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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현호정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 제목과 독특한 표지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장르나 기본 줄거리도 모른 채 그저 펼쳐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소설을 읽어보니 나는 살면서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할만한 이야기라서 참 특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 작가라니. 책을 읽고나면 스토리를 금세 잊어먹는 스타일인데,'다윈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책은 워낙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는 소설이라 인상 깊은 작품으로 손꼽히는데, 현호정 작가가 박지리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더욱 호감이 느껴진다.
책은 <라즈베리 부루>, <돔발의 매듭>,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Oo~~>, <연필 샌드위치>, <한 방울의 내가>, <청룡이 나르샤>, <옥구슬 민나> 등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다룬다. <라즈베리 부루>는 두루마리 휴지만 한 화분에 흙과 함께 담긴 작은 라즈베리 나무인 부루와 굴을 만들어 혼자 사는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통통한 식물이었던 부루가 말라가기 시작하고, 소녀는 자신의 생리혈인 섞인 물을 듬뿍 준다. 그 때 이후로 부루는 계속 자랐고, 계속 피를 원한다. 화분으로부터 걸어나와 말도 하는 부루에게 소녀는 자신의 피를 나눠주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도 소녀의 생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이어지는 소설들도 '응?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는 뭐지'라는 느낌일 들 때 이야기가 끝난다. <돔발의 매듭>에서 부탁받아서 간 장례식에서 어쩌다 상주가 되어 매듭 짓기의 매듭이 스물 한개가 되어야함을 주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읽으면서도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내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연필 샌드위치>에서도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내가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데. 어쩌면 대상 간 연결 고리를 통해서 우리는 이어져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연결, 순환, 잉태 등의 소재들이 떠올랐는데... 확장된 의미와 주제는 시간을 가지고 작품을 더 읽어봐야 알 것만 같다. 다소 난해한 문장과 결론은 조금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