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 엄마와 딸, 서로를 향한 마음을 이해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
남현주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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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과 부딪히는 날들이 부쩍 많아졌다. 자아가 확립되는 시기가 지나고 굳히기(?)에 들어간건지 그냥 넘어가던 일도 반항적인 눈빛으로 자기 주장을 펼쳐보이기 일쑤다. "넌 왜 항상 그런 식이니", "그럴 줄 알았어. 니가 그렇지 뭐"와 거친 말들을 잔뜩 쏟아내고 후회하며 자책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지금도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로써는 갱년기가 오면 어찌해야할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또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할지 조심스러우면서도 고민이 된다. <사춘기 딸 갱년기 엄마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는 멀지 않은 우리 모녀의 이야기가 될 것만 같아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딸이 사춘기를 맞이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면 매일 울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은 첫 소감은 '아, 남의 일 같지가 않다'이다. 딸과 대화하기 위해 신조어를 배우고, 사춘기 관련 책을 찾아 읽고, 강의를 듣는다. 아이를 위해서 무던히 참고, 노력했다는 저자를 보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렇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녀의 대립 상황에 감정 이입도 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에 관해 알게 되었을 때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춘기 아이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감동을 주는 것 뿐이다. 그러나 아이를 감동하게 할 수 있는 건 진심밖에 없다. 엄마도 사춘기 아이를 처음 키우는 것이라 감정만 앞서고 행동은 서툴다는 것을 얘기해줘야 한다. 나는 사춘기 아이를 붙잡고 자주 울었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처음에는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됐다. 분명 아이의 버릇없는 말투와 행동으로 화가 났는데 막상 아이와 마주 앉으면 반응 없는 아이 모습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래도 얘기해야 한다. 너의 이런 행동, 이런 말로 엄마가 오늘 아주 속생했다고, 다음에는 조금 조심했으면 한다고. 사춘기 아이는 엄마의 눈물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더 차가운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나는 안다. 아이가 엄마의 눈물과 진심에 조금 녹았다는 걸.

p.72 중에서.

 

아이가 부모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데 본인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것과 밀거나 당겨야 열리는 문이 있듯이 아이와의 관계도 당기기만 하면 안 되고, 때론 밀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딸에게 예전 같지 않다며 행동과 태도를 지적하고, 언성을 높이며 서운한 마음을 내비칠 때가 많았는데 '너는 너대로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날은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도 나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기다려 줄 만한 일들을 늘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나의 갱년기와 그녀의 사춘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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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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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와 작곡을 넘나들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 말러, 부끄럽지만 음악의 문외한이라 말러를 잘 알지 못했다. TV 어디에선가, 읽고 있던 책 어디쯤에서 말러에 관한 이야기들이 언급될 때면 대충 작곡가이겠거니 짐작만하고 넘어가버렸던 것 같다. 하지만 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말러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되는 걸 보면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음악을 작곡했는지 궁금해졌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시대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말러의 삶도 궁금했다. 책 <말러>는 그가 묻혀있는 그린칭에서부터 출발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말러의 전기는 권위자들이 집필한 것으로 이미 시중에 널리 읽히고 있으니 이 책은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는 말러의 흔적을 이정표 삼은 여행기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말러를 만나면 내게도 좀 더 울림을 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달까? 그의 교향곡 5번 4악장을 들으며 책을 읽으니 말러의 삶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1995년에 말러 애호가들은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아 이미 불에 타 없어진 생가를 예전 그대로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생가는 칼리슈테에 있는데, 이국적이면서 깔끔하다. 1860년 7월 7일에 태어난 말러는 칼리슈테를 떠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이흘라바에서 보냈다고 한다. 이국적이면서도 당시의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성야고보 성당에서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고 하는데, 말러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머물렀던 곳을 감상하니 더불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교향곡은 잔잔했다가 웅장하기를 반복하며 감동과 여운을 번갈아 준다.

 

전기를 통해 말러를 알게 되었다면 그의 음악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러의 자취를 찬찬히 따라가면서 그가 머물렀던 곳을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니 말러의 삶과 음악 세계가 더 공감갔다. 그의 교향곡은 듣는 내내 마음의 울림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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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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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탕 베르베르의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는 '또 다른 베르베르의 등장'이라는 띠지 속 글귀에 시선이 쏠렸던 책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2020년 이 책을 집필하며 데뷔했다고 한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도 놀랍지만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1888년 10월 뉴욕, 스물여섯 살의 젊은 여성 제니는 수요일 정기 시장에서 아이들에게 마술을 선보이며 받은 푼돈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는 마술사이다. 어느날 그녀에게 R이라고 하는 낯선 남자가 찾아와 대규모 마술 공연에 함께 가주면 4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제니는 마술사들의 공연을 보고 비법을 알아내는 테스트에 통과하고, R은 그제서야 자신이 사설탐정 회사의 탐정이며 진짜 이름은 로버트 핑거턴이라고 밝힌다. 그는 제니에게 거액의 보수를 제시하며 미제 사건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한다.


내가 말은 마치게 해줘야잖소. 당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곧 나올 거요. 자신이 한 짓을 누군가에게라도 기어이 말하고 싶어 하는 범죄자에게로 다시 돌아갑시다. 그자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 악행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바로 그 때문이라도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오. 그자에게 필요한 것, 그건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전부요.

...

핑거턴이 개입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오. 우리는 범죄자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잠재적 친구의 원형을 확정한 뒤, 그러한 원형에 부합하는 위장 신분을 요원 한 명에게 부여한다오. 그다음, 왜부 개입자들, 당신이 원한다면 조연이라고 해두리다. 그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두 사람이 <우연적>우로 만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완벽하게 번부 맞추지. 일단 우정이 구축되면, 증거를 찾는 건 아이들 장난이 된다. 그리고 증거를 입수하면......우르르, 경찰이 급습하고 범죄자를 잡는다오.

P.56-57 중에서.


로버트 핑거턴은 40년 전에 자신들의 종파를 창시해 심령주의로 유명한 폭스 자매의 사기극을 만천하에 밝히고,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탐정 회사를 업계에 내세우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제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책을 받아든 날에는 소설의 양을 보고 '2주 동안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때문에 발단부에서는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읽는 속도가 나기까지는 한참 걸렸는데, 읽다보니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느꼈다. 주인공인 제니는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신념으로 여러 번의 위기를 겪지만 좌절하지 않고, 몇 번이고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인물이다. 책 소개에서 곳곳에 실존하는 인물과 역사적 사건이 등장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책을 통해서 알게된 정보들이 더 많은 듯 하다. 폭스 자매가 19세기 심령주의를 이끌었던 실존인물이라는 점도 처음 알게된 사실이고, 핑거턴 탐정회사도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보안업체라는 것도 새로 알게된 이야기다. 아무래도 세계사를 조금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까지 긴 호흡의 장편을 읽어내려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막상 읽고 보니 제니가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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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
타라 미치코 지음, 김지혜 옮김 / 더난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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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더구나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하면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졌고, 80대의 할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갈지도 궁금했다.


2020년, 85세에 당시 중학생이던 손자와 'Earth 할머니 채널'이라는 유튜브를 시작한 저자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구독자 15만 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는 유튜브에서 다 소개하지 못한 저자의 일상을 담고 있다. 책은 1.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라서 자유롭게, 2. 나이 들수록 간단하게 그러나 품격을 잃지 않는 한 끼를, 3. 무리하지 말고 내 몸이 할 수 있는 딱 그만큼, 4. 소소한 삶에 작은 변화도 큰 즐거움입니다, 5.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딱 적당한 거리, 6. 집도, 재산도 없지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7. 늘 그래 왔듯이 지금을 즐기려 합니다. 등 6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올해로 87세인 나의 할머니가 떠올랐다. 귀가 좋지 않으셔서 거의 못 들으시고, 멀리 계셔서 자주 찾아뵐 수 없어 걱정이 많은데... 그리 넓지 않은 방에서 할머니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 게다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떤 시간을 보낼지 늘 궁금했던 것 같다.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작고, 왜소해지는 할머니를 보면서 더 많이 안아드리고, 더 많이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를 읽게 되었다.


책의 첫 장에는 저자의 집과 요리를 하는 저자의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넓고, 최신 인테리어로 꾸며진 집은 아니었지만 저자의 손 때가 묻은 주방 도구나 테이블에 놓여진 강아지풀과 코스모스에 시선이 머문다. '소박하면서 정갈하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집이다. 또 햇살을 가득 머금은 아늑한 거실을 보니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1934년 12월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저자는 5학년 때 원폭 피해를 입고, 태평양 전쟁을 경험했다. 대가족 속에서 자랐고, 회사에 취직해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전처와 열 살짜리 딸이 있는 아홉 살 연상의 남편을 만났다. 아이들은 모두 자라 독립하고 남편도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지금은 대략 15평 정도의 방 3개에 부엌 겸 거실이 있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85세에 처음 시작한 유튜브가 다양한 사람들과 자신을 이어줬기에 앞으로도 손자와 둘이서 계속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도

할 수 있는 일을 즐깁니다.

p.38 중에서.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는 나는, 나의 노후에 관해서 생각할 때가 종종있다. 몸은 지금보다 아픈 곳이 더 많을 것이고,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니 온통 부정적인 것을 떠올렸던 것 같은데,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후도 건강하게 생각하고,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즐기면 된다는 말이 희망적이면서 용기를 주는 것 같아 무척 마음에 든다. 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후를 계획하고, 떠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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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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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소년은 결국, 용서받을 수 있을까?"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권에서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킬러 수현이 항암 치료를 거부하면서 의사에게 미술치료를 권유받는다. 그 무렵 미술치료 상담사인 희주가 수현과 그의 누나를 찾는다는 의뢰를 하고, 이 사실을 알게된 수현이 내담자인 척 그녀에게 접근한다. 처음에는 의심 가득찬 마음으로 희주를 찾았지만 그녀를 만날수록 꾹 닫혀있던 마음 서서히 열리는 것을 느낀다. 1권에서는 두 인물의 상처와 얽히고 설켜있는 이들의 운명이 서서히 드러났다면 2권에서는 수현과 희주가 장난같은 운명과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편, 희주의 엄마 유혜경 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정희봉 형사는 췌장암으로 임종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맡은 사건 중에서 유일하게 미제로 남은 이 사건에 미련을 보인다. 그의 아들인 정우성 경위는 희주를 찾아온 뒤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희주 또한 엄마를 살해한 이에 대해 복수를 꿈꾸며 살아가는 중이다. 흩어져 있던 퍼즐이 하나, 둘 맞춰지고 수현과의 상담을 통해 그의 내면 속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들은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청부 살해, 킬러, 복수, 운명처럼 얽혀있는 남녀의 사랑... 읽다보니 진부한 소재들로 가득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수현과 희주라는 두 인물의 삶이 기구하다 못해 가련하고, 애틋해졌다. 자신 앞에 놓인 거대한 운명 앞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삶이 실제로도 있을 것만 같아서 슬펐다. 그러고보니 주인공들의 감정과 처지에 너무 이입해있나?

 

또 희주가 수현을 미술치료하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우성이 수현의 범행을 추적하는 과정도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들이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는데 미술치료, 상담심리, 범죄심리 등 나의 관심 분야들이 녹아들어 있는 소설이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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