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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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SF 문학상인 '네뷸러상'을 받은 '어둠의 속도'. 그 소설을 쓴 '엘리자베스 문'의 또 다른 대표작 중에 하나라는 '잔류 인구'! 유명한 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나는 '엘리자베스 문'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특히 '여자 작가가 쓴 SF 소설'은 이번에 처음이었는데, 외계 생물체가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왠지모르게 엄마의 손길처럼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영화관에서 봤던 '마션'이 떠올랐다. 마션이 남자과학자의 행성 생존기였다면, 소설 '잔류 인구'는 스스로 선택해서 '잔류 인구'가 된 70대 여자 노인, 오필리아의 행성 생존기 이야기라 말할 수 있다.

일단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제목 부분이 반짝 반짝해서 일러스트의 비즈 장식과 잘 어울린다. 아마도 오필리아 일 것만 같은 여자 캐릭터 덕분에 읽는 내내 미래의 인간, 오필리아를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난 떠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떠나도 나는 여기 남겠어. 혼자서. 자유롭게

소설 속 배경은 행성들을 이주해가며 정착하고 살아가기를 반복하는 시대이다. '클로니'라는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로 소설은 시작된다. 수십 년 전 정착한 곳, '클로니'. 주인공 오필리아는 젊을 때 그곳에 정착해서 남편과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재이주하게 되는 때가 온다. 이미 아들, 바르토를 제외하고 남편과 다른 자녀들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더욱이 그곳의 관리자들은 오필리아는 이미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늙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들 부부에게 그를 보호할 면목으로 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기 전부터 오필리아는 몰래 이곳에 남자,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결심을 한 상태. 결국 그는 계획대로 이주하는 우주선에 타지 않았고, 클로니에 혼자 남아 자유를 느끼며 살게 된다. 얼마나 지났을까. 폭풍우가 치던 날, 괴생물체들과 딱 마주친다. 그리고 펼쳐지는 오필리아의 생존기다.어르신은 아무것도 못 해요. 배운 것 없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흔한 할머니잖아요.

너무 늘어서 쓸모가 없기 때문에 아들 부부에게 그를 보호할 면목의 비용을 더 대라고 했다는 관리자들. 소설 전반부에 사람들이 오필리아를 그냥 짐인 것처럼 대하는 장면들이 마음에 걸렸다. 현실의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반영된 것 같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게 왜 가족인데 같은 우주선에 태우지 않고 따로따로 우주선을 배정했을까? 관리자들은 애초에 데려가지 않으려고 했던 게 아닌지 의심됐다. 오필리아가 떠나기로 한 날 정거장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 그를 찾긴 했을까?



행성에 혼자 남게 된 오필리아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때 느껴보지 못한 자유를 마음껏 느끼며 살아간다. 남들 시선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했던 행동들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개운한 느낌이었을까. 특히 소설 속 장면에서 너무 불편했지만 아들 부부가 자주 입기를 원한 '옷'과 '신발'을 없애버리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홀가분함을 느꼈다. 소설에는 '오래된 목소리'와 '새로운 목소리'라고 명칭하는 오필리아의 생각들이 등장한다. '오래된 목소리'는 '여자는 그러면 안 돼', '나이 든 사람은 그러면 안 돼'라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고정관념, 사회적 편견이 가득했고, 그와 반대로 '새로운 목소리'는 '나이는 상관없어','뭐 어때 그냥 하면 되지'등의 자존감, 용기, 행동력들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생각해보면 편견앞에서 멈추게 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나도 오필리아처럼 생각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



이 사람들이 괴동물들만큼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그를 이해하는 일에 괴동물들보다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아요." 오필리아는 강조하는 뜻으로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소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괴동물, 외계인. 그들은 늙은 여자인 오필리아를 대단한 사람, 쓸모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같이 살아간다. 그에게서 배우려 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대비되게도 다시 클로니로 들어온 소수의 인간들은 오필리아는 이미 늙은 사람.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할머니에 불가하다고 계속 말한다. 소설 초반부에 등장했던 클로니 사람들과 같은 마인드다. '인간들 세상에서는 쓸모없는 사람, 괴동물한테는 아직도 쓸모가 있는 사람'. 괴동물이 대하는 오필리아와 인간들이 바라보는 오필리아는 차이가 컸다. 이 소설은 실제로 나이든 사람들을 바라보는 현대의 사람들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뭔가 나는 '그들을 인정해줘야지, 처음부터 편견을 씌우고 보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잔류 인구'는 따뜻한 SF소설이다. SF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소에 휴머니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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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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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021년 현재,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40퍼센트로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라고 답변한 사람이 61퍼센트라고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점점 '종교적 믿음'이 줄어가고 있는 중인 거지요. 저는  종교적이 아니어도, 현대사회는 서로 간의 '믿음', 넓게는 사회에 대한 불신이 많아진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믿음'이라는 소재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바로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 작가님의 신작, '믿는 인간에 대하여'입니다. 





이 책에는 '믿음'에 대한 통찰들이 담겨있어요. 아무래도 종교에 대한 것, 성경에 관한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가톨릭 인문학'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프롤로그에 믿음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점인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어요. 하지만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니, 자신의 종교를 많이 들어내야 할 것 같아서 잠깐 고민이 되었다고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은 '꼭 가톨릭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읽어볼 만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믿음'은 좋든 싫든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니까요. 지난 역사 속 사실이나 성경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살펴보며 발견할 수 있는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어서 작가님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어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가톨릭 신부였지만 현재는 사제직을 내려놓은 한 명이 신앙인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더 깊고 묵직한 인문학적 통찰이 가득했던 것 같아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확고한 믿음 대신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돌아볼 수 있는,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자유'에만 큰 방점을 찍고 행동한다면 사회나 이웃과 불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을 믿고 그 뜻을 따라 살고자 한다면, 나와 내가 속한 종교 공동체의 행동이 이웃에게 고통을 주거나 이웃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더 나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겉모습으론 다른 종교를 배려하고 존중하여 살아가기를 희망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종교적 배타주의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나와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적이라는 잘못된 신념이 너무나  씁쓸한 현실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가 높아진 것 같아요. 나와 같지 않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내 이웃이 아니게 되어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모든 것은 '바라봄'에서 시작됩니다. 개인의 고통도, 사회의 아픔과 괴로움도 그 해결을 위한 첫 단계는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여기가 모든 이해의 출발점입니다.  ...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바라봐야 하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같음'입니다. 


작가님은 '바라봄'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했어요. 저는 개인주의 시대에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려 졌습니다. 먼저 스스로를 바라보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면 어떤 감정을 느껴지는지 살피는 것, 그게 제일 먼저라고요.  몇 달 전에 봤던 뉴스가 생각납니다. 외국에 있던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어쩌면 새로운 감염원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면서도 따뜻하게 환영해 주던 사람들이 나온 뉴스요. 오랜만에 찡한 뉴스를 봤다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여기를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최근 넷플릭스 흥행작 드라마인 '오징어게임' 2회 제목이 '지옥'이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겐 현실이 지옥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 담긴 화의 제목이었어요. '헬조선'이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은 '지옥'이 진짜 사후만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현실이 지옥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코로나19'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어떤 국가는 그곳 자체가 '지옥'이 되었다는 기사도 봤었네요. 살아가면서도 인간들의 태도로 지옥과 천국을 결정이 날 수도 있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인간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작가님의 말에 크게 공감이 갔어요. 





책에는 성경을 소재로 그려진 명화, 가톨릭 종교 내에서 성지로 불리오는 유명한 장소들, 건축기법 등 다양한 종류의 자료들이 등장합니다. 저 역시 항상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왜 인간을 위해 종교가 만들어졌는데, 십자군 전쟁이나 종교재판, 아직도 종교로 싸우고 있는 중동 나라들은 무엇인가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하나에서 열까지 다 맞는 말만 하는 것으로 느껴진 책이었네요. 뼈 때리는 문장들이 많아서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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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편집 - 결국 생각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안도 아키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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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력을 갖게 해주는 비법책 '생각의 편집'

'편집공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 용어 자체가 생소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도 책 도입부에 무엇인지 설명이 나온다. 우리는 온갖 형태의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데, 그 수많은 정보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여 편집하는 행위를 '편집공학'이라고 한다고 한다. 오늘의 날씨, 나의 컨디션, 아침식사 메뉴, 출근 시에 지하철에서 보는 뉴스 기사들 등.. 사람이나 누구나 그것을 의식하든 안 하든 다양한 정보를 받고, 그 정보들 중에서 선택해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편집력'이란 무엇일까. 작가가 말하고 있는 '편집력'이란 새로운 생각, 어떤 생각의 시작점, 즉 '그 생각을 발견해 내는 힘'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일본의 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편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는 문장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이 책은 일본의 '편집공학연구소'에서 하는 일을 바탕으로 쓰여 있다. 그것에서 전파하는 생각법이 주된 내용이다. 저자는 편집공학연구소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좁은 생각의 숲에 갇힌 사람들에게 생각의 변환점을 찾아 숲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이다.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꼭 과장된 표현 같지는 않다. 생각하는 법을 크게 넓히면, 결국 우물안 개구리도 우물을 탈출해서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니깐 말이다. 생각의 방향이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생각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이미지나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고 무의식 사이에 존재하다가 뭔가에 의해 갑자기 이끌려 나옵니다.

...

떨어지는 사과에 대한 놀람과 의문이 없었다면 뉴턴의 탐구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책은 결국 '편집공학'과 '편집력'이라는 내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로 시작되었지만, 당장 직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 같은 아이디어 팁 책으로 다가왔다. '아이디어 찾는 법, 아이디어 생각법 실천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디어를 찾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은 추천 방법들도 많이 나온다. 내가 인상 깊은 방법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3가지 사고의 법 : 3가지를 떠올리고 조합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법.

- 기존의 분류법이 아닌 새로운 분류 방식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담는 법.

- 비슷한 것 찾기. 어떤 것을 선택한 후에 그와 비슷한 속성과 연결시키기.

- 애초의 것, 일상 속에 스며든 것들에 의문을 가질 것.


'그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 다른 생각의 길이 열리고, 다른 삶의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지 않겠냐는 저자. 나는 전적으로 그 주장에 동의한다. 지금보다 더 깊고, 넓은 생각의 영역을 넓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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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지음, 박산호 옮김 / 살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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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내게 인생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줬던 책들. 따뜻한 교훈도 담겨있고 스토리, 문장 자체도 쉽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추천해 줬던 책들이다. 지금도 내 책장에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는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들의 저자' 미치 앨봄'의 신작 '치카를 찾아서'! 신간 소식을 듣자마자 관심이 갔는데, 너무나도 운 좋게 본 출판 전에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치 앨봄'은 아이티 대지진 이후 아이티에서 보육원 복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보육원 운영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똑 부러지고 활발한 다섯 살 소녀 '치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치카는 어린 나이에 희귀 뇌종양을 앓게 되고 아이티에서 마땅히 치료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미치 앨봄은 그 소녀를 미국으로 데리고 와 아내와 함께 정성스럽게 보살펴주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해준다. '치카를 찾아서'는 아이 없이 지내던 50대 중반의 부부에게 찾아온 아이 치카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배우고, 부모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가장 이기적인 건 시간을 탐욕스럽게 쓰는 거야.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앞으로도 자신에게 많은 시간이 남았을 거라고 짐작하는 건 신에 대한 모욕이란다.

...

아이들은 이 세상에 경이로워하지.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경이로움에 경이로워하고. 그렇게 우리 모두 같이 성장하는거야.

...

그래, 가끔은 우리 인생에서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가끔은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도 해. 너처럼 말이야.

안타깝게도 미국으로 치카를 데리고 온 후 2년이 지나고 일곱 살이 되어 치카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소설은 치카가 죽고 나서, 그 소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슬픔에 싸인 미치 앨봄을 찾아와 왜 글을 쓰지 않냐고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 자기 이야기를 써달라고 재촉을 하는 치카. 작가는 지난 2년을 추억하며 글을 쓰게 되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소설이라는 느낌을 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엄마가 죽고 그 이후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빠에게도 버림받아 보육원에 들어갔고, 설상가상 죽을 병까지 걸렸지만 언제나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 소녀 치카를 만나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미치 앨봄 부부. 결과를 알고 보는 이야기라 슬프기도 했지만 그 맑은 아이에게서는 밝은 에너지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님'처럼 이 책에도 이야기 중간중간에 일곱 가지의 교훈을 정리해서 말해준다. 주로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게 돼 가족 사랑에 대한 것들이다. 이 책의 구분은 장편소설로 되어 있는데 나는 이 이야기가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자서전 같기도 했다. 물론 죽은 후에 아이가 찾아온다는 부분은 소설 적 상상이 가미된 것이지만 그 밖에 아이가 살아있을 때 있었던 일들이나 그 아이를 통해 느꼈던 내용들은 에세이 같기도 했다.

역시 미치 앨봄이었다. '치카를 찾아서'는 따뜻하고, 교훈적이고, 쉽다. 지금 아이가 있는 부모에게도, 아이가 없는 딩크족에게도 와닿을 것 같은 사랑으로 이어진 가족의 이야기. 사랑으로 엮여진 사람들 이야기다. 나도 치카를 만나 가끔은 울고, 가끔은 기특해하며 사랑과 사랑 사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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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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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은 어땠을까? 예술가가 살았을 당시 근거로 남아있는 실제 사생활의 모습과 사람들 사이에 소문으로 전달 되어온 스캔들을 알려주는 책 '발칙한 예술가들'.

정은주, 추명희, 두 명의 칼럼니스트가 저자인 ‘발칙한 예술가들'은 음악가와 미술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가끔씩 미술분야 예술가들에 대한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꼈던 적은 있지만, 음악관련 예술가들은 베토벤, 모짜르트를 제외하곤 전혀 알지 못했다. 이름조차도 생소한 음악분야 여러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를 살펴보며 존재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양 예술사를 빛낸 예술인 30인을 골라서 삶, 특히 사랑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각 예술가들의 이성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이 등장한다. 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왜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바람둥이였을까?' 였다. 물론 극히 드물게 잉꼬부부나 평생 독신으로 산 예술가들도 있었지만 이 책에 등장한 거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내가 떠올린 이미지는 바람둥이다. 누군가는 뮤즈였고, 누군가는 잠깐 스쳐가는 연인이었다가, 누군가는 평생을 헌신해준 연인이었다. 물론 그 각각의 연인들이 예술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작품에 까지 영향을 많이 주기는 했을 것 같다. 다만 너무 난잡했던 인물들이 꽤 있어서 놀랐다. 어째든 그런 자극적인 소재가 있어서 지금 책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사생활 스캔들이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코드로 '그 사람이 그랬단 말이야?'하는 흥미를 갖게 해 주면서 그 예술가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던 책 ‘발칙한 예술가들’. 이처럼 재밌는 예술사 교양책은 다신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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