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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ㅣ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는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해마' 등 두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줄거리는 강렬했던 작품인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보려 한다.
저마다 다른 의상을 입고,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결혼식을 올리는 대학원생 은진과 작가인 동우. 기존 한국 예식 산업의 틀을 깨고, 서울 망원동에 있는 단골 바를 대관하여 칵테일과 감자튀김, 과일, 야채 스틱 같은 비건 간식들을 준비한 결혼식에서 자신의 결혼이 아름답기를 간절히 바라는 은진, 비록 부모님은 참석하지 않은 자리였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결혼식을 마친다. 이후 2차 겸 집들이를 하고, 친구들은 새벽 1시가 되어 돌아간다. 아파트 정문까지 배웅하러 나간 동우가 2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은진은 술도 깰 겸 가을밤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운동복 위에 후드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이후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정문 쪽으로 향하던 중에 놀이터 그네에 혼자 앉아 통화를 하고 있는 동우를 발견하고, 살짝 놀래 주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대화를 듣게 된다. 통화 상대에게 눈은 단춧구멍, 피부는 멍게, 몸은 돼지 같지만 자신이 만난 애들 중에 그나마 돈 있는 애가 은진 뿐이라서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온 몸에 피가 식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인다. 집으로 돌아온 동우에게 통화를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은진은 눈물을 쏟고, 그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키스를 쏟아붓는다. 은진은 동우의 어깨를 밀어내고, 그는 협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며 죽는다. 놀란 은진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가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고, 남편을 살려달라는 은진의 말에 할머니는 원하면 남편을 살려줄 수는 있으나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면 안 된다는 말을 남긴채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그 때 동우에게 문자가 오는데...
요즘 읽고 있는 또 다른 소설이 있는데, 몰입이 안 되어서 몇 번이고 책을 펼쳤다가 덮기를 반복하던 중에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를 읽게 되었다.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두 편의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데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자신의 기억을 왜곡한 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속에서 정작 스스로 피폐해져가는 아이러니한 은진의 모습이 인상깊다. 그리고 '해마'에서는 화영이 남편의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 먹고, 그의 본 모습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아주 공포스럽고, 긴장감이 넘친다. 지금의 나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배우자인데... 내가 알지 못하는 배우자의 모습, 특히 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알게 되는 건 조금 많이 두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상상하면서 읽으니 이 이야기는 내게도 공포로 다가왔다. 책 소개대로 이 책은 팽팽한 긴장감이 인상깊은 가정 스릴러가 확실한 것 같다. 그나저나 나의 남편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생각하고, 바라볼까? 문득 궁금증이 생겨나는 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