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과 시간에 쫓겨 사는 요즘 시집은 커녕 책 읽기도 버거울 때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마음 먹고, 억지로 시간을 내어 읽고 나니 마음 한켠이 말랑말랑해지는 걸 느낀다. 나는 이런 순간에 "내가 살아있었지..."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실감하게 된다. 열 여덟살 언저리에는 시를 지어보겠다며 한껏 시인 흉내를 내는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집을 읽으면서 잠시 잊혀졌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아끼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 있다보니 '너라는 별'의 너가 이제는 연인보다는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돌아가신 아버지, 떠나간 우정, 지나간 인연... 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 날이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고...내일이면 현재를 살아야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잠궈둔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싶은 날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