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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1
문은숙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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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년의 아버지는 사랑했던 그의 부인에게 살해당했고 분노한 삼촌은 그녀를 살해했다. 이후 소년은 소중한 사람을 곁에 둘수 있는건 사랑이 아니라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것을 배웠다.
소녀의 엄마는 아버지가 팔백만원을 주고 사온 외국인 신부였다. 소녀를 낳자마자 도망간 엄마. 술에 쩔어 살던 아버지는 소녀를 소년에게 이천만원 주고 팔았다. 그렇게 소년는 소녀의 주인이 되었고 소녀는 소년의 개라고 불렸다.
어린시절 사랑받고 자라야 할 시기에 그러질 못하고 버림받아 비뚤어져버린 한조와 사유의 이야기다.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단 말 한마디 못한채 또다시 버림받고 도망칠까 두려워 폭력을 휘두르며 집착하는 한조와 폭력에 무덤덤해져 자신의 껍질안에 숨으려고만 하는 사유. 그런 사유가 왕자님같은 동하를 만나 작은 희망을 품게 되지만 한조는 그것마져 깨뜨리고 만다. 그러다 수학여행지에서의 화재사고를 계기로 사유는 한조에게서 도망을 치게 되고 5년후 복수를 하려고 한조를 다시 찾아가는 사유는 백부님의 죽음과 한조의 사촌 건주에 의한 납치,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은 그가 없이는 안되며 그 또한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폭력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한조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건 여주보다는 남주에게 더 감정이 이입되었기 때문일까. 너무나 사랑했던 여자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로 인해 생겨버린 트라우마때문인지 한조의 머리속엔 사랑을 인정하면 약해지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지는거다라는 생각이 박혀있는것 같다. 좋아하는 감정이 집착이 되고 구속이 되어 사라진 사유를 찾아헤메다 폐인이 되어서도 놓지 못하는 한조가 안타까웠다. 자신을 사랑하냐고 물어보는 사유에게 사랑한단 말 한마디 못한다. 그러면서도 한조를 버리는 것으로 복수를 하려는 사유에게 자신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곁에 살면서 두고두고 증오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라며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사유 또한 불쌍하긴 마찬가지. 그렇게 도망쳤어도 항상 곁에 있는것 같고 꿈속에서도 자신을 떠나지 않는 한조에게 복수를 하면 사람답게 살수있을 것만 같아서 다시 찾아가지만 어느새 그 자신이 한조에게 묶여 버렸다고 해야하나. 이젠 그가 없이는 잠조차 쉽게 들지 못하게 길들여져 버렸다. 한조에게 물었던 자신을 사랑하냐는 말. 세번이나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대답해주질 않는다. 복수를 버리고 평범한 부부처럼 살수있는 기회를 그에게 주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그를 완전히 가졌다 버리기 위한 타이밍을 위해서였을까. 전자가 이유라고 믿고 싶지만 이미 한조는 그녀의 가슴에 모래만 서벅서벅한 사막을 하나 만들어놓았을 뿐이다.
눈 하나를 잃고 죽을 고비를 넘겨간 후에야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인정한 두사람. 비록 비뚤어진 방식이긴 해도 사유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한조인 반면에 사유가 자신이 한조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장면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이 그렇듯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좀 시크한 면이 없진 않지만 어느정도 애교를 부릴줄 알게 된 사유와 이제는 제정신 차리고 폭력은 NO!!! 좋은 남편, 바보아빠로 변해버린 한조가 시칠리아에서 아이와 함께 오손도손 사는 에필로그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