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일가 - 교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가바야마 사토루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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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가(가바야마 사토루)

원제 京都·六曜社三代記喫茶の一族 (교토 ·로쿠요샤 삼대기찻집일족)


찻집이란, 어디까지나 멍하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책을 읽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낯선 사람과도 어울리는 장소다.

내가 카페에 가는 이유,

그리고 내가 아닌 누구라도 그 이유가 되어줄것이다.

​

" 찻집에 있을때 만큼은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대처가 긴 안목으로 보아 가게의 미래로 연결될 것이다."


패전 이듬해인 1946년 구 만주의 고도에 문을 연 작은 커피점(喫茶(きっさ)店)에서의 인연에서 시작되는 이 커피집은, 이후 교토에서 레인보우(レインボウ), 코니아일랜드(コニアイルランド)커피집을 거쳐, 로쿠요샤(六曜社)라는 이름의 가게를 이어받아 2020년, 로쿠요사가 처음 발걸음을 뗀 지 70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대로 천천히 '100년을 잇는 커피점'이라는 타이틀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100년 찻집'이라는 목표는 어느덧 종착점이 아닌 통과점이 되어 있었다.

​

'늘 죽음을 의식하며 아슬아슬하게 매일을 보내던 중에 만난 것이

바로 '작은 커피점(小ちな喫茶店) 포장마차였다.

융드립으로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커피는 힘든 나날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어느덧 야에코에게 그곳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장소가 되었다.

그 커피점을 운영하던 남자가 훗날 야에코의 남편이 되는 오쿠노 미노루다. ㅡ26p'

​

'야에코는 미노루와의 (교토에서의) 재회를 기뻐했던 찻집에서

다시금 출발하게 된 것에 어딘가 운명 같은 걸 느꼈다.

여섯명의 여성이 경영을 하고 있었던 데서 가게 이름이 유래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길일이네 흉일이네 하는 달력에서, 길흉의 기준이 되는 여섯날을 연상케 하는

로쿠요샤는 어딘가 신비스러운 울림이 있어 좋았다.

로쿠요사에서의 새출발, 미노루는 27세, 야에코는 25세였다.ㅡ41p'

​

'손님에게 붙임성 좋게 응대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야ㅡ36p'

'접갭업은 무엇보다 청결함이야.ㅡ51p'

'접객은 웃는 얼굴로, 어서오세요와 감사합니다는 큰소리로, 물은 잔이 비기 전에 따르러 간다, 머리가 길면 반드시 뒤로 깔끔하게 묶는다, 앞치마 끈은 예쁜 리본 모양으로 묶는다, 매니큐어는 절대 금지, 등등 무엇보다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ㅡ103p'

​

그렇게 시작되어 운영된 이 커피 가게는 '가족끼리 꾸려가는 편안함'이 감도는 분위기를 풍긴다. 이 가게를 찾은 손님중 한명은(세토우치 자쿠초 작가) 이곳을 '데이트에서 남녀가 은밀하게 있을법한 분위기가 아니라 장소 전체가 우리집 부엌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편했지요' 라고 회상한다. 엽서 그림을 그려놓고, 클래식을 중심으로 재즈와 샹송 레코드를 틀었으며, 휴대 전화가 없던 시절 가게의 메모장에 전언을 남겨 손님 사이의 가교가 되주기도 했다. 때문에 60년대 학생운동 시절의 단골은 '시위 후 돌아가는 길에 좌절과 허무감에 망가진 기분을 치유할 목적으로 들르는 코스이자 동료들과 연락을 취하는 곳'이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로쿠요샤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목격자이자, 때로는 삶의 희비가 교차되는 곳이기도 했다.

​

'사랑이 시작되는 곳이자 말없이 음반을 듣는 곳, 주먹다짐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한 찻집은,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일순 교차하는 이야기의 무대였다.ㅡ80p'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멍하니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오락이었다.ㅡ85p'

​

이후 지하에서 1층으로 옮기면서 지하점은 선술집(바)으로 개점한 이자카야 로쿠요로 재출발해 스낵바를 열어 샌드위치, 필라프, 스파게티 등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지상점은 차남인 하지메가, 지하점은 장남인 다카시가 가게를 돕게 되면서 두 형제가 가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아주 먼 길을 돌고돌아 온 막내 오사무는 저녁에 바가 오픈하기 전인 낮시간에 지하 커피점을 열게 되어 결국 세형제가 모두 가업에 참여하게 된다.

​

'가게에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주요 손님층이라고 생각되는, 편안한 옷차림을 한 손님들이 저마다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가게 분위기에도 점원에게도 기를 쓰지 않고 거리에 녹아든 느낌이 강했다. 사람들의 일상에 능숙하게 파고 든 가게, 대중적이고 제대로 맛있는 집, 오사무가 목표로하는 이상형의 근원이다.ㅡ106p'


언젠가 로쿠요샤를 이어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가게가 계속 남아 있었으면 해요.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 오사무의 아들 군페이가 이어가면서 가게는 지속되고 있다. 한 작은 커피가게가 어떻게 70년을 이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 글 속에는 전쟁의 시대를 보낸 그들이 고스란히 지내온 시대적 배경과 역사가 들어있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이 자리잡은 장소인 교토의 상업화 과정, 그 중 커피집의 발전과정과 가격 변화등 전반적인 도시 발전과 경제성장기, 소비 문화의 변화, 시대별 유행들이 담겨있었다. 뿐만아니라 가족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가족간의 소통 방식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었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인생도 담겨있었다. 이 작은 책한권에, 그것도 교토의 한 작은 커피가게 이야기가 이렇게 두루두루 포괄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 줄이야. 시간여행과 교토여행을 동시에 하는 기분이었고, 천천히 가게에 스며들어 로쿠요샤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계속 찾던 길인지도 모른다.

오사무 116p

헛된 경험은 없구나.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서 이상으로 삼는 찻집을 만들고 싶다.

군페이 169p, 172p

어디로 넘어질지 모르지만 따라와주면 좋겠어

군페이 175p

끝으로, 책속의 책으로 지나가는 문장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


로쿠요(六曜社로쿠요샤를 六曜(ろくよう)로쿠요라고 썼다)에서 혼자 술을 마신뒤

나는 잘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울고 웃는 묘한 감정으로 지냈다.

저 웨이터 아저씨에게

'Do you know yourself? (자기 자신을 아세요?)'라고 말했더니,

'Yes, Perhaps, I know myself.'(네, 아마도요. 저는 제 자신을 압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I don't know my self.(저는 저를 모르겠어요)'하며 웃었다.

64p

자신있게 내가 가는 길에대해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대해서, 그렇게 나에 대해서 I Know myself, Perhaps. 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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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처받았나요? -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술 빼고 다 있는 스낵바가 문을 연다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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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스낵바가 도시 뒷골목에 있다고 한다.

그녀의 스낵바에 스템프 찍으러 가고 싶다.

상처받은 그들에게 적절한 음료와 행동을 권하던 그 모습이 인상깊다.

내가 가면, 어떤 걸 권해줄까. 어떤 음료를 마시게 될까.

나에게도, 스템프를 주며 또 오라고 말해줄까.

책 제일 첫페이지의 『오늘도 상처받았나요?』의 원제가 써져있다.

『スナック キズツキ』 라고 가타카나로 쓰여있는데,

スナック(Snack)은 말그대로 스낵(간단한 식사, 간식) 그 자체이지만,

경식당(スナックバー)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キズツキ(傷つき)도 말그대로 상처받은, 혹은 상처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딱따구리 스낵바 キツツキ(啄木鳥)スナックバー(Snack bar)라는 작명은 결국,

상처입을 사람을 뜻하는 키즈츠키(傷つき)와 딱따구리를 뜻하슨 키츠츠키(啄木鳥)라는 유사한 발음에서 유래한 스낵바로 일본식 농담에서 자주 볼수 있는 언어유희식 개그가 녹아든 작명센스다.

장소를 BAR로 정하고, 주제를 상처받은 사람으로 정했으니

분명 상처받은 여러 손님이 들어올테고, 이는 곧 에피소드식으로 구성될꺼란 얘기.

드라마화 하기 좋은 소재고, 예상대로 드라마화되었다.

가벼운 구성이지만, 그 해결책을 섣불리 제시하는건 어려운문제다.

자칫 분위기가 무겁거나 동정, 신파로 치우칠 수도 있고, 상처받은 사람의 본능적인 방어막으로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한 스낵바는 다소 엉뚱하고 유머러스하고, 무엇보다 상대가 판단을 할 새도 없이 훅 들어온다.

뜬금없이 노래한곡 하죠, 지금 당장 해보죠, 저부터 할께요 시작~! 이런식이다.

노래할때 음 높게 잡죠? 피아노를 쳤었군요? 발사이즈 240이죠? 등으로 이미 상대에 대해 안다는 말투도 덤이다.

하지만 그 훅 들어오는 펀치는 누구보다 상냥하고 다정하다.

어떠한 조언이나 충고도 함부로 건내지 않는다.

어떠한 '행위'를 '함께'하고, 그 손님마다 필요로 했을 서비스만 있을뿐.

그리고 누구나 듣고 싶지만 쉽게 들을 수 없는 '수고 했어요, 오늘도' 라는 말을 건내며 다가간다.

무엇보다, '술'로 취하거나 마법을 걸지 않고도 단단한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하거나 차가운 음료와 함께하는 것이 스낵바 딱다구리의 큰 특징이다.


저기요, 이봐요, 당신으로 불리며 이름이 없던 나카타에겐

따뜻한 두유라떼와 라이브 기타연주, 즉흥 노래를.

매일 작은 배려를 하느냐 작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다치에게는 라씨(인도식 플레인 요거트 음료)와 핸드롤 피아노 연주, 즉흥노래를.


소외감을 자주 느끼는 사토에게는

시나몬 로스팅으로 산미가 있는 북유럽 커피와, 에어 기타연주, 즉흥노래를.

자격지심이 있는 타키이(동생)에게는

백지책을 두고 창작 낭독을.

가장이자 장남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타키이(형)에게는

망고주스와 공중전화로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를.

자신을 시시하고 평범하다고 느끼는 도미타에게는

코코아와 창작 문장 끝말잇기를.

반듯한 가정을 꾸리고있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않는 가호에게는

생과즙 100퍼센트 사과주스와 탁상 미러볼을 올려두고 댄싱퀸 춤과 즉흥노래를.

주부의 삶으로 자기자신과 열정을 잃은 미나미에게는

아이스커피와 탭슈즈로 탭댄스를.

지나가는 나이인 열일곱의 지금 이 순간을 잃고싶지 않은 메이에게는

스스로 해먹는 따뜻한 코코아와 샌드위치. 충분히 비에 젓는 연습을.

이 모든 것들이 시종일관 감정이 좀처럼 드러나보이지 않는 그녀와 함께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과 대화에서 충분히 마음에 울림을 주는 몇몇 대사들이 나온다.

 

적당히 맞춰줄 테니까 내키는 대로 불러봐요.

지금 느끼는 감정.

나만 또 손해봤어.

오늘도 작은 손해를 봤어.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쌓이고 쌓인 손해를 돌려받고 싶은걸까..?

잘 안풀리는 것 처럼 보이지, 내인생

나는 내 인생을 잘 모르겠다

이정도면 괜찮다고 몇번이고 나 자신에게 들려줘야 할 만큼

나는 누구를,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걸까?

그는 생각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인 거구나.

하지만 그는 모른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역사에 출장을 온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역사 위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쌓여가는

티끌같은 존재일 것이다.

꿈은 이루기면 하면 안돼.

멀어지지 않도록 등에 동여매고 걸어가야 해.

직선으로만 가다보면 부딪치고

그때마다 상처를 입어서 상처투성이가 돼

(그럼에도) 충분히 젖어보렴



상처를 받았다, 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상처에 젖었다, 라고 말하는건 어때요, 라고.

비에 (잠시) 젖었던 오늘이 지나, 비가 그쳐 다시 건조되는 날이 오면,

그땐, 따뜻한 코코아를 마셔보라고.

나만 마시지 말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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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65일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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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정말 명서이다.

일전에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로 4권을 나눠서 '답사노트'와 함께 나왔던 책도 전권 샀었는데, 이번 책은 '여행자를 위한 만년 다이어리'로 답사기에서 엄선한 이달의 추천 여행지 24곳이 수록되어있다는 표제가 보인다. 이번에도 '나'에 초점을 맞춰 내가 채워가는 답사기가 완성되는 책이다.


다이어리라 불릴 수 있을 만큼, 달력, 스케줄표, 갔던 곳 표기, 메모지, 그리고 인터뷰형식의 몇가지 질문을 두고 기억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추천하는 장소와 이유, 그리고 장소와 관련된 역사 정보가 짧게 실려있고 나머지는 내가 채워나가는 형식이다. 사진이나 글귀등으로 나만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완성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구성이다.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보통 책은 읽고, 덮어두고에서 끝나지만,

이 책은 읽고, 쓰고(기록하고), 다시 읽고, 쓰고를 반복하게 된다.

그 사이 사친첩처럼 들춰보고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1. 서울 종묘와 무계원

가을 겨울에 좋은 곳

종묘는 삶을 영위하는 궁궐과는 달리 죽음의 공간이자 영혼을 위한 공간으로 봄여름보다 가을겨울이 좋다. 단풍 속 황혼녘에 처연한 미학을 느낄수 있으며 눈덮인 거대한 수묵 진경산수화를 볼수있기 때문이다.

2. 부여 무량사, 해남 대흥사

사계 모두 좋은 곳

일년 열두달 무량사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만수산과 오붓한 시고내음이 나는 사하촌이 어울리는 무량사, 국토 최남단에서 사계의 제빛을 놓치지않는 두륜산 구림리의 나무숲 장관 속 대흥사

3. 순천 선암사, 강진 무위사

매화꽃 피는 3월에 가기 좋은 곳

3월에 피는 매화꽃이 장관이며 우리나라 궁궐,정원에세 대할 수 있는 100종정도의 나무를 모두 볼수 있는 정원수의 표본이자 산사의 전형 선암사, 가장 오래된 후불 토벽의 붙박이 벽화 아미타 삼족 벽화와 수월관음도 원화가 보존된 무위사

4. 고창 선운사, 여주 신륵사

동백꽃 피는 4,5월에 가기 좋은 곳

동백나무 자생지의 북방산계선상에 가까이 있어 4월말에서 5월초 동백꽃의 절정을 볼수 있는 선운사, 보기 드문 강변사탈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변의 높은 절벽위에 자리잡은 신륵사

​

5. 서산 마애불과 보원사터, 문경 봉암사

4월에만 출입을 허락하는 곳

동동남 30도로 동짓날 해뜨는 방향이라 일년의 시작을 알려주는 서산마애불과 백제의 숨결과 백제지역의 지방적특성이 나타나는 보원사터.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에만 출입을 허용하며 남한에 있는 금석문 중 최고봉인 지증대사비문이 있는 봉암사

6. 지리산 동남쪽, 제주 해녀불턱과 돈지할망당

초여름이 아름다운 곳

6월 산천의 초록과 연둣빛의 푸르름이 아름다운 지리산자락, 제주 올레 제 20코스의 종점이자 마지막 코스인 24코스의 출발점에 있는 해녀들의 쉼터이자 사랑방 해녀불턱과 종달리 수국꽃이 몇 킬로비터나 장하게 피어있는 환상적인 해신당 돈지할망당

7. 공주, 영양지역 답사

한여름이 아름다운 곳

금강변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해발 110미터, 2킬로미터의 공산성과 주위 민가 돌담에 매해 여름 피어나는 능소화가 장관이 절터, 그리고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

봄이면 산수유, 여름이면 담배, 가을이면 고추가 제철을 구가하며 아름다움을 자아내지만 특히 주실마을 숲의 250년된 느티나무와 느릅나무가 우거지고 서석지윽 연꽃이 피어나는여름(7~8월)이 아름다운 영양.

​

8. 안동 병산서원, 제주 다랑쉬오름

한여름이 아름다운 곳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백사장(모래밭), 강변의 솔밭, 마주하는 병산 사이에서 강산의 경관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건축적, 원림적 사고의 탁월성을 보여주며 배치된 한국 서원건축의 최고봉 병산서원.

대칭미, 균제미를 보여주며 매끈한 풀밭과 한여름에도 더운줄 모르는 시원한 제주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깔대기 모양의 분화구. 그 깊이가 한라산의 백록담과 같은 굼부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다랑쉬오름.

​

9. 평창 봉평, 정선 정암사

만추에 단풍이 아름다운 곳

개울길과 감자,옥수수밭이 여지없는 강원도 산길을 느끼게하는 봉평마을과 푹꺼진 천변에 준수한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어지는 작은 명승지 팔석정은 가을꽃 필 무렵의 향촌향기가 느껴지는 곳.

태백산 깊은 산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절경을 보여주는 정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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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주 부석사, 양양 선림원터

늦가을 낙엽이 아름다운 곳

은행나무가로수와 사과밭이 있어, 은행잎이 떨어져 샛노란 낙엽이 길게 펼쳐지며 사철 중 늦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부석사 진입로.

늦가을 단풍의 절경을 보여주는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 움푹 꺼진 골짜기로 응복산 만월봉 미천계곡을 따라 향신제로 이름난 산초나무가 길게 늘어진 하늘아래 끝동네의 끝번지 선림원터.

​

11. 경주 감은사터, 안동 봉정사

늦가을에서 초겨울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

산과 호수, 고갯마루와 계곡, 넓은 들판과 강, 바다가 어우러져 조국강산의 모든 아름다움의 전형을 축소하여 보여주는 11월 중순의 감포가도(경주에서 감은사로 가는길)

참나무의 갈색낙엽과 노랗게 물든 은행잎, 붉은 홍시가 익은 만추의 안동. 현존하는 목조건축중 가장 오래된 극락전이 있는 가을의 명소 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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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담양 소쇄원, 단양 적성

사계 모두 좋은 곳

무등산 북쪽 산자락과 증암천 냇물을 끼고있으며 사계마다 절정인 나무와 대나무가 모두있어 현존하는 우리나라 원림(교외에서 동산과 숲의 자연상태를 그대로 조경으로 삼으며 집칸과 정자배치)중 단연 으뜸인 소쇄원.

죽령천과 단양천이 남한강으로 흐르는 모습이 조망되고 옥수수밭, 도라지밭, 엉겅퀴같은 억센 야생화들이 사방에 있으며 겨울철 눈덮인 사자락 나목 행렬이 굵고 긴 산수화를 보여주는 천연의 요새 적성.


이 책의 말머리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

그 경험의 폭은 반드시

지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경험, 삶의 체험 모두를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65일

여행자들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시야가 넓어졌어"라고 말하는

여행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 수 있는 질문들이 담겨있는 책이기도 하다.

​

어디를 다녀왔지? 왜 그곳으로 갔지? 그곳에 간 이유를 이루었나 혹은 이루지 못하였나, 무엇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나?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헤프닝이 있었나?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나.

​

그리고 책표지에도 있는,

'(경험 이후에 보고 느끼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말.

그 말을 이 곳에 남기면 된다.

​

여행 후에 그곳, 그 장소는 여행가기 전의 내 머릿속에서 알고만 있던 장소와는 분명히 다르리라.

여정과 일대기가 있고, 추억을 남기고 왔고, 어떠한 감흥을 내게 주었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너에게 어떤 곳으로 남게되었는지 기록하는 나만의 답사기.

​

완성된 책이 아니라 완성해 가는 책,

나의문화유산답사기 36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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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멀리 차기 ㅣ 창비청소년시선 37
서형오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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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오 시인은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 읽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은 고등학교 국어/문학과목 교사이다.

생선가게에 오래 머물면, 옷에 비린내가 배죠.

마찬가지로,

수업시간마다 시를 구경하면, 시에서 나는 향기가 생각에 배어

어른이 되어도 시를 읽게되죠.

비린내 현상 중

시의 가치를 아는 선생님은 시를 권유하면서 이를 잘 모를 아이들을 위해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경험을 내세운다. 그리하여 시적자아는 당연히 아이이다. 자칫 어른의 자리에서 진술하기 쉬운데 화자를 청소년으로 글을 써 청소년들의 마음에 진실하게 가닿을수 있게 하였다.

어른들의 문제가 곧 아이들의 문제로 직결된다

박상률, 신발 멀리차기 해설 중

어린이 청소년 문학이라해서 오로지 아이들의 문제(학교폭력,입시,따돌림,사이버범죄,음주와 흡연,임신과낙태 등)에만 매달릴순없다. 아이들의 둥지인 가정은 부차적 요소가 아니다. 어른,집안환경,사회분위기가 배제된채 아이들만 존재하는 세상은 있을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투영하는 물건이 있다

삶의 모습 단면을 담고있거나, 감정을 담아내는 물건이라 해도 좋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라 이럴땐 고흐의 신발과 의자가 생각나기도 한다. 자신과 고갱의 삶을 비교하며 그린 의자와, 노동자의 삶의 고됨을 보여준 군화.

누군가 이 시를 읽는다면, 잠깐 멈춰서 자신을 투영하거나 나를 대용하는 소재를 찾아보라고 권하고싶다.

그리고 그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바뀔수 있으리라.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신발 멀리차기 놀이를 한다.

발등에 신발을 걸고 힘껏 발을 내뻗자 포물선을 그리며 신발이 날아간다.

마지막에 찬 내가 1등이다.

멀리 떨어진 신발 한 짝을 주우러 깨금발로 뛰어가면서 생각한다.

아빠의 마음도 별거 중인 엄마한테 깨금발로 뛰어갔으면 좋겠다.

잠시 높은 곳 먼데에 갔다가 땅으로 내려온 신발을 찾으러 가듯이,

엄마를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

서형오, 신발 멀리차기 16p

폰을 만지작거리며 가로수 길을 걷다가 은행 몇 알을 밟은 모양이다.

물렁하고 미끈한 그것들 내려다 보는데

슬며시 피어올라 코를 때리는 노란 향기의 주먹질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신발 두 짝.

신발 바닥을 닦으며 생각한다.

이렇게 맨몸으로 낮고 험한 데를 가려 주는 것이 있었구나!

새벽에 채소를 떼 오다가

승합차에 부딪혀 트럭 안에서 세상을 떠난 엄마와 아빠

나동그라진 신발 네 짝.

그때부터 나와 동생을 마음속에 태우고 살아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낡은 신발 네짝.

서형오, 신발 20p


이 시의 해설을 읽으면 이 시집에서 객관적 상관물로서 화자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담아낸 소재는 바로 '신발'이다.

​

<신발>은 늘 짝이 있고, <신발 멀리차기>는 그 멀리 던진 신발을 다시 찾으러 가는 게임이다.


웃고, 눈을 부라리고, 울고불고, 지지고 볶고, 껴안고, 춤추고 노래하며, 천천히 시간의 언덕을 깎는 사람들의 단단하고 두툼한 외투.

서형오, 집 44p


마치 '다녀오겠습니다', '갖다, 올게'라고 말하며 현관문을 나설수 있는 <집>처럼. 입었다 벗을 수 있는 '외투'처럼, 신었다 벗을 수 있는 '신'처럼.

잔잔한 비유에 뭔가 마음이 사르르 녹게 된다.

이 시집 속의 시들은 전반적으로 다 이러한 분위기를 낸다.

귀여운 발상과 1차원적인 표현에 피식, 웃다가도 어느새 버터처럼 마음 속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시들.

공부를 끄고 쉬고 싶음!

생각을 켜고 살고 싶음!

서형오, 콘센트 35p

오전 내내 졸았다고 담임선생님한테 불려가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학교 동산 벤치에 앉아 있는데 콧등 끝에 날아와 앉는 하루살이 한마리

그 뒤를 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날아온다.

내가 꼭두새벽까지 웹툰이며 유튜브를 보고

학교에 와서는 졸면서 허투루 보내는 하루가,

하루살이에게는 백년의 시간이다.

서형오, 하루살이 26p


아침 일곱 시

달과 별들이 꺼지고 해가 켜지는 알전구들의 교대 시간

밤사이 켜져서는 꺼지지 않는 사람 하나

서형오, 그리움 73p

야간 경비를 서시는 최 씨 할아버지와 함께 주워 모은 은행들을 흙 속에 묻어 두었다가 한 주일 지나 파보니, 구린 겉 껍질은 온데간데 없고 희디흰 은행알만 소복하다.

몸속에 떼 지어 살던 암세포들을 데리고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간 엄마

빈 집의 주인이 되어 매일 눈물 밥을 짓는데

내 마음속 가지에 매달려 있는 엄마 생각들

묻어두면 언제쯤 미움의 겉 껍질은 벗겨지고

희디흰 그리움만 남아 저리 소복해질까.

서형오, 은행 18p


개인적으로 그리움을 말할때도 신발처럼 비유를 쓴 부분이 좋았다.

신발처럼 직관적인 비유.

가로등 불빛과 은행알.

마음속에 소복하게 쌓여 결코 꺼지지 않는 마음과 마음.

그렇게 전체적으로 그리운 마음이 관통하는 시집이기도 하다.


나무가 자라는 만큼 그늘도 넓어진다.

이는 비난 무럭무럭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만 비유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어제도, 내일도,

오늘도 삶을 더듬더듬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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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의 1초 인생 ㅣ 기린과 달팽이
말린 클링엔베리 지음, 산나 만데르 그림, 기영인 옮김 / 창비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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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의 1초 인생 』을 읽고 쓴 한줄 평

누구든, 어디에 있든, 웃음을 주고 떠나는 외로운 1초 인생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슬픈 존재이지만

그 '나타난다'는 곳이 어디인지, 누구에게 인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함 속에 놓여있다.

방귀의 시간은 1초이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리다 갈 수 있는 존재,

그래서 방귀의 시간도 '인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

초반에는 방귀가 등장하는 여러 장소에 대해 나온다.

어느 곳에서든 방귀가 등장할 수 있다, 는 것은 방귀는 여러 곳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입장에 대한 시선을 약간 틀면 이러한 재미있는 방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 산 속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우주에서도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은 방귀는 어디든 잠깐이지만 행운처럼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 잠시 머물다 가는 방귀는 풍경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고 사라진다. 그러니 방귀를 부른 당신도 지금 당신이 있는 주변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긱 하길.

​

중반 이후에는 방귀를 끼는 여러 사람에 대해 나온다.

제 아무리 교양있고 고상한 사람도 방귀를 피할순 없다는 것.

안뀐 척 모르는 척 할 수는 있겠지만,

방귀는 사람을 가라지 않고 공평하다. 그러니 당신도 지금 주변 사람들의 겉모습과 배경에 사로잡혀 편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말길.

​

약간의 풍자적인 시선이 서려있는 듯한 몇몇 페이지는

역시 그림책도 어른이 쓴 책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아이들도, 이를 눈치 챌 수 있으려나.


방귀는 다음 방귀를 뀌기 전에 사라져 버려

그래서 방귀는 거의 친구를 사귈 수 없지

멈칫 하고 공감했던 장면

이야, 이젠 방귀한테도 감정이입을 하는구나.

이런 입장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동화의 힘인것 같다.

이러한 연유로 제일 첫페이지에 '방귀는 외롭고 슬픈 존재'라고 설명한 모양이다. 머물다 간 시간이 짧아서가 아니라, 함께 할 이가 없기에.

누구나 방귀 소리에 미소를 짓지

제일 좋아했던 페이지.

맞어, 어렸을때는 똥, 방귀, 트름, 코딱지 같은 분비물에 꺄르르 웃어대며 무조건 좋아했었지. 방귀탄이라는 놀잇감도 있었을 분더러 가짜 방귀 소리가 나는 아이템에도 '아이 냄새나' 이러면서 불쾌함 보다는 유쾌함을 느끼곤 했었다.


그건 성인도 마찬가지다.

친구들끼리 있다가, 운동을 하다가, 웃다가, 조용한 곳에서, 격식있는 자리에서 등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방귀소리는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래서 그 앞에 '웃음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라는 단서가 웃프게 들려온다.

방귀소리에 함께 웃고 떠들 수 없다는 것은,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것.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그 어떤 것에도 웃음을 짓지 못한 다는 것.

'신선하진 못해도 상쾌하게 한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키가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나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둘다 아니든

누구나 (배와 엉덩이만 있다면) 같다

말린 클링엔베리, 산나 만데르 『방귀의 1초 인생』

책의 마무리이자, 이책이 결국 말하고 싶었던 마지막 페이지.

방귀는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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