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요즘 뉴스와 기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은둔형 외톨이', 은둔형 외톨이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와 은둔형 외톨이었던 OO씨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기사, 은둔형 외톨이 10명 중에 7명이 자살충동에 노출 되어있다는 기사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이들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어인 히키코모리를 해석한 말로 오랜 기간 (일반적으로 반년 이상)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행위, 혹은 그런 사람을 칭하는 일본의 신조어라고 한다. 또 정신병리학적으로는 회피성 성격장애와 유사하다고 한다.(출처:나무위키) 이들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이라기 보다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가고 있다는 부분에서 '우리 사회가 점점 병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궁금증이다.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깊이 관심가져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최소 10만여 명에서 최대 50-60만 명이 존재한다고 밝혀진 그들에 관한 이야기, 상담학과 교수인 저자가 만나온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가 어려워져 친척집에 맡겨져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정민, 가족이 모였지만 그래도 외로웠으며 친구들에게 왕따와 신체적 폭력까지 당하게 된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는 도서관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상담자인 수현은 오빠만 좋아하는 부모님에게서 자랐다. 부모에게서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외면 당한 경험과 갑작스레 시작된 달동네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버겁기만 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한 채 결국 자신으로부터 고립된 이들을 칭하는 말이었는데, 상처를 극복하지 못 하고 아픈 채로 있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삶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위험한데, 이 때 주변에 손 내밀어주는 사람,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 밝은 기운을 나눠줄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이들이 고립되는 일들이 조금은 줄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에서는 '나를 마주하는 훈련', '고통을 피하는 방법', '내 마음을 드러내는 법' 등 내담자와 힘든 상황을 극복했던 사례에 대해 언급한다.

살면서 나도 아픈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겨낼 수 있는 계기도 있었고, 또 좋은 에너지를 나눠준 이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괜찮아졌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오늘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픔의 강도가 모두에게 같지 않듯이 우리는 고립된 사람들을 비판의 대상이 아닌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야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더이상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논의해야하는 부분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여튼 왕창 개소리는 아닙니다만
이명선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다소 인문학적'인 개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하여튼 왕창 개소리는 아닙니다만>

은 '하여튼'과 '개소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작가 또한 현재는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있든 다른 의견을 개진하거나 앞 내용을 한번 되짚어 보는 '하여튼'으로 시작하는 글에 꽂혀 있다는 소개글을 보면서 독특하지만 어쩐지 내가 추구하는 것들과 방향이 같을 수도 있겠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처음은 다소 난해하다. 스물 다섯 편의 이야기 중, 첫 번째인 '나는 문제없는 시바견입니다'에서 옆집 닭을 두 마리나 물어죽이고, 여주인의 발가락까지 물어서 파양당하는 시바견의 이야기를 1인칭으로 서술한다. '읽다보니 이게 무슨 개소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바견은 원래 사냥개라 사냥 본성이 있어 사나운 편인데, 좁은 곳에 가두거나 묶어 키우면 더 사나워진다. 자기 영역으로 덥썩 들어오는 닭들을 가만히 둘리 없는 성격이다. 또 독립성이 강해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지 않으며 차라리 내버려두는 편을 좋아한다. 그렇다, 시바견은 원래 유전자적 기질이 사람과 친화적이지 않은 편인데, 이러한 특성을 모르고 외모만 보고 입양했다가 결국 파양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부탁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도 자격 시험을 치르게 하여서 통과한 사람에게만 분양하게 해 달라. 돈만 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분양하는 업체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지 말라.

그렇다, <하여튼 왕창 개소리는 아닙니다만>은 개의 목소리로 서술한 개소리이지만 내용은 우리가 아는 의미없는 개소리가 아니다. 언어유희된 재미있는 제목이었다는 것. '개나 사람이나 눈치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개식용반대' 등 반려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반려인으로서 공감가는 대목이 많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천일괴담
왓섭!.베베 지음 / 북오션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구독자 25만 공포 유튜버 "왓섭!"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표지 글귀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포물은 영상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 보다 책으로 읽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외적인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공포보다 내 스스로가 생각하고,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공포가 더욱 무섭게 느껴지기때문이다. <조선천일괴담>은 세종의 이복 동생이며 귀안을 가진 이현, 이현을 따르는 봉이, 이현의 형님이자 조선의 왕 세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세종은 이현을 직계 금관으로 명하여 그동안 죽음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사건을 은밀히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는 빼곡히 놓인 상소문을 들고, 궁을 나선다.

벌레들이 한 데 모여 두개골 모양을 띠고 있는 인로골설, 자신이 있는 곳으로 남자를 홀리는 해골귀신, 이현에게 각인된 도채비 소하, 독약인 비상 밀매 거래 현장에서 한 때는 수호신이었지만 악령이 되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그슨대, 태자귀 세타니, 구미호를 비롯하여 옛 괴담 속에 존재하는 요괴들이 여럿 등장한다. <조선천일괴담>에서는 요괴의 등장이 공포스럽기보다는 요괴로 인한 미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이현과 봉이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의지대로 추리가 불가능하지만 제대로 몰입되는 추리물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고, 조선시대 세종이 살았던 때를 배경으로 설정하여 익숙하면서도 신선했다. 장르물은 난해하거나 공감이 되지 않는 작품도 꽤 많은 편인데, 이 작품에서는 하나의 미제사건과 그 사건과 연루된 요괴가 등장한다. 마치 '명탐정소년 코난'이나 '신비아파트',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구성과 어릴 때 즐겨봤던 '전설의 고향'이나 '한국옛괴담'에서 많이 접했던 친숙한 요괴들의 등장을 보고 있자니 나로써는 옛날이야기 한편을 듣는듯한 기분이 느껴져서 괜히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올라서 반갑기까지 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난달엔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나의 엄마들>를 읽고, 여운이 남아았는 상태인데 새로운 동화집 출간이라니.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본다. 동화집 <건조주의보>는 <건조주의보>, <닮은꼴 모녀>, <이상한 숙제>, <요술주머니>, <사료를 드립니다> 등 다섯 편의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동화를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이야기들이 하나 같이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소소한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간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던지 부모님에게 관심받고 싶은 어린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쉽게 몰입이 된다.

<건조주의보> 주인공 건우에게는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분명하게 이름 지을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엄마는 드라마에 빠져 있고, 누나는 공부에 빠져 있고, 아빠는 술에 빠져 있는 밤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게임을 하지만 그 시간이 마냥 행복하진 않다. 엄마는 공부를 잘하는 누나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는 편이지만 건우에겐 오히려 분풀이를 하는 것 같다. 건우의 가족은 건조증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인강을 보는 누나는 안구 건조증, 아빠는 온몸이 가려운 피부 건조증, 엄마는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구강 건조증.... 엄마는 건조증에 걸리는 이유가 스트레스 받아가며 열심히 살아서라고 했는데, 건우는 엄마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방과 후 수업, 학원과 학습지를 뺑뺑이 판처럼 도는 자신이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말 같아서이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아윤이가 건우에게 마음이 건조하다는 말을 하는데......

<건조주의보>는 건우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야기여서 웃음이 났다. 딱 초등학생 아이가 할 수 있을만한 생각과 행동을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사에 녹인 것 같아서 그저 건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귀여운 느낌이 든달까. <닮은꼴 모녀> 역시, 초등학교 4학년인 민지가 좋아하는 남학생 영민이에게 자른 머리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 편의점에 숨는 모습도 인상에 남는다.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 속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들을 그대로 묘사한게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만큼 생생한 매력이 있다. 또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유익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아이와 같이 다시 한번 꼭 읽고, 이야기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현호정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 제목과 독특한 표지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장르나 기본 줄거리도 모른 채 그저 펼쳐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소설을 읽어보니 나는 살면서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할만한 이야기라서 참 특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 작가라니. 책을 읽고나면 스토리를 금세 잊어먹는 스타일인데,'다윈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책은 워낙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는 소설이라 인상 깊은 작품으로 손꼽히는데, 현호정 작가가 박지리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더욱 호감이 느껴진다.

책은 <라즈베리 부루>, <돔발의 매듭>,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Oo~~>, <연필 샌드위치>, <한 방울의 내가>, <청룡이 나르샤>, <옥구슬 민나> 등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다룬다. <라즈베리 부루>는 두루마리 휴지만 한 화분에 흙과 함께 담긴 작은 라즈베리 나무인 부루와 굴을 만들어 혼자 사는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통통한 식물이었던 부루가 말라가기 시작하고, 소녀는 자신의 생리혈인 섞인 물을 듬뿍 준다. 그 때 이후로 부루는 계속 자랐고, 계속 피를 원한다. 화분으로부터 걸어나와 말도 하는 부루에게 소녀는 자신의 피를 나눠주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도 소녀의 생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이어지는 소설들도 '응?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는 뭐지'라는 느낌일 들 때 이야기가 끝난다. <돔발의 매듭>에서 부탁받아서 간 장례식에서 어쩌다 상주가 되어 매듭 짓기의 매듭이 스물 한개가 되어야함을 주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읽으면서도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내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연필 샌드위치>에서도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내가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데. 어쩌면 대상 간 연결 고리를 통해서 우리는 이어져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연결, 순환, 잉태 등의 소재들이 떠올랐는데... 확장된 의미와 주제는 시간을 가지고 작품을 더 읽어봐야 알 것만 같다. 다소 난해한 문장과 결론은 조금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