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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연대기 -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지구 부검 프로젝트
피터 브래넌 지음, 김미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을까?"
워드는 <초록빛 하늘 아래>에서 묻는다.
"우리는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아득히 먼 과거를 방문해서 그걸 현재와 미래에 견주어보는 사람은 여전히 너무 드물다."
우리는 머지않아 지구사가 보유한 최악의 장들을 다시 방문할지도 모른다. ...

지구사에는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한꺼번에 갑작스럽게 소멸되었던 사건이 다섯 번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를 '5대 대멸종(Big Five mass extinction)'이라고 부른다. 대멸종에 속하려면 일단 지구의 종 절반 이상이 약 백만 년 내에 멸종해야 하는데 지질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대멸종은 생각보다 빠르게 급속도로 일어났다. (고로 백만 년과 절반이란 수치는 아주 후(?)하게 잡은 수치이다.) 일부 학자들 중엔 대멸종이 소행성이 충돌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들에게선 그런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백악기 말에 일어난 소행성과의 충돌만이 멸종의 직접적 원인이라 본다.

책에서 주로 다루는 역사 이전에도 그러니까 가장 옛날(?)이라고 볼 수 있는 캄브리아기 이 전에도 생명은 있었다. 7900만년 전 무렵의 에디아카라기인데 당시엔 지구 전체가 빙하시대로 말 그대로 커다란 눈덩이였다. 현생인류가 이 행성 위에 세 들어 산지 수십만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인류가 탄생하기 5억 7900만년 전인 셈이다. 이는 티렉스가 태어나기 5억년도 전이기도 하다.
이 많-은 지식을 두고도 혹자는 지구가 45억살이라는데 왜 6억년 전 역사는 없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지구의 역사 중 90% 동안은 황량하고 쓸모없는 땅이었다. 대멸종 후 회복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최초의 생물체에 관한 내용은 P.35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대멸종이라고 하면 흔히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작용의 시기처럼 생물과 상관없는 동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여기 생물학적 유기체가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켜 고등한 진핵생물을 뭉텅뭉텅 멸종으로 몰아갔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습니다. 저는 이게 우리가 오늘날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한 막강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도비스기의 끝, 화산 폭발이 막 끝난 시점을 들여다보면 이러하다. 화산이 활동을 멈추면서 대기에 이산화탄소도 공급되지 않는다. 화산암은 빠른 속도로 풍화되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기를 빠져나온 탄소는 생명체 속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플랑크톤이 잠깐 증식되었다 매장되었다. 오늘날 정유회사, 가스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게, 우리가 차를 타고 보일러를 빵빵 돌릴 수 있는 것도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덕분이었다. 지구가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에서 회복되는데엔 500만년이 걸렸다.
역대 최악의 멸종으로 꼽히는 데본기에는 두 번의 치명타가 있었다. 첫 번째 치명타는 3억 7400만년전으로 지금까지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도록 풍요로웠던 생물초가 99% 멸종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극적인 일들이 (두 번째 치명타를 포함해) 여러 차례 일어나고, 지구는 다시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산소는 부족해지고, 풍화가 증가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 데본기 중기에 들어선 나무가 생겨났다. (나무는 희망이 아니라 멸종을 예고했다.)

지질학자들은 이 급격하고 길었던 치명타로 아직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혹자는 이 거슬리는 역사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싶어 하고, 이 정도면 소행성 충돌이라 우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이 난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앞서 일어난 대멸종을 통해 우린 기후를 결정하는 게 이산화탄소였단 걸 밝혀냈다. 이산화탄소는 행성을 데울 뿐 아니라 빗물의 산성을 강하게 하고 그로 인해 해양의 PH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지구온난화로 화학적 풍화는 점점 더 활발해질 것이고 결국엔 새가(살아있다면) 산을 쪼아 없앨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섯 번의 대멸종, 그리고 이미 시작된 여섯 번째 대멸종의 공통점은 '이산화탄소'이다. 그렇다. '지구온난화'가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차라리 소행성이 원인이었다면 덜 무서웠겠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쩌겠는가? 체념하고 그냥 받아들였을 텐데 우리가 불난데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간담이 서늘하다.

기후가 드물게 쾌적했던 지난 1만 년은 과거 100만 년 사이에서 가장 고르고 안정된 기간에 속한다. 해양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산호초는 이산화탄소에 취약해 이미 고투하고 있다. 우리의 이산화탄소 담요가 점점 얇아져가는 이 순간에도 태양을 더 밝아지기만 하므로 결국 우리의 이 쾌적한 휴가는 종료될 것이다. 점점 뜨거워진 지구는 낯선 세계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고 미토콘드리아도 망가질 테지만 바람은 더 뜨거워질 것이다. 이것이 지구 위에서 벌어질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 단세포 진핵생물마저 사라지고 약 13억년(지구과학자 고 지크프리트 프랑크의 계산에 따르면 그러하다.) 뒤 세균이 행성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인간의 실패는 수십억의 삶이 기쁨과 슬픔을 누릴 가능성을 빼앗을 것이다. 수많은 전사자의 희생, 위대한 예술가의 명작,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도 헛되게 할 것이다. 그 사상가들이 문명의 이상을 적어둔 책장들은 누레지다가 낙엽처럼 바짝 말라죽을 것이다. 먼 행성들은 탐험되지도 경탄의 대상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구는 대멸종 후, 다채로운 종들을 다시 빚어냈다. 인류는 다음 종말을 견뎌낼 수 있을까? 다시 번영할 수 있을까? 난 '그렇다.'에 걸겠다. 무엇보다 인류는 지식과 지혜,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환경에 적응하는 적응력도 뛰어나다. 농업도 경험이 있으니 잘 해낼 것이다. 거기다 수억 년간 퇴적된 탄소를 겨우 2-3세기 만에 다 태워먹는 식성이라면 어딜 가도 굶어죽진 않을 것이다. (이것은 칭찬이가 악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