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박일섭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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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처자식을 두고 바람을 피운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두 번의 결혼을 더하고, 두 명의 아들을 더 낳은 저자의 아버지, 그는 술에 중독되었고 할머니의 재산을 탕진하였으며 결국에 난치성 조현병 환자가 되었다. 또 할머니는 치매 환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저자에게 오락실은 어린 시절 유일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였다. 백 원으로 장시간 할 수 있는 게임을 연구하다가 원더보이로 1시간 30분까지도 시간을 때우게 되었고, 오락실 죽돌이(?)가 된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초 즈음 문이 잠긴 공사장에 들어갔다가 추락하여 두개골에 금이 가 요양원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획득하고, 3주 가량을 실컷 게임했다는 이야기, 아버지에게 매일 맞고 몸에 푸르스름한 멍자국을 지니고 살던 이야기, 가족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한적이 없는 이야기, 할머니께서 '삼성 슈퍼겜보이'를 사라고 주신 돈을 아버지가 카드 게임으로 탕진한 이야기... 정리하면서 보니 저자는 어린시절이 온통 불행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누가 들어도 아플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의 필체는 덤덤하게 이어져 나간다.

여튼,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는 죽고 싶었고 죽을 뻔 했지만 불우한 시간을 견디고 서울대에 입학한 뒤, 약사가 되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람의 일이 이토록 불행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불행을 달고 살았던 그가 누구보다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지금 너무 불행한 이들에겐 희망과 용기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는 아무나 갈 수 없지만 불행한 누군가가 간 경험이 있으니 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란게 되니까 읽으면서도 마음이 씩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지금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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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고 천박하게 둘이서 1
김사월.이훤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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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고상하고 천박하게>는 뮤지션 김사월과 시인인 이훤이 2023년부터 일년 간 주고 받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당시에 하고 있는 생각들을 나누는데... 처음에는 친분없고, 맥락없는 글들을 이해하려니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니, 사월이 뮤지션으로서 가사를 쓰다가 드는 생각, 사랑,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가치를 담아낸 글들이 가득하다. 또 이훤의 사진 작업에 대한 이야기, 소통에 대한 생각, 사진이야기 등 마치 한 편의 작품같은 그들이 생각이 머물렀던 소재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몇 해 전까지는 누가 강제로 자신의 삶을 멈춰 주면 좋겠다고. 뜻밖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버리면 지난하고 수고스러운 삶을 그만 살아도 될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훤, 훤은 슬아를 만나면서 사는 게 좋아짐을 느낀다.


바로 그 한 사람의 구조와 질서를 잘 배우고 싶어 시간을 바치는 게 사랑일 텐데. 그 과정 동안 일어나는 변화가 신기해. 서로의 언어를 닮고 놀리고 또 뒤집기도 한다는 게. 연인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그런 침범을 하지. 바라지 않을 때도 그런 일은 일어나고. 얄팍한 어른들을 향한 복수심과 불만족이 만든 에너지로 네가 너무 잘 산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복잡한 마음이 든다. 근데 슬픔을 팔아서 받은 것들로 행복해도 된다.

p.26 중에서


노래 속 가사 같은 글귀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들을 생각하며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관찰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전부 공감가는 글은 아니었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글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김사월과 이훤,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글 친구가 되어주는 걸 보며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엔 나도 누군가와 글로 소통할 때가 있었는데......' 삶에 대한 고민과 사유를 함께하며 나누고 싶은 글벗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고상하고 천박하게>를 읽었다. 조금 급하게 읽은 감이 있는데,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이 되면 그들이 나눈 글 대화를 조금 더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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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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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직접 배를 타고 항해하며 바다를 탐사하는 해양 과학자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거나 멋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지 않은 직업군이어서인지 그들, 바다 위의 과학자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해양과학자라고 해서 모두가 배를 타는 것은 아니라고한다. 대부분의 해양과학자는 바다에 직접 가는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살펴보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드론,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보거나 이론적인 수치 모델링을 통해 유체 방정식을 풀어 생성한 데이터를 보고 이를 통해 연구하는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직접 바다에 가는 해양과학자이다. <바다 위의 과학자>는 저자가 인도양에서 쓴 글인데, 해양을 탐사하는 사람들과 해양 자체를 소개하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었단다.


태평양의 면적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는 전 세계 6개 대륙 면적을 모두 합한 것 이상으로 넓다고한다. 이렇게 넓은 바다는 미생물과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 생물이 공존하며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데, 문득 바다에는 인간이 아직 밝혀내지 않은 해양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밝혀낸 우주의 영역이 우주 전체로 본다면 아주 미약할 수 있듯이, 바다라고 하는 영역도 그럴 수 있겠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내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일인데, 지구 바다의 어딘가에서 바다를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는 글을 읽으니 참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어쩌면 평생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이라 더욱 선망의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연구 크루즈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꼼짝없이 배 안에 있어야하는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을 보다 보며 갑갑함과 힘듦을 잊고 벅찬 감동만 남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게 남는다.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기도 했다. 또 저자가 소개해주는 배에서의 일화와 해양 생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냥 재미있게 느껴져서 좋았다. 미지의 영역을 알아가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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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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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요즘 뉴스와 기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은둔형 외톨이', 은둔형 외톨이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와 은둔형 외톨이었던 OO씨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기사, 은둔형 외톨이 10명 중에 7명이 자살충동에 노출 되어있다는 기사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어인 히키코모리를 해석한 말로 오랜 기간 (일반적으로 반년 이상)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행위, 혹은 그런 사람을 칭하는 일본의 신조어라고 한다. 또 정신병리학적으로는 회피성 성격장애와 유사하다고 한다.(출처:나무위키) 이들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이라기 보다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가고 있다는 부분에서 '우리 사회가 점점 병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궁금증이다.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깊이 관심가져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최소 10만여 명에서 최대 50-60만 명이 존재한다고 밝혀진 그들에 관한 이야기, 상담학과 교수인 저자가 만나온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가 어려워져 친척집에 맡겨져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정민, 가족이 모였지만 그래도 외로웠으며 친구들에게 왕따와 신체적 폭력까지 당하게 된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는 도서관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상담자인 수현은 오빠만 좋아하는 부모님에게서 자랐다. 부모에게서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외면 당한 경험과 갑작스레 시작된 달동네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버겁기만 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한 채 결국 자신으로부터 고립된 이들을 칭하는 말이었는데, 상처를 극복하지 못 하고 아픈 채로 있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삶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위험한데, 이 때 주변에 손 내밀어주는 사람,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 밝은 기운을 나눠줄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이들이 고립되는 일들이 조금은 줄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에서는 '나를 마주하는 훈련', '고통을 피하는 방법', '내 마음을 드러내는 법' 등 내담자와 힘든 상황을 극복했던 사례에 대해 언급한다.

살면서 나도 아픈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겨낼 수 있는 계기도 있었고, 또 좋은 에너지를 나눠준 이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괜찮아졌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오늘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픔의 강도가 모두에게 같지 않듯이 우리는 고립된 사람들을 비판의 대상이 아닌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야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더이상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논의해야하는 부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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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왕창 개소리는 아닙니다만
이명선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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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다소 인문학적'인 개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하여튼 왕창 개소리는 아닙니다만>

은 '하여튼'과 '개소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작가 또한 현재는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있든 다른 의견을 개진하거나 앞 내용을 한번 되짚어 보는 '하여튼'으로 시작하는 글에 꽂혀 있다는 소개글을 보면서 독특하지만 어쩐지 내가 추구하는 것들과 방향이 같을 수도 있겠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처음은 다소 난해하다. 스물 다섯 편의 이야기 중, 첫 번째인 '나는 문제없는 시바견입니다'에서 옆집 닭을 두 마리나 물어죽이고, 여주인의 발가락까지 물어서 파양당하는 시바견의 이야기를 1인칭으로 서술한다. '읽다보니 이게 무슨 개소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바견은 원래 사냥개라 사냥 본성이 있어 사나운 편인데, 좁은 곳에 가두거나 묶어 키우면 더 사나워진다. 자기 영역으로 덥썩 들어오는 닭들을 가만히 둘리 없는 성격이다. 또 독립성이 강해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지 않으며 차라리 내버려두는 편을 좋아한다. 그렇다, 시바견은 원래 유전자적 기질이 사람과 친화적이지 않은 편인데, 이러한 특성을 모르고 외모만 보고 입양했다가 결국 파양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부탁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도 자격 시험을 치르게 하여서 통과한 사람에게만 분양하게 해 달라. 돈만 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분양하는 업체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지 말라.

그렇다, <하여튼 왕창 개소리는 아닙니다만>은 개의 목소리로 서술한 개소리이지만 내용은 우리가 아는 의미없는 개소리가 아니다. 언어유희된 재미있는 제목이었다는 것. '개나 사람이나 눈치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개식용반대' 등 반려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반려인으로서 공감가는 대목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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