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의 신작이라니. 출간 소식은 반갑고, 설렜는데. '황금종이'는 뭘까? 궁금증이 일었던 가운데, 얼른 책을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독감을 앓는 바람에 컨디션이 나빴던 탓인지 책의 도입부에서는 몰입이 쉽지 않았고, 며칠동안은 책을 폈다가 덮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고비(?)를 넘기고 나니 2권까지 책장이 술렁술렁 넘어간다.
<황금종이>에는 여러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먼저, 주인공 이태하는 집회 단상에 오를 만큼 열렬히 학생 운동을 하다가 돌연 집회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곧 도서관에서 발견된다. 재학생 사시 패스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누구보다 잘 나갈 줄 알았던 태하였으나 그는 갑작스레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어 사람들을 놀라게한다. 돈때문이라는 오해를 받기도했지만 앞날에 닥칠 어려움을 알면서도 바른 일을 해내고자 했던 그의 변하지 않은 의지에 의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러한 행동에 대한 신뢰의 표현으로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박현규와 윤민서는 수임료 얼마되지 않는 사건이라도 소개하려 애쓴다. 태하는 이들이 소개하는 다양한 사건을 맡게되고,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둘씩 공개되는데, 대부분의 사건은 돈에 의한 문제이다. 부모의 죽음에 대한 애도보다 물려받게 될 유산에 눈이 멀어 형제끼리 소송을 걸고, 금고를 열어 유언장을 앞다투어 보려한다. 자신이 가지게 될 재산 지분에 따라 어떨 땐 법이 또 어떨 때 부모의 유언이 맞다고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시장에서 시래기를 주워 먹을 정도로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박경숙은 약사로서 엄청난 부를 가졌지만 갑작스럽게 쓰러져 식물 인간이 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