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녀 새소설 4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거리 앞 산부인과에서 제 아기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억울합니다. 제발 제 아기를 돌려주세요."

 

 

소설 속 여자는 아이를 잃고 방황한다. 정신이 나간채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그녀를 남편은 포기한지 오래다.

 

​태주는 타르덩어리같은 검은 패딩에, 뒷통수는 동전보다 크게 피부가 드러나 있다. 맨발은 얼은건지 굳어 신발이 된건지 구분할 수 없다. 매일 같은 행색으로 피켓을 들고 병원 앞에서 시위하는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나는 매일매일 그녀와 마주치며 깨달았어요. 그녀는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그녀를 구원해 줄 여자가 등장한다. 본인을 마녀라고 소개한 니콜은 아이를 되찾아 주겠다며, 아이가 돌아올 수 있다며 절대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무고한 아이들의 핏값으로 내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제 정신인 우리야 당연히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외치겠지만 니콜과 태주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태주는 결국 니콜이 시키는대로 제물이 될 아이를 찾아 나선다.

마녀가 태주를 마주할 수 있었던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미 세상 가장 큰 상처를 가진 마녀에게 더 이상의 불행은 두렵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의미가 없기에 태주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사람들의 염려는 틀리지 않아요. 불행은 회색 먼지 같아서 누구의 어깨에나 내려앉아요. 그게 불행의 법칙이에요. 부자든, 가난하든, 젊었든, 늙었든, 공평하게, 예고없이, 순식간에 악의 꽃을 피하죠."

가급적 편식없이 책을 두루 읽으려 애쓰는데 딱 한가지, 피하는 책이 있다. 내 상처를 건드리는 책 그러니까 아이의 생명이 오가는 책은 일단 피한다.

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옮기 싫어서. 불행이 날 알아볼까봐. 외면한다. 의학적, 과학적으로 불행이 전염병이 아닌건 알지만 심리적인 전염성은 부인할 수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돌아온 아이가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다신 아이를 잃고 싶지 않다.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에,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매정하다 욕해도 난 '강 건너 구경꾼'이고만 싶다. 난  마녀가 아니니까. 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가끔은 뭣 같이 굴러갈 때가 있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억울한 일을 당하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악마 같은 어른들에게 희생되기도 한다. 이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인 걸까? 아무리 발악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올리버 트위스트》는 한 아이의 성장과정을 통해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인간의 존재 의무에 대해 묻는다.


"올리버는 그저 하루 종일 서럽게 울고만 있다가, 비참하고 기나긴 밤이 찾아오면 어둠을 몰아내려는 듯 조그마한 양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잠을 청했다. 그러다 이따금 퍼뜩 놀라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잠에서 깨어나, 마치 차디차고 딱딱한 벽이 주위의 암울함과 고독감을 막아주는 방파제라도 되는 양, 벽 쪽으로 더더욱 몸을 끌어당겼다."

 

 

 


주인공인 올리버는 구빈원에서 태어났단 이유로 이용당하고, 어리단 이유로 끊임없이 희생된다. 관을 팔아먹고사는 소어베리 부부는 올리버를 데려다 아이들 장례식 때마다 회장꾼(검은 천이나 삼베를 옷깃이나 모자에 달고 장례행렬 앞에 서는 사람)으로 세워 장사 수완을 올린다. 소설 속 인물 중 가장 교활한 유대인 노인(페이긴)은 사람을 꿰뚫어볼 줄 아는 재주를 이용해 올리버를 시종일관 옭아맨다.

 

"이 교활한 유대인 노인이 올리버를 올가미에 얽어맨 셈이다. 맨 처음에 올리버를 고독하고 우울한 상태로 내버려 둠으로써, ... 누구라도 함께 있고 싶다는 간절함을 갖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페이긴은 서서히 올리버의 영혼에 암울한 독을 주입하면서 순순한 영혼을 더럽히려 하고 있었다."

 

장물아비인 페이긴은 아이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세뇌시키고 도둑질을 하게 만든다.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자기 쓸모에 따라 이용하는 모습이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가 연기한 '엄마'와 아주 많이 닮았다. 엄마의 모성애와 노인의 혜안이 끔찍하게 악용될 수 있단 게 놀라울 따름이다.

애석하게도 이야기 속 악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온갖 범죄의 근원지였던 뒷골목이 배경인 이 소설의 특성상 올리버가 마주한 사람들 중 팔 할은 (또래들마저도) 범죄자들이었는데 온갖 유형(?)의 범죄와 범죄자들이 나온다.

 

 

 

 

 

악이 우글거리는 소굴에서 유일하게 올리버를 생각해준 낸시. 몸을 파는 여자였지만 그녀는 조금 남달랐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양심, 사랑이 발작처럼 그녀를 괴롭혔다. 얼마나 고되게, 악착같이 살았는지 저자는 별다른 말이 없다. 그녀의 말을 통해 어림짐작해볼 뿐.

 

낸시는 마지막 남은 양심 덕분에 시궁창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어내지만, 그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인하게 죽임당한다. 올리버를 지켜냈고, 양심은 지켰으니 옳은 생을 산 거라 해야 할까? 그녀까지 지켜낼 수 있는 선(善)은 없었던 걸까?

 

 

"소용없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애써본 줄 알아? 다 헛수고였어. 산 넘어 산이라고. 네가 여기에서 도망을 친다 해도 지금은 아니야."

"당신처럼 젊고 선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들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면 사랑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죠. ... 나처럼 관뚜껑 말고는 확실한 지붕도 없고, 병들고 아플 때 의지할 친구도 없는 여자들이 어떤 남자에게 타락한 마음을 내준 경우라면 어떻겠어요? 그 남자가 비참한 삶의 텅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면 어느 누가 우리를 말릴 수 있겠어요? 아가씨, 우리를 가엽게 생각해줘요. 가엾게도 우리에게는 여자로서의 감정 중 단 하나만이 남아서, 위안과 행복이 아니라 폭력과 고통의 원천이 되어버렸거든요."

 

 

 

 

 

 

올가미 같은 사랑도 사랑이라고 믿는 낸시를 그곳에서 빼내기 위해 계속 설득했던 여인은 그녀와 정반대의 삶을 산 곱디고운 아가씨 '로즈'였다. 그녀는 모든 이를 편견 없이 대하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이름처럼 꽃같이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성인이었다.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 같았던 그녀와 친구(?)들이 저지른 소매치기로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섰다가 쓰러진 올리버를 구제해 보살핀 브라운로씨가 없었다면 올리버는 뒷골목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브라운로씨는 소매치기를 당한 피해자였지만 올리버의 말을 믿어준 그리고 첫 자비를 베풀어준 사람이었다.

 

"정직하게 돈 버는 방법을 배운다면 벽돌장이로 살아도 좋단다." 브라운로 씨가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사랑을 주는 이거 딱 한 사람만 일지라도 말이다. 올리버는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랑을 쟁취했다. 낸시는 소극적이었고 과거에 묶여 있었다. 한 사람의 삶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빚어낼 수 없다. 이것이 두 사람의 생을 갈라놓았다. 로즈의 손을 잡았다면 낸시의 삶도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7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살인생책, #초등1학년필독서!

8살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후, 우연히 알게 된 나무집을 읽고 아이가 정말 호-올-딱 빠졌었어요.

드디어 1년만에 #117층 나무집이 나왔네요! 얼마나 기다렸던지! 긴긴 겨울방학에 나와줘 더 반갑고 고마웠다지용 ;)


 

 

 

 

 

영어원서인 <117층 나무집>을 서점에서 발견하곤 아련한 눈빛으로 책을 만져보더라고요.

"영어만 할 줄 알면 진즉 읽었을텐데..."

책을 못 읽는게 마음에 걸렸는지 덕분에 영어 공부도 하고 만화책만 끼고 살더니 요 책 읽고 글밥있는 글자책 읽을 용기도 얻은♥ 고마운 책이에요~

내용은 여전히 재치 넘치고 발랄해요! 우리말로 찰지게 번역하느라 고생꽤나 하셨겠다능.. ㅎㅎ 독자로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요 ^^


 

 

 

나무집에 사는 앤디와 테리.

13층짜리 집에서 시작해 부지런한 개미처럼 열심히 집을 쌓아 올려 어느덧 117층이 되었어요. (현실에서도 요래 살 수 있다면!ㅎㅎ)

 

 


층층마다 넘쳐나는 사연들만큼 아이들의 애정도 뿜뿜 :)

앤디는 이야기를 만들고 테리는 그림을 그리는데 테리가 어느날 갑자기 반기를 들었어요!

 

탐탁치 않았지만 아이디어가 똑 떨어진 앤디는 출판사 사장의 압박에 그냥 수락해 버렸어요. 저런...

 

그림만 그리던 아이가 어떻게 이야길 만들어내고 마무리지을지~ ;) 는 책을 통해 보시길!

 

 

 

아이들의 세상에 어른이의 도움이 필요할까요? :)

책 읽을 때 만큼은 간섭없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길.

 

저흰 벌써 《130층 나무집》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직 안읽어봤다면 추천! 아이가 정말 10000% 좋아해요~

주변 친구들도 다 읽어서 아이들끼리 책이야길 하더라고요. 그노메 브롤스타즈 게임말고 친구랑 요래 책으로 통하는게 있어 고게 또 참 좋더라고요.

모두 겨울방학 건승!하세요!!

평화로운 시간이 필요할 때

타임!!!을 외치고 싶을 때

강력 추천합니당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멸종 연대기 -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지구 부검 프로젝트
피터 브래넌 지음, 김미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을까?"

워드는 <초록빛 하늘 아래>에서 묻는다.

"우리는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아득히 먼 과거를 방문해서 그걸 현재와 미래에 견주어보는 사람은 여전히 너무 드물다."

우리는 머지않아 지구사가 보유한 최악의 장들을 다시 방문할지도 모른다. ...

 

 

 


지구사에는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한꺼번에 갑작스럽게 소멸되었던 사건이 다섯 번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를 '5대 대멸종(Big Five mass extinction)'이라고 부른다. 대멸종에 속하려면 일단 지구의 종 절반 이상이 약 백만 년 내에 멸종해야 하는데 지질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대멸종은 생각보다 빠르게 급속도로 일어났다. (고로 백만 년과 절반이란 수치는 아주 후(?)하게 잡은 수치이다.) 일부 학자들 중엔 대멸종이 소행성이 충돌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들에게선 그런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백악기 말에 일어난 소행성과의 충돌만이 멸종의 직접적 원인이라 본다.

 

 

 

책에서 주로 다루는 역사 이전에도 그러니까 가장 옛날(?)이라고 볼 수 있는 캄브리아기 이 전에도 생명은 있었다. 7900만년 전 무렵의 에디아카라기인데 당시엔 지구 전체가 빙하시대로 말 그대로 커다란 눈덩이였다. 현생인류가 이 행성 위에 세 들어 산지 수십만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인류가 탄생하기 5억 7900만년 전인 셈이다. 이는 티렉스가 태어나기 5억년도 전이기도 하다.

 

이 많-은 지식을 두고도 혹자는 지구가 45억살이라는데 왜 6억년 전 역사는 없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지구의 역사 중 90% 동안은 황량하고 쓸모없는 땅이었다. 대멸종 후 회복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최초의 생물체에 관한 내용은 P.35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대멸종이라고 하면 흔히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작용의 시기처럼 생물과 상관없는 동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여기 생물학적 유기체가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켜 고등한 진핵생물을 뭉텅뭉텅 멸종으로 몰아갔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습니다. 저는 이게 우리가 오늘날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한 막강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도비스기의 끝, 화산 폭발이 막 끝난 시점을 들여다보면 이러하다. 화산이 활동을 멈추면서 대기에 이산화탄소도 공급되지 않는다. 화산암은 빠른 속도로 풍화되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기를 빠져나온 탄소는 생명체 속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플랑크톤이 잠깐 증식되었다 매장되었다. 오늘날 정유회사, 가스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게, 우리가 차를 타고 보일러를 빵빵 돌릴 수 있는 것도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덕분이었다. 지구가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에서 회복되는데엔 500만년이 걸렸다.

 

 

역대 최악의 멸종으로 꼽히는 데본기에는 두 번의 치명타가 있었다. 첫 번째 치명타는 3억 7400만년전으로 지금까지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도록 풍요로웠던 생물초가 99% 멸종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극적인 일들이 (두 번째 치명타를 포함해) 여러 차례 일어나고, 지구는 다시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산소는 부족해지고, 풍화가 증가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 데본기 중기에 들어선 나무가 생겨났다. (나무는 희망이 아니라 멸종을 예고했다.)

 

 

지질학자들은 이 급격하고 길었던 치명타로 아직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혹자는 이 거슬리는 역사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싶어 하고, 이 정도면 소행성 충돌이라 우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이 난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앞서 일어난 대멸종을 통해 우린 기후를 결정하는 게 이산화탄소였단 걸 밝혀냈다. 이산화탄소는 행성을 데울 뿐 아니라 빗물의 산성을 강하게 하고 그로 인해 해양의 PH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지구온난화로 화학적 풍화는 점점 더 활발해질 것이고 결국엔 새가(살아있다면) 산을 쪼아 없앨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섯 번의 대멸종, 그리고 이미 시작된 여섯 번째 대멸종의 공통점은 '이산화탄소'이다. 그렇다. '지구온난화'가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차라리 소행성이 원인이었다면 덜 무서웠겠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쩌겠는가? 체념하고 그냥 받아들였을 텐데 우리가 불난데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간담이 서늘하다.

 

 

 

 

기후가 드물게 쾌적했던 지난 1만 년은 과거 100만 년 사이에서 가장 고르고 안정된 기간에 속한다. 해양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산호초는 이산화탄소에 취약해 이미 고투하고 있다. 우리의 이산화탄소 담요가 점점 얇아져가는 이 순간에도 태양을 더 밝아지기만 하므로 결국 우리의 이 쾌적한 휴가는 종료될 것이다. 점점 뜨거워진 지구는 낯선 세계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고 미토콘드리아도 망가질 테지만 바람은 더 뜨거워질 것이다. 이것이 지구 위에서 벌어질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 단세포 진핵생물마저 사라지고 약 13억년(지구과학자 고 지크프리트 프랑크의 계산에 따르면 그러하다.) 뒤 세균이 행성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인간의 실패는 수십억의 삶이 기쁨과 슬픔을 누릴 가능성을 빼앗을 것이다. 수많은 전사자의 희생, 위대한 예술가의 명작,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도 헛되게 할 것이다. 그 사상가들이 문명의 이상을 적어둔 책장들은 누레지다가 낙엽처럼 바짝 말라죽을 것이다. 먼 행성들은 탐험되지도 경탄의 대상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구는 대멸종 후, 다채로운 종들을 다시 빚어냈다. 인류는 다음 종말을 견뎌낼 수 있을까? 다시 번영할 수 있을까? 난 '그렇다.'에 걸겠다. 무엇보다 인류는 지식과 지혜,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환경에 적응하는 적응력도 뛰어나다. 농업도 경험이 있으니 잘 해낼 것이다. 거기다 수억 년간 퇴적된 탄소를 겨우 2-3세기 만에 다 태워먹는 식성이라면 어딜 가도 굶어죽진 않을 것이다. (이것은 칭찬이가 악담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축축하고 생명이 썩어가는 한 주먹 크기의 적갈색 나무 곰팡이는 길이 1밀리미터짜리 앉은뱅이(pseudoscorpion)를 위한 완벽한 세상이다. 그 안에는 색이 선명한 참털진드기와 창백한 아기 딱정벌레, 덩치 큰 풍뎅이와 꼬마 톡토기가 산다. 이 곳은 유치원과 번화가가 나란히 있고, 삶과 죽음, 드라마와 꿈이 밀리미터 간격으로 공존한다. " (p.146)

 

지구에 사는 생명체 전부가 그렇듯 인간도 자신보다 작고 약한 것들을 하찮게 여긴다.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어린 시절, 나 또한 개미를 밟고 집 입구를 흐트려버리고... 잠자리나 메뚜기는 너무 쉬운 놀잇감이었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잠자리는 백상아리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은 '헌터'라는걸? (잠자리는 95%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내가 곤충을 연구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묻는다. "말벌은 대체 좋은 점이 뭐예요?", "모기나 사슴파리가 무슨 쓸모가 있죠?""

 

​나도 곤충박사를 만나면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 이젠 아이에게 곤충을 죽이면 안된다고 쫓아다니며 설교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얼마나 중요한진 몰랐다. 무지했고 관심도 없었기에 모기나 파리를 '쓸데없는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이는 철저히 인간적인 근시안적인 시각이기도 했다.

 

 


"세계는 작은 경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눈은 부족하다."
- 캐나다 곤충학자

 

이 지구상엔 곤충이 100만 종쯤 살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달력에 매달 '이달의 곤충'을 싣는다면 모두 소개하는데 8만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최초의 곤충이 4억 7900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다니 곤충은 공룡의 탄생과 멸종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목격자인 셈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곤충은 우리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우린 곤충없이 살 수 없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고 나면 곤충을 예전처럼 보긴 어려울 것이다.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해내는 모습도, 환경에 순응하고 개척해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OMG, 곤충이 사부작거리는게 경이로울 일이냐고! 수년동안 곤충을 쫓아다니던 아이들에게서도 전염되지 않았던 나인데... 미스테리다.


 

 

 


"이 베짱이가 하는 일이라곤 저녁거리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뿐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저녁 식사가 곧장 달려와 일요일 저녁, 굶주린 영혼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모창하는 재주로 입에 풀칠하는 점박이베짱이라니 <개미와 베짱이>가 실화였나보다. 이 외에도 무려 칠십구일동안 극한 스포츠나 다름없는 인도식 탄트라 섹스를 하는 인도대벌래(p.59), 음경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미크로넥티다이(p.36), 6번이나 노벨상의 주인공이 된 초파리(p.200), 질소도 독한 술에도 우주 방사선에도 죽지 않는 깔따구(p.219) 등 처음 보는 곤충마저도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는 센스있는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위트넘치는 글들로 가득 차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목차만 봐도 느낄 수 있다.) 곤충에 대한 애정은 또 얼마나 깊던지 마치 닥터 두리틀이 현실 세계에 나타난 것 같았다. 그녀도 곤충과 대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들(곤충)의 건강과 안녕에 신경 써야 한다. 곤충을 보살피는 행위는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한 일종의 생명보험이다."


내 머릿 속 곤충 폴더에 저장.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