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
이도하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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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삶의 경계, 그 아픈 간격의 기록들.

<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라는 제목을 본 순간 멜랑꼴리. <너라는 별>, <슬픔의 무게>, <조금만 더 기다릴까요?>, <안아주기> 등 4장으로 구성된 <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쯤에 읽어보면 딱 좋겠다 싶었지만 여름밤이면 어때, 고즈넉한 분위기에 별이 반짝이는 이 밤에 읽기에도 괜찮은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하 시인과 함께 <연인>을 출간해 호평을 받은 적 있다는 이도하 시인을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의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들이 많아서 좋았다.

무인도

그대가

떠나간 빈자리에

빛바랜 만월이 스치고

하얗게 쌓인 눈발들이

차디찬 눈물이 되어

검은 바위 언저리로

흘러내리는

나는

망망대해 속에

끝없이 밀려가는

작은 무인도

p.40.

살면서 누군가를 애닮게 그리워한 적이 있다면 <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를 제대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눈발이 검은 바위 언저리로 흘러내리는...' 이라는 애상적인 표현이 눈물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슬프게 느껴져서 인상깊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보니 떠나간 그대가 은근히 많다, 불쑥 그대들이 떠오른다.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의 흔적이 남아 있을 때까지 그리워 할 것 같다. 하늘 아래 내리는 모든 것들은 별처럼 빛나는 흔들림 속의 왈츠. 소복히 쌓인 꽃잎 위로 내려앉은 수많은 사연들. 환한 하늘 가운데 별 하나 손끝이 시려오는 날, 한해를 살아낸 붉게 물든 사연들을 빈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작은 별이 되어 다시 올 때까지 삭막해진 마음에 봄기운을 미리 불어 넣으려고.

p.17, '너라는 별2' 중에서.

사실, 일과 시간에 쫓겨 사는 요즘 시집은 커녕 책 읽기도 버거울 때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마음 먹고, 억지로 시간을 내어 읽고 나니 마음 한켠이 말랑말랑해지는 걸 느낀다. 나는 이런 순간에 "내가 살아있었지..."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실감하게 된다. 열 여덟살 언저리에는 시를 지어보겠다며 한껏 시인 흉내를 내는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집을 읽으면서 잠시 잊혀졌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아끼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 있다보니 '너라는 별'의 너가 이제는 연인보다는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돌아가신 아버지, 떠나간 우정, 지나간 인연... 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 날이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고...내일이면 현재를 살아야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잠궈둔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싶은 날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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