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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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신작이라니. 출간 소식은 반갑고, 설렜는데. '황금종이'는 뭘까? 궁금증이 일었던 가운데, 얼른 책을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독감을 앓는 바람에 컨디션이 나빴던 탓인지 책의 도입부에서는 몰입이 쉽지 않았고, 며칠동안은 책을 폈다가 덮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고비(?)를 넘기고 나니 2권까지 책장이 술렁술렁 넘어간다.


<황금종이>에는 여러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먼저, 주인공 이태하는 집회 단상에 오를 만큼 열렬히 학생 운동을 하다가 돌연 집회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곧 도서관에서 발견된다. 재학생 사시 패스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누구보다 잘 나갈 줄 알았던 태하였으나 그는 갑작스레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어 사람들을 놀라게한다. 돈때문이라는 오해를 받기도했지만 앞날에 닥칠 어려움을 알면서도 바른 일을 해내고자 했던 그의 변하지 않은 의지에 의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러한 행동에 대한 신뢰의 표현으로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박현규와 윤민서는 수임료 얼마되지 않는 사건이라도 소개하려 애쓴다. 태하는 이들이 소개하는 다양한 사건을 맡게되고,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둘씩 공개되는데, 대부분의 사건은 돈에 의한 문제이다. 부모의 죽음에 대한 애도보다 물려받게 될 유산에 눈이 멀어 형제끼리 소송을 걸고, 금고를 열어 유언장을 앞다투어 보려한다. 자신이 가지게 될 재산 지분에 따라 어떨 땐 법이 또 어떨 때 부모의 유언이 맞다고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시장에서 시래기를 주워 먹을 정도로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박경숙은 약사로서 엄청난 부를 가졌지만 갑작스럽게 쓰러져 식물 인간이 되는 데......


다른 중독들은 남을 해치는 일 없이 스스로 허물어지고 망가지는데, 돈 중독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마구 죽여대니까.

p.17 중에서


책 제목인 '황금종이'는 돈을 비유한 상징적인 표현으로 수단에 불과한 돈이 가치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다. 돈으로 인해 형제 간 혹은 부모 자식 간에 갈등을 겪는 이야기들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게 되는 갈등들도 전부 돈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게도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라는 생각부터 평소에도 "돈은 굶지 않고, 어느 정도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줄 정도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해왔지만 막상 어느 정도 안락함을 가져다 줄 돈의 기준은 불명확하다는 모순을 인지하게 되니 조금 씁쓸해진다. 결국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속내를 스스로에게 들킨 것만 같아서. 하지만 분명한 건, 돈은 인간으로서의 나가 존재한 뒤에 따라오는 수단에 불과한 것인데, 주객이 전도된 삶만큼은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의식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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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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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베르베르의 <개미>라니. 개정판 출간 소식을 듣고 이번에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작품 여럿을 읽어왔지만 그 중에서도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하게 만든 작품이 <개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더욱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기상천외하고 기발한 소재를 중심으로 넓디 넓은 그의 세계관을 경험할 때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탄식을 자아내기 일쑤였기에 이번 작품도 꽤나 설렌다.

 

<개미>의 첫 장면은 조나탕이 에드몽 삼촌의 집을 물려받는 걸로 시작한다. 자물쇠 용역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최근에 해고되어 살고있던 집의 집세를 낼 방도조차 막막했는데, 때마침 삼촌의 유산을 받게 된 것이다. 에드몽 삼촌에 대한 기억이라곤 자신이 어렸을 때 거꾸로 들고 비행기를 곧잘 태워주셨다는 것 뿐. 조나탕은 에드몽 삼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오귀스타 할머니는 자신을 방문한 조나탕에게 때마침 줄 것이 있다며 에드몽의 편지를 건넨다. 편지에는 단 하나의 문장이 적혀있다. "특히 당부하건대, 지하실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려가지 말 것!" 가지 말라면 꼭 가게 될 일이 생기는 것처럼 조나탕은 지하실에 갈 일이 생기고, 그 곳에서 개미왕국을 마주하게 된다. 벨로캉이라는 개미 왕국에서 개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내며 잘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벨로캉에서 개미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기존 시스템에 분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어린시절 살던 주택에서 비가 올 무렵 여름 밤이면 개미들이 거실로 기어나와 바글거리던 때가 있었다. 자다가 깨서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다가 개미떼를 보고 기겁했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후로 개미 떼들이 줄지어 이사를 가는 모습이 보일 때면 물을 뿌리거나 개미굴을 막아버리는 악행을 서슴치 않았던 것 같다. '개미'라는 곤충에 대해 나름대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 속 '개미'는 묘사부터 예사롭지 않다.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나 예측 불가한 전개부터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2권에서 본격적으로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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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6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6
김용세.김병섭 지음, 센개 그림 / 꿈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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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시리즈는 아이들과 함께 꾸준히 읽어온 터라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반갑고 설렌다. 6권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고, 도화랑을 만나 어떤 방식으로 고민을 해결하게 될까? 이 소설은 고민이 있는 아이들이 음식 냄새에 이끌린다거나 은밀한 초대를 받고 도깨비 식당을 찾게 되고, 그곳의 주인장이자 도깨비인 도화랑의 음식을 먹고난 뒤 고민이 해결된다는 스토리이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아이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민이 다르고, 해결되는 과정도 다양해서 읽을수록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것 같아 흥미롭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6>은 요또 번호 맞히는 맛, 스파이크 내리꽂는 맛, 영혼을 바꾸는 맛, 영혼을 되돌리는 맛 등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요또 번호 맞히는 맛

소유는 정리 해고를 당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매주 요또 사는 것에 집중하는 아빠가 걱정된다. 매번 '소유야, 이번엔 정말...'을 외치는 아빠에게 짜증이 밀려온다. 그러던 어느날 소유는 뒤집개를 들고 있는 여자가 그려져있고, 도깨비 식당으로 오라는 글귀가 적힌 동전 하나를 줍게 된다.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난 도깨비 식당에서 '요또 번호가 보이는 맛'이라고 적힌 요리를 고르게 되고, 도깨비 식당의 주인장 도화랑은 마흔 다섯 개의 큐브 튀김요리를 해주며 다 남김없이 먹으면 요또 번호가 다 보인다는 말을 하는데...

#스파이크 내리꽂는 맛

올해 열리는 학생 스포츠 클럽 대항전에 출사표까지 던진 한들초. 아직 다른 학교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혜성이는 연습 도중에 스파이크를 꽂아 넣는게 힘들어 애먹는다. 게다가 공을 하늘로 높이 던진 후 점프하며 공을 타격하는 스카이서브도 성공시키지 못한다. 그런 혜성은 낯선 배구공을 발견하고, 공에 그려진 약도를 따라 도깨비 식당에 들어가게 된다. 메뉴에서 '스파이크 내리꽂는 맛'을 선택하고, 도화랑이 해준 요리를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그 뒤로 혜성은 잘 되지 않던 기술들을 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영혼을 바꾸는 맛, 영혼을 되돌리는 맛

채아는 친구들과 시내에 놀러 가면 안 되냐는 말을 엄마한테 꺼냈다가 도리어 엄마 친구 딸 민영이와 비교만 당한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 다영이에게 전화해 함께 놀러 가지 못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러자 다영은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리고, 그런 채아에게 도깨비 식당이 나타난다. '영혼을 바꾸는 맛'이라는 요리를 선택한 채아는 집으로 가져와 엄마와 함께 먹게 되고, 곧 엄마와 영혼이 바뀐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번 편은 스토리 자체가 참신하기보다 익숙한 편에 가까웠지만 늘 그렇듯 가독성 좋고, 아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고, 편하게 이야기들이 읽힌다는 것은 어린이 소설의 최고 장점이 아닐까.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도 판타지적 요소가 다소 많은 편이지만 '도깨비 식당'의 존재를 믿게 된다면 그야말로 마음 한 켠이 든든해질 것 같다.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도화랑과 도깨비 식당이 언젠가 나를 찾아줄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이야기만으로도 우리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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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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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은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라는 소제목에 이끌렸던 책이다. 어느새 중년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아니 이미 중년인가? 여튼 중년 언저리에 있는 내 삶의 위치에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현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은 여전히 고민거리이며 나의 삶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화두이다. 그래서인지 책 소개를 보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내 삶이 원하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한번쯤 살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탓인 것 같다.

 

책은 '의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삶에서 '의문'을 가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의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성찰을 돕는 습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세상을 살아가는 네 가지 방식과 각 방식이 품은 질문을 소개한다. 수면에 해당하는 단계를 '자동 조종 모드', 수면 아래를 '효율', 심해는 '자기 인식', 해저면은 '자기 초월'로 구분짓고, 삶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한다.


행복이 곧 좋은 삶이라는 생각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 장에서는 한 가지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도대체 어떻게 스스로가 특정한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타인이 좋은 삶을 누리고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그 사람이 특정한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할 수 있는가?

p.70 중에서.

 

초반부에서는 이 책이 뻔한 심리학 저서나 에세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스스로에게 의문이 생겼는데, 이는 '인간으로서의 추구할 가치'에 관해서이다. 나는 앞으로의 여생이 그저 무탈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무탈'이란 지극히 평범한 삶을 말하는데, 곁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또 어느 정도의 경제활동을 통해 자아효능감과 일의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서로를 아끼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평범한게 제일 어렵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지는 것을 원치 않지만 어느 정도는 부와 명예를 가지고 싶다. 생각해보니 점점 더 어려워진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어느 정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과 직업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책을 읽은 후에도 명확하거나 통쾌한 답을 얻어낸 건 아니지만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의미있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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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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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독특한데, 설정도 심상치 않다.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은 오로지 축구를 하기 위해 지구를 찾은 외계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직 축구 선수였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해 은퇴를 한 후엔 식료품 창고에서 일하는 욘, 그는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며 집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다.


외계인이 지구에 왔습니다. 그들은 파괴나 침략이 아닌 평화적인 교류를 위해 지구에 왔다고 합니다. 그들이 바라는 교류의 형식은 스포츠, 그중에서도 바로 축구입니다.

p.23 중에서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외계인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 지구로 온 것인데, 그들은 자신들과 축구 시합을 해서 이기는 지구인에게는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외계인들과의 시합에서 이겨 실제로 소원을 이루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동요하기 시작한다. 욘도 자신의 신세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게 되고, 선수로 뛸 수 없는 대신 축구 교실을 열어 사람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기로 한다. 그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 나로써는 소설을 읽는 동안 엄청난 감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던 주인공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뛰면서 서서히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육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원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스피닝'이라는 운동을 등록했었다. 그룹 운동이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뛰다보니 의지도 되고 재미도 있었다. 운동은 침체되어가던 나를 건져올렸던 것 같다.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은 발상 자체가 엉뚱하면서도 독특해서 재미있었고, 또 나름대로의 의미와 깨달음을 지닌 소설이라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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