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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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에서 <삶과 운명>을 세 권 구성으로 출간했다. <삶과 운명>은 2차 대전 중, 1창비세계문학에서 <삶과 운명>을 세 권 구성으로 출간했다. <삶과 운명>은 2차 대전 중, 1942년 가을부터 1943년 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스딸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모스끄바에서 까잔으로 피난 온 물리학자 시뜨룸과 독일과 소련의 수용소 수감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건들을 다룬다. 


믿고 보는 창비시리즈이기에 책의 소재나 전반적인 줄거리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소설 속 첫 배경이 심상치 않다. 독일의 강제수용소를 묘사하고 있는데, 수감자들은 히틀러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로 혹은 사소한 정치적 일화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이 곳에 보내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범죄자인 새로운 유형의 정치범들과 전쟁 포로들이다. 초반부터 인물들의 험난한 여정이 예고된 것만 같아서 사실 책읽기를 중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전후문학은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져서 그리 좋지 않달까.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싫어서 기피하는 장르 중 하나인데, 1959년에 집필이 마쳐진 소설이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출간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하니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출간이 늦어졌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특히, 저자인 '바실리 세묘노비치 그로스만'은 스딸린의 숙청에 희생된 정치인, 작가 들의 구명에 참여하여 스딸린에 의해 거부되고, 평생 검열과 압제에 시달렸으며 2차 대전 중, 유대인 학살로 어머니가, 폭탄 폭발로 큰아들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었다고 한다. 전쟁을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당시에 그가 보고 느꼈던 감정들을 사질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가 바라보고 세상은 어떤 곳일지 알고싶어서 책을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삶과 운명>은 배신, 굶주림, 추위, 폭력, 고통 등과 같이 전쟁이라는 틀 안에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당히 이기적인 모습으로 바뀔거란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소설을 읽으며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양보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야기는 허구지만 전쟁 중 상황을 적나라게 표현하여 마치 내가 덩그러니 전쟁터에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는데, <삶과 운명>은 저자가 전쟁 당시에 느꼈던 참상과 비극 그리고 체제와 인간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쟁 하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각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인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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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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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는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해마' 등 두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줄거리는 강렬했던 작품인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보려 한다.

저마다 다른 의상을 입고,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결혼식을 올리는 대학원생 은진과 작가인 동우. 기존 한국 예식 산업의 틀을 깨고, 서울 망원동에 있는 단골 바를 대관하여 칵테일과 감자튀김, 과일, 야채 스틱 같은 비건 간식들을 준비한 결혼식에서 자신의 결혼이 아름답기를 간절히 바라는 은진, 비록 부모님은 참석하지 않은 자리였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결혼식을 마친다. 이후 2차 겸 집들이를 하고, 친구들은 새벽 1시가 되어 돌아간다. 아파트 정문까지 배웅하러 나간 동우가 2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은진은 술도 깰 겸 가을밤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운동복 위에 후드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이후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정문 쪽으로 향하던 중에 놀이터 그네에 혼자 앉아 통화를 하고 있는 동우를 발견하고, 살짝 놀래 주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대화를 듣게 된다. 통화 상대에게 눈은 단춧구멍, 피부는 멍게, 몸은 돼지 같지만 자신이 만난 애들 중에 그나마 돈 있는 애가 은진 뿐이라서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온 몸에 피가 식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인다. 집으로 돌아온 동우에게 통화를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은진은 눈물을 쏟고, 그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키스를 쏟아붓는다. 은진은 동우의 어깨를 밀어내고, 그는 협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며 죽는다. 놀란 은진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가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고, 남편을 살려달라는 은진의 말에 할머니는 원하면 남편을 살려줄 수는 있으나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면 안 된다는 말을 남긴채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그 때 동우에게 문자가 오는데...

요즘 읽고 있는 또 다른 소설이 있는데, 몰입이 안 되어서 몇 번이고 책을 펼쳤다가 덮기를 반복하던 중에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를 읽게 되었다.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가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두 편의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데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자신의 기억을 왜곡한 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속에서 정작 스스로 피폐해져가는 아이러니한 은진의 모습이 인상깊다. 그리고 '해마'에서는 화영이 남편의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 먹고, 그의 본 모습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아주 공포스럽고, 긴장감이 넘친다. 지금의 나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배우자인데... 내가 알지 못하는 배우자의 모습, 특히 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알게 되는 건 조금 많이 두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상상하면서 읽으니 이 이야기는 내게도 공포로 다가왔다. 책 소개대로 이 책은 팽팽한 긴장감이 인상깊은 가정 스릴러가 확실한 것 같다. 그나저나 나의 남편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생각하고, 바라볼까? 문득 궁금증이 생겨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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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글의 100초로 익히는 백점 글씨 - 글씨는 절대로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백글(김상훈)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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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씨체 따라 쓰기 교본이 아닙니다"

무분별하게 따라 쓰기 연습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이 책을 집필할 때도 단순 따라 쓰기 교재가 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해 기획했다는 백글 님의 책을 한 장씩 넘겨보기로 한다. <백글의 100초로 익히는 백점 글씨>라는 책 소개를 처음 봤을 때 관심이 갔던 이유는 일정하지 않은 모습의 내 글씨를 교정해보고 싶어서였다. 삐뚤빼뚤까진 아니지만 쓰다보면 힘이 빠진 듯 정갈하지 않은 모습의 글씨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처럼 글씨를 교정하고 싶은 이들에게 작가는 잘못된 습관을 덜어내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책에서 알려주는 수 많은 조언 중에 펜촉은 모음을 품어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써야한다는 것과 초성을 주의하라는 것이 인상깊었는데, 이 부분이 고민하던 내 글씨의 문제점 같아서인 것 같다. 모음을 소홀하게 써서 글씨가 점점 작아지고, 일관성 없어보이는 걸 일단 수정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자음을 똑같은 위치에 쓴다

각 글자 형태에 맞는 초성의 위치를 선점해 주어야 글씨의 키를 맞추기 쉽습니다. 모든 자음의 크기를 같에 해야 한다는 원칙을 염두에 두고 연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음의 위치까지 비슷하게 쓰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형태의 글자가 아니라면 자음들을 각자 다른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p.31 중에서.


이 책으로 점점 작아지는 나의 글씨가 수정이 될지 의구심부터 들었지만 잘못된 습관과 개선점을 설득력 있게 정리한 글을 읽다보니 적어도 내 글씨의 문제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면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유의하며 글씨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펜을 꺼내어 한 글자씩 공들여 글씨를 써보니 원하는 형태의 글씨가 비슷하게 나온다. 물론, 수 년간 몸에 베인 글씨 쓰는 습관이 순식간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차분히 생각하면서 쓰는 연습을 하다보면 지금보다 나은 형태의 글씨를 쓰게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책을 통해 나의 문제점을 알고, 인정하게 되는 것 또 무던히 노력해서 지금의 글씨보다 나아진다면 엄청나게 값진 것을 얻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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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포트라이트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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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되면 정명섭 작가가 언급된 책은 읽고본다. 청소년 소설부터 장르 소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를 보면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내 인생의 스포트라이트>는 네 명의 작가가 함께한 단편 소설집이다. <내 꿈의 옥타브를 높여라>, <아이돌이 되긴 싫어>, <때론 짙게 때론 은은하게>, <창작의 신>으로 구성된 소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끝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십대를 향해 조언과 위로의 메세지를 전한다.

'내 꿈의 옥타브를 높여라'에서 유주는 입석으로 뮤지컬 공연을 볼 만큼 뮤지컬에 푹 빠진 소녀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친구들에게 한서예고에 입학하고 싶다는 포부를 선언 한 뒤에 당당하게 입학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발성 수업 시간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서연주와 진해연의 남다른 실력에 그만 주눅이 들어버렸던 것, 유주는 밀려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괴로워하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프링글스 빈 통에다 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많은 연습량과 실력을 인정받아 첫 뮤지컬에서 드디어 주인공을 맡게 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아이돌이 되긴 싫어'에서는 예술고등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는 한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서는 여러 곳에서 오디션 제안을 받지만 매번 거절하고, 아이돌이 되기 싫다는 속마음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한다. 아이돌이 되어 무대를 서는 것이 간절한 친구들에겐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한서의 말이 화살이 되어 다시 그녀에게로 향한다. 친구들과 거리가 생긴 한서는 전학생 아이돌 재희와 친해지고, 비밀도 알게 된다.

십대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을 보면서 한편으론 아쉽기도 했다. 십대 때 고민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네 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더 치열하게 살아볼 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때문이다. 지금도 진로에 관해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그 때하고는 고민의 모습이 조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이 꾸던 십대 때에 비해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느낌이랄까. 불안했지만 많이 꿈꿔보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있다면 누구나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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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
이도하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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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삶의 경계, 그 아픈 간격의 기록들.

<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라는 제목을 본 순간 멜랑꼴리. <너라는 별>, <슬픔의 무게>, <조금만 더 기다릴까요?>, <안아주기> 등 4장으로 구성된 <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쯤에 읽어보면 딱 좋겠다 싶었지만 여름밤이면 어때, 고즈넉한 분위기에 별이 반짝이는 이 밤에 읽기에도 괜찮은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하 시인과 함께 <연인>을 출간해 호평을 받은 적 있다는 이도하 시인을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의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들이 많아서 좋았다.

무인도

그대가

떠나간 빈자리에

빛바랜 만월이 스치고

하얗게 쌓인 눈발들이

차디찬 눈물이 되어

검은 바위 언저리로

흘러내리는

나는

망망대해 속에

끝없이 밀려가는

작은 무인도

p.40.

살면서 누군가를 애닮게 그리워한 적이 있다면 <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를 제대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눈발이 검은 바위 언저리로 흘러내리는...' 이라는 애상적인 표현이 눈물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슬프게 느껴져서 인상깊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보니 떠나간 그대가 은근히 많다, 불쑥 그대들이 떠오른다.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의 흔적이 남아 있을 때까지 그리워 할 것 같다. 하늘 아래 내리는 모든 것들은 별처럼 빛나는 흔들림 속의 왈츠. 소복히 쌓인 꽃잎 위로 내려앉은 수많은 사연들. 환한 하늘 가운데 별 하나 손끝이 시려오는 날, 한해를 살아낸 붉게 물든 사연들을 빈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작은 별이 되어 다시 올 때까지 삭막해진 마음에 봄기운을 미리 불어 넣으려고.

p.17, '너라는 별2' 중에서.

사실, 일과 시간에 쫓겨 사는 요즘 시집은 커녕 책 읽기도 버거울 때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마음 먹고, 억지로 시간을 내어 읽고 나니 마음 한켠이 말랑말랑해지는 걸 느낀다. 나는 이런 순간에 "내가 살아있었지..."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실감하게 된다. 열 여덟살 언저리에는 시를 지어보겠다며 한껏 시인 흉내를 내는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집을 읽으면서 잠시 잊혀졌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아끼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 있다보니 '너라는 별'의 너가 이제는 연인보다는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돌아가신 아버지, 떠나간 우정, 지나간 인연... 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 날이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고...내일이면 현재를 살아야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잠궈둔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싶은 날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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