재하겠지만 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조개에 대해 생각해보고 살펴볼 수 있어 좋은 책인 듯하다. 아이와 찬찬히 살펴보며 바다와 조개에 대해 이야기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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