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처자식을 두고 바람을 피운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두 번의 결혼을 더하고, 두 명의 아들을 더 낳은 저자의 아버지, 그는 술에 중독되었고 할머니의 재산을 탕진하였으며 결국에 난치성 조현병 환자가 되었다. 또 할머니는 치매 환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저자에게 오락실은 어린 시절 유일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였다. 백 원으로 장시간 할 수 있는 게임을 연구하다가 원더보이로 1시간 30분까지도 시간을 때우게 되었고, 오락실 죽돌이(?)가 된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초 즈음 문이 잠긴 공사장에 들어갔다가 추락하여 두개골에 금이 가 요양원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획득하고, 3주 가량을 실컷 게임했다는 이야기, 아버지에게 매일 맞고 몸에 푸르스름한 멍자국을 지니고 살던 이야기, 가족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한적이 없는 이야기, 할머니께서 '삼성 슈퍼겜보이'를 사라고 주신 돈을 아버지가 카드 게임으로 탕진한 이야기... 정리하면서 보니 저자는 어린시절이 온통 불행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누가 들어도 아플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의 필체는 덤덤하게 이어져 나간다.
여튼,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는 죽고 싶었고 죽을 뻔 했지만 불우한 시간을 견디고 서울대에 입학한 뒤, 약사가 되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람의 일이 이토록 불행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불행을 달고 살았던 그가 누구보다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지금 너무 불행한 이들에겐 희망과 용기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는 아무나 갈 수 없지만 불행한 누군가가 간 경험이 있으니 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란게 되니까 읽으면서도 마음이 씩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지금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