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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희 청소기
김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앞표지는 주인공 '조용희'의 평소 하루가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뒷표지는 '조용희'의 방학생활이 나열되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임에도, 지친 회사원의 얼굴과 어깨를 하고 곤히 잠든 아이를 보다가, 방학때 만큼은 뛰노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삶을 짧게 요약한 모습이였다.
책의 오프닝은 아이가 방학하면서 지작한다. 아이는 이제 고작 8살이다. 막 입학해서 첫 학교생활을 보내고 첫 방학을 맞이한 셈이다.
그런 아이의 방학식 교문 앞에는 '방학특강 접수'로 내신, 수학,영어반 모집이라는 학원 홍보단이 자리잡고 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놀랐고, 그럼에도 아직 교문밖을 나서지 않은 아이들이 방학이라고 설레어하는 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아이는 왜 '늦잠'자는 것이 아주 대단한 '일탈'인냥 큰 그대를 하며 잠에든다.
그것은 아까 말한 첫표지의 아이 일과와 방학계획표, 그리고 방한켠에 붙여진 자기전에 해야 할일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는 8살 답지 않게 잘 짜여진 스케쥴안에서 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학원가기-강아지 산책시키기-숙제와 독서-식사와 샤워 등 자신의 몫을 스스로 해낸다.
이 책의 주인공 조용희는, 독립심과 자립심을 갖춘 어엿한 어린이가 아니라, 약 10년뒤에 입시준비를 해야하는 '학생'이었다. 어린이 책에서 어린이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다용도실 세탁기의 '탈탈탈탈',
주방 주전자의 '보글보글', 냄비의 '자글자글', 밥솥의 '칙-치익치익 달칵달칵'
거실 청소기의 '우아아앙', 선풍기의 '달달달달', 강아지의 '멍멍', 매미의 '맴맴'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내방송, 이삿짐 옮기는 기계, 차임벨 등
온갖 소리와 소음들이 내는 소리의 성향이나 느낌에 따라 글자색과 글자모양, 글자 크기는 제각각으로 나타나면서부터 사실에서 환상으로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청각'을 '시각'화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빨아들이는 청소기'를 내세워 환상적이기도 하면서, 일상의 소음들을 자세히 관찰했기에 사실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의성어를 시각화로 표현한 정보 그림책인것 같으면서도, 왜 조용한 하루를 원했는지 평소의 아이의 하루는 어땠는지를 살펴보면 이건 분명한 이야기 그림책이다. 모든 그림책의 요소들이 잘 반영되어 있는 점에서 이 책이 첫 그림책이라는 김보라 작가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써는지 알수 있었다.
아이는 원하던 늦잠후 주변으로 돌려보냈기에 나뭇가지에 걸린 소리를 담아냈던 풍선만이 증거처럼 남아있다. 주변을 돌아보며 어떤 소리들이 제자리를 찾아갔는지 다시 소리내어 따라해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우리는 용희의 간절했던 늦잠을 이해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용희의 생활을 응원하게 된다.
'용희가 더 많이 웃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건,
그러면서도 요즘 초등학생들의 '슬기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과 환상,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넘나드는 김보라의 첫 그림책은 그만큼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