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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축축하고 생명이 썩어가는 한 주먹 크기의 적갈색 나무 곰팡이는 길이 1밀리미터짜리 앉은뱅이(pseudoscorpion)를 위한 완벽한 세상이다. 그 안에는 색이 선명한 참털진드기와 창백한 아기 딱정벌레, 덩치 큰 풍뎅이와 꼬마 톡토기가 산다. 이 곳은 유치원과 번화가가 나란히 있고, 삶과 죽음, 드라마와 꿈이 밀리미터 간격으로 공존한다. " (p.146)
지구에 사는 생명체 전부가 그렇듯 인간도 자신보다 작고 약한 것들을 하찮게 여긴다.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어린 시절, 나 또한 개미를 밟고 집 입구를 흐트려버리고... 잠자리나 메뚜기는 너무 쉬운 놀잇감이었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잠자리는 백상아리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은 '헌터'라는걸? (잠자리는 95%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내가 곤충을 연구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묻는다. "말벌은 대체 좋은 점이 뭐예요?", "모기나 사슴파리가 무슨 쓸모가 있죠?""
나도 곤충박사를 만나면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 이젠 아이에게 곤충을 죽이면 안된다고 쫓아다니며 설교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얼마나 중요한진 몰랐다. 무지했고 관심도 없었기에 모기나 파리를 '쓸데없는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이는 철저히 인간적인 근시안적인 시각이기도 했다.

"세계는 작은 경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눈은 부족하다."
- 캐나다 곤충학자
이 지구상엔 곤충이 100만 종쯤 살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달력에 매달 '이달의 곤충'을 싣는다면 모두 소개하는데 8만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최초의 곤충이 4억 7900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다니 곤충은 공룡의 탄생과 멸종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목격자인 셈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곤충은 우리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우린 곤충없이 살 수 없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고 나면 곤충을 예전처럼 보긴 어려울 것이다.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해내는 모습도, 환경에 순응하고 개척해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OMG, 곤충이 사부작거리는게 경이로울 일이냐고! 수년동안 곤충을 쫓아다니던 아이들에게서도 전염되지 않았던 나인데... 미스테리다.

"이 베짱이가 하는 일이라곤 저녁거리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뿐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저녁 식사가 곧장 달려와 일요일 저녁, 굶주린 영혼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모창하는 재주로 입에 풀칠하는 점박이베짱이라니 <개미와 베짱이>가 실화였나보다. 이 외에도 무려 칠십구일동안 극한 스포츠나 다름없는 인도식 탄트라 섹스를 하는 인도대벌래(p.59), 음경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미크로넥티다이(p.36), 6번이나 노벨상의 주인공이 된 초파리(p.200), 질소도 독한 술에도 우주 방사선에도 죽지 않는 깔따구(p.219) 등 처음 보는 곤충마저도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는 센스있는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위트넘치는 글들로 가득 차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목차만 봐도 느낄 수 있다.) 곤충에 대한 애정은 또 얼마나 깊던지 마치 닥터 두리틀이 현실 세계에 나타난 것 같았다. 그녀도 곤충과 대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들(곤충)의 건강과 안녕에 신경 써야 한다. 곤충을 보살피는 행위는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한 일종의 생명보험이다."
내 머릿 속 곤충 폴더에 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