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녀 새소설 4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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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거리 앞 산부인과에서 제 아기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억울합니다. 제발 제 아기를 돌려주세요."

 

 

소설 속 여자는 아이를 잃고 방황한다. 정신이 나간채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그녀를 남편은 포기한지 오래다.

 

​태주는 타르덩어리같은 검은 패딩에, 뒷통수는 동전보다 크게 피부가 드러나 있다. 맨발은 얼은건지 굳어 신발이 된건지 구분할 수 없다. 매일 같은 행색으로 피켓을 들고 병원 앞에서 시위하는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나는 매일매일 그녀와 마주치며 깨달았어요. 그녀는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그녀를 구원해 줄 여자가 등장한다. 본인을 마녀라고 소개한 니콜은 아이를 되찾아 주겠다며, 아이가 돌아올 수 있다며 절대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무고한 아이들의 핏값으로 내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제 정신인 우리야 당연히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외치겠지만 니콜과 태주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태주는 결국 니콜이 시키는대로 제물이 될 아이를 찾아 나선다.

마녀가 태주를 마주할 수 있었던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미 세상 가장 큰 상처를 가진 마녀에게 더 이상의 불행은 두렵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의미가 없기에 태주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사람들의 염려는 틀리지 않아요. 불행은 회색 먼지 같아서 누구의 어깨에나 내려앉아요. 그게 불행의 법칙이에요. 부자든, 가난하든, 젊었든, 늙었든, 공평하게, 예고없이, 순식간에 악의 꽃을 피하죠."

가급적 편식없이 책을 두루 읽으려 애쓰는데 딱 한가지, 피하는 책이 있다. 내 상처를 건드리는 책 그러니까 아이의 생명이 오가는 책은 일단 피한다.

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옮기 싫어서. 불행이 날 알아볼까봐. 외면한다. 의학적, 과학적으로 불행이 전염병이 아닌건 알지만 심리적인 전염성은 부인할 수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돌아온 아이가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다신 아이를 잃고 싶지 않다.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에,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매정하다 욕해도 난 '강 건너 구경꾼'이고만 싶다. 난  마녀가 아니니까. 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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