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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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는 분명 날 사랑했다. 그 사랑에 의심은 없었고 분명하고 확실했다."(p.67)


그 당시엔 그러니까 삼십여년 전의 육아는 어느 집이나 비슷했던 모양이다. 우리 부모도 교육열이 강하고 생계에 대한 집착 또한 강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친구들 집도 비슷했다. 날고 기는 x세대, 오렌지족, 팬티에 비닐 바지만 걸쳐도 이해받을만큼(?) 개성이 강조되던 시대였지만 세대간 갈등, 혼란도 컸다.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우리의 부모는 어떻게 사랑해줘야하는지 알지 못했고 무조건 좋은 것을 강요하고 희생하는 것이 참사랑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못 받았으니 난 많이 줘야지...' 하지만 과한 사랑은 독이 된다.

"7살쯤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는 선뜻 고가의 피아노를 사 줬다. 그때부터 엄마의 피아노에 대한 집착이 시작됐다."
(p.86)

나도 그랬고 내 친구들도 그랬다. 7살에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해 초등 저학년까진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피아노 선생님은 무성의해졌고 손가락을 똑바로하라는 똑같은 지적만 앵무새처럼 반복해 정이 뚝 떨어졌다. 결국 난 집을 발칵 뒤집고서야 관 둘 수 있었다. 내 친구는 엄마에게 피아노를 관두겠다 말했다가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매를 맞았다. 그리고? 손가락 깁스를 하고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엄마의 바람대로 피아노를 전공했고, 엄마가 차려준 학원에서 원장이 되었다.

저자는 "그냥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엄마는 "끝까지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했다. 요즘도 많은 부모들이 "한번 할 꺼면 제대로 배워야지. 피아노는 체르니 몇 까지는 쳐야지. 태권도 할꺼면 단은 따야지...."라고 생각한다. "중간에 그만둘 거면 시작도 하지 마라"는 엄마의 신념은 (스스로에겐) 나쁜건 아니지만 (타인에게 강요가 되면) 위험하다.

좋아하는 일을 만나면 끈기는 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어렸을 땐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 거기엔 자연스레 여러번의 실패와 포기도 따라온다. 문제는 도전은 환영하지만 포기는 거부하는 태도이다. 내 가치관을 아이에게 강요하는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오늘도 반성모드..)


[저 정신과 치료받고 있어요. 두 분 때문에. 자살하는거 보고 싶지 않으면 연락하지 마세요.]
(p.180)


아빠의 폭력은 가족 모두가 영원한 마음의 장애를 입을만큼 크고 강했다. 엄마는 여기에 정신적 폭력을 더했다. 못난이라 부르며 동생이 아니라 네가 키가 작고 못생겨서 다행이라는 엄마의 사랑은 왜곡 그 자체였다. 먹는 것이 곧 우리 몸을 이루듯 우리가 먹는 사랑이 우리 마음, 정신의 형태를 완성시킨다. 엄마의 차별은 자녀에게 컴플렉스로, 화는 우울증으로 되물림되었다.

경험으로 미뤄볼 때, 한번 정립된 관계 사이클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감정을 참고 조절하는건 어려운 일이다. 폭발해본 경험이 많을수록 참는 일은 더 어렵다. 암에 걸리고, 십년만에 재발해서도 달라지지 않은걸 보면, 부모는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게 상처주는 사람을 가까이하라고 말할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게 가족이라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평생 관계를 맺어온 사이이고 기저에 사랑이 깔려 있으니 완벽히 끊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보호라는 미명하에 지내야 했던 근 20년 세월 동안 받은 영향을 씻어내고 치유하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치유될 수 있긴 할까 막막한 생각도 든다. 하. 성인이 되었으니 감정이 동요되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치료에 전념해볼 수 밖에. 어떻게든 살아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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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2 세트 - 전2권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이서기 지음 / 페이지2(page2)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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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2>



이 책은 에세이면서 부동산 관련 서적이기도 하다. 저자가 겪은 고민, 생활 등이 부동산, 사회생활을 위주로 돌아간다. 집을 구하러 이곳 저곳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에휴. 요즘 매물이 다 잠겨서 이런 매물이라도 남아 있는 게 다행이에요." 1권 p.209

낯설지 않는 부동산 사장님들의 레파토리. "다른 사람이 하고 싶어해서 할꺼면 오늘 계약금 넣으셔야해요.", "이 동네에 이것만한게 없어. 당분간 매물도 없을꺼라 이거 아니면 몇 달 기다려야 해요."

부동산만 가면 왜 그리 조바심이 나는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다. 아차! "불공정한 심리 게임 앞에서 희생양은 그저 무력하다."(p.211)


저자는 천운이 따라 주었는지 회사(저자는 공무원이다)에서 부동산 선배 고수(?)를 만나 좋은 자극을 받는다. 계약직인데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산다고 뒷말이 많았다나... 어쨌든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돈, 집 문제가 얽히면 그 사연은 더 구슬프고 복잡해진다. ㅜ 소설같으면서도 소설이라면 너무 작위적이라 말할만큼 인물들의 이야기가 기가 막히게 이어진다. (부동산 책이지만 스토리텔링 참 잘하는 분, 술자리에서 인기 꽤나 있으실듯한 ㅎㅎ )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믿는다. 나도 모른채 스쳐 지나가게 될지, 한 눈에 딱 알아보고 꽉 붙잡을 수 있을지는 내가 얼만큼 깨어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소설같이 느껴지는 순간을 이렇게 관심사와 엮어 기록으로 남겨 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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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 소중한 내 인생과 관계를 위한 말하기 심리학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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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생의 방향을 좌우한다. 말 한마디는 미래의 희망을 보게 할 수도, 삶의 의욕을 순식간에 잃게 할 수도 있다."


주변에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 블랙홀처럼 에너지를 한순간에 앗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게 고단해진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늘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게 된다. 내 말투를 돌아보는건 생각보다 어렵다. 촬영해놓지 않는 한 정확한 말을 기억하는게 어렵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생각이 나도 내 잘못을 합리화하려든다.


일상에 큰 싸움이 없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갈등 상황이 선을 넘기 전에 적절히 잘 조절해서일 수도 있고 상대 혹은 내가 참고 넘어가는 걸 수도 있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후자라면 언제고 결국 문제가 된다.

곪기 전에 일상에서 반복되는 갈등과 충돌을 자세히 객관적으로 돌아보자. 저자는 <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를 통해 나도 모르게 뿌리내린 제한적인 생각, 부정적 언어를 찾고 고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습관을 고치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내 삶도 원만해질 수 있다.


"잘 봐, 네가 틀렸다는 것을 내가 증명해 줄게."

호의로 충고를 했더라도 내가 상대의 잘못을 증명하는 순간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다. 전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다 승리에 쐐기를 박기 위해 가시돋힌 말로 상처를 주는데 어떻게 대화의 끝이 해피엔딩이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선배라서,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어리고 경험이 적은 이에게 함부로 그리고 너무 쉽게 지적한다. 책을 읽으며 아이가 실수할 때 교육을 빌미로 자꾸 개입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적잖케 놀랐고 당혹스러웠다.

아이가 얼마 전 학교에서 단원평가 시험을 봤는데 스무 문제 중 하나를 틀렸다. 시무룩해하는 아이에게 난 "잘했네~ 하나빼고 다 맞았잖아! 괜찮아."칭찬했지만 아이는 이미 틀린 문제 하나에 감정이 몰입되어 있었다. 이를 모른 난 시험지를 보고 "같이 몇 번 푼 유형이네. 이거 어려웠는데 어떻게 딱 나왔네?! 공부가 부족했었나보다. 이제 어떻게 푸는지 알았으면 됐어. 점수보다 알았다는게 더 중요한거야."라고 주절거리고 말았다. 내 딴엔 적절한 대응이었다 생각했는데 아이의 귀에는 "같이 몇 번 푼 유형인데..."만 메아리 쳤던 모양이다. ㅠ

사실 우리가 지적하지 않아도 결점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상대를 편하게 해 주는 만큼 당신이 도달할 수 있는 곳도 높아진다."(p.29)고 했다. 그렇다고 칭찬을 막무가내로 쏟아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쁘다.", "귀엽다"처럼 노력 없이 얻은 것을 칭찬하기보다 태도, 미소나 예의를 칭찬해주는게 훨씬 좋다. 칭찬은 사람을 향해서, 비평은 일로 향해야 한다. ★

우리는 아무리 호의여도 상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대화해야한다. 수시로 돌아보고 항상 조심하고 주기적으로 공부하자. 사랑의 말이 흘러나올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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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정완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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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살아본다는 상상을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다. 그 더운 나라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반드시 검은 히잡, 아바야를 두르고 다녀야 하는 모습은 (어떤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건지 몰라서 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여성 인권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무시되는지를 보여준다. 솔직히 여러모로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나라라서 책에 손이 갔다. '오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책을 읽었으나 책을 덮은 뒤에도 가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자는 결혼하면서 남편을 따라 사우디로 떠났다. 거주지는 외교 구역(Diplomats Quarter 줄여서 DQ)으로 대사관이 있어 경비가 삼엄하고 부유층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이긴 하지만 운동이 처녀로서의 명예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둥, 여자를 보는 노골적인 시선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 등을 보면 사우디는 사우디구나 싶었다.


스타벅스도 싱글 섹션과 패밀리 섹션으로 공간이 나뉜다. 테이블마다 커튼을 쳐두어 관련없는(?) 남녀가 부딪힐 일이 없게 한다는데 더 웃긴건 여기서 싱글은 남자 혼자 혹은 남자끼리 오는 일행을 말한다고. 즉 미혼 여성은 카페를 이용할 수 없다. 초등학생 때부터 남아는 남자 선생님이, 여아는 여자 선생님이 가르친다.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하지?! 순간 중동이란 사실을 잊고 짜증이 확 올라왔다. (ㅎㅎ 내가 이런데 젊은 애들은 오죽 답답할까.)

"난데없이 짐 캐리의 영화, 트루먼 쇼가 생각났습니다. 푸른 타일 벽 너머에는 여자의 운동을 금지하고 체육관에서조차 아바야를 강요하는 곳, 남녀가 함께 좁은 공간에서 스쿼시를 칠 수 없는 곳, 발목과 손목을 감추어야 하는 곳, 눈동자마저도 가려야 하는 세계인데 벽을 하나 사이에 둔 야외 풀장에선 팔다리를 드러내고 가슴골을 보이고 메이드가 쉴 새 없이 발라주는 선탠오일을 번들거리며 누워있는 자유가 허용되는 곳."
p.183


친정엄마처럼 아이를 13명 낳는게 꿈 혹은 행복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삶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단 걸 알고 선택한 것과 선택지 하나만 주어진 환경 속에 자란 것은 다르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결과를 두고 사람을 평가할 게 아니라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를 푸는 것이다.

주어진 삶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을 남이 재단해선 안된다. 간혹 현재 우리의 시대적 흐름에 비해 다소 늦은 시대를 사는 국가를 두고 미개한 것이라며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옳지 못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 된다.

앞서 사우디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다 말했다. 여행서라면 이 책은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유의미한 기록이란 점에서 성공한 에세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출간된지 꽤 되었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먼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숙제를 풀 수 있게 도와줄 참고서같은 책이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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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년 안에 무조건 돈 버는 부동산 투자 시크릿 - 3천만 원으로 3년 만에 50억을 만든 지역분석 고수 세빛희의 투자 비결
김세희(세빛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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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사람 중에 부동산 투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자는 잃지 않으려고,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모두 절박하다. 지금 사는 곳이 몇달 전 신도시로 발표되었다. 기사가 나기 전부터 소문이 퍼졌는지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몇 천씩 올라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집은 자가가 아니다. 한참 오를 땐 계약 만기 후엔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적잖케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리 집이 이토록 간절했던 적이 없다.

부동산 거래는 전부 남편이 했는데 도장 한번 찍어보지 않은 내가 이런 책을 읽어도 될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저자도 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실패)했고 그 경험들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가장 걱정많은 '대출을 못 갚으면 어쩌나...'하는 고민부터 저자는 짚고 넘어간다.

"집이라는 것 역시 물건이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면 오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화폐의 가치는 떨어진다."
p.42


저자의 조언은 기초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는 소비를 점검하고 지출을 최소화 해 종잣돈을 마련한다. 부동산 사이트에 매일 들어가 정보를 모으고 경제 뉴스를 구독한다.

책은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부터 실 거래 과정은 물론 소액으로 2년마다 수익을 확실하게 낼 수 있는 곳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결정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등 노하우까지 매매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없는 나도 그림이 한 눈에 그려질만큼 내용이 상세하다.


"이 책은 종잣돈이 부족한 초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설명이 쉽고 구체적이다. 이왕이면 오르는 곳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 데 책에 부동산 흐름을 읽는 팁도 있었다. 투자하고 싶은 이들 뿐 아니라 내 집을 마련할 사람들이라면, 왜 우리집만 집값이 오르지 않는지 궁금하다면 점검차 읽어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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