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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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을 조금 넘나 그렇다지. 그 우주 안의 콩알만 한 지구도 태어난 지 45억 년이나 되고. 그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단다. 그러니 자신이 이 세상에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나면 이미 녹아 없어져 있지."

그래요. 사람의 인생은 우주에 비하면 '고작'정도이죠. 하지만, "시간이 짧다고 가치가 적다할 순 없다."생각해요.
왜냐고요?..
내가 숨 쉬는 동안 살아내는 내 삶의 무게, 나와 관계를 맺고 사는 가족, 친구, 이웃 점점 퍼져갈수록 촘촘해지는 공기의 밀도가 모두 이 한 스푼의 시간 안에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결코 헛되지 않을 거예요.

어쨌든 신이 내게 준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우린 그 시간을 계속 지금도 소모 중에 있어요. 천천히 혹은 빠르게 녹아 없어지고 있죠.

세제가 모두 녹아 물속에서 제 역할을 하듯, 내가 세상에 스며들어 형체는 없어져 가고 있지만 '사람다움'으로써의 역할을 해낸다면 우리 삶이 녹아난 이 인류의 인생은 몹시 거대하고 멋질 거예요!  

 

먼 타국에서 지내다 비행기와 함께 태평양 한가운데로 사라진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택배를 보내왔어요.
폭 1m, 높이 2m의 택배 상자에 담긴 것은 바로 로봇.

사실 이 로봇은 명정의 아들이 회사에서 개발 중이었던 로봇 샘플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유품을 대신 부쳐준 것이었어요.
그렇게 얼떨결에 로봇은 명정의 가족이 되어 은결이란 이름을 얻게 되고 세탁소에서 일하며 함께 지내게 됩니다.

로봇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이 아닌 사람의 삶을 산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이 소설은 로봇이 사는 인생의 모습을 꽤 근사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잔일에 부려먹기에는 다소 기능이 과하다 싶은 고가의 로봇에서 일상의 일부가 되어 가는 모습이 짠할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우리와 다를 바가 없었어요.

은결은 17세 남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로봇답게 담긴 지식 데이터가 꽤 많습니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천문학, 재무 설계, 의학정보 등...
하지만, 어쩐지 갓 태어난 아기가 자라는 모습과 비슷한 발달을 거칩니다.

옆모습과 앞모습을 연관 짓지 못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외출한지 몇 시간이 지난 건 기억하지만 주인이 걱정할 거란 생각까진 하지 못하고, 멀티플레이(그래 봤자 다림질하며 노래하기 정도지만)가 가능하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리죠.

그러던 은결은 시간이 갈수록 일의 정밀성이 높아지고, TV를 즐겨 보고, 점점 더 많이 알아가게 됩니다.

수많은 유추 행위를 통해, 주인이 말하지 않은 것도 상황을 통한 짐작으로 종합, 행동하는 경지에 이릅니다.(로봇답게 썼지만 사람으로 치면 그냥 눈치가 생긴 거죠.)
그에 따라 늘어나는 경험과 지식의 질량은 그에게 필요치 않은 무거운 털외투처럼 나날이 몸을 감싸게 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은결이 시호(동생이었고, 친구였다가, 누나가 된..)의 눈물과 마주했을 때입니다.

...이 눈물이 슬픔 또는 아픔, 외로움, 그리움, 기쁨 어디에 해당하는지 은결이 자신이 보유한 상과 일일이 대조해보지만 그 무엇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의 연산은 포연을 닮은 안갯속을 헤맨다. 난투가 벌어진 듯 배열이 뒤섞이다 희미해지고 이윽고 투명해지는 0과 1들. 감정과 무관한 거라면 그저 만취 상태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모두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눈물은 어떤 생리작용보다 해독이 어렵다.

울지 마세요 오였나, 시원해질 때까지 우세요인가. 무슨 일이세요 저한테라도 말씀해보세요. 따뜻한 차를 타드릴까요. 어디 편찮으세요. 구급차를 불러드릴까요.

무슨 수로 인간은 그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합당한 말 한마디를 골라 건넬까. 눈앞의 사람이 아픈지 슬픈지 분하거나 억울한지 또 달리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마이크로 단위의 시간 동안 확정하고 가장 그럴듯한 조치를 취할까. 


용량이 제한된 로봇인 은결은 정말 사람처럼 복잡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이 데이터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요? 


로봇이 살아내는 인간의 삶을 보며 내 삶과 사람다움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심오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의외로 가볍게 넘어가는-
담긴 이야기도 어려울게 없었지만 마지막에 찡-한 반전이 담긴 소설.
읽은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책.
 『한 스푼의 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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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살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과정'을 구체적으로 까발리기보단 평가절하하는 게 때론 예의, 매너가 되기도 하고 괜히 얘기했다 '엄살쟁이' 혹은 '오바쟁이'란 오핼 받는게 현실이잖아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생스러웠지만 내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과정을 왜 외면하고 덮어둬야 하는 걸까 새삼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네요~ 할만 하네요~", "할 땐 힘들었는데 일 끝내고 나니 뿌듯하네요!"라며 좋은 면만 바라보려 애쓴 것이 긍정적이라서가 아니라 어두운면, 고생스런 모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감정적으로 편식을 하고 있었던건 아닐까요?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은 저자가 친구의 말 한마디에 홀랑 넘어가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으러 북대서양을 표류한 이야기로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단걸 몸소! 보여주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낚시를 즐긴 자타공인 바닷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는다니. 노르웨이에선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는게 흔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친구는 물 위를 떠다니는게 아니라 미끄러지는 느낌이 좋아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으러 북대서양을 표류합니다.

보되와 로포텐 제도(노르웨이 북부연안의 섬들) 중간 해역인 베스트피오르가 이들의 사냥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육식상어인 그린란드상어는 수명이 무려 200년이나 된다. 이 말은 우리가 잡으려는 상어가 나폴레옹 전투 때 태어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네 계절을 바다와 보낸 이들은 의외로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다 이야기 중 빼 놓을 수 없는 신화부터 시(딸랑한편인거 같은데 열번은 나온 느낌..), 과학, 역사 그리고 바다 생물(대구, 머리없이 둥근 생물, 길이 40m에 위가 300개나 되는 관해파리, 거위깃털을 한 물고기 등)에 관한 이야기는 당연히 담겨있고 다양한 종류의 배(위태로운 욕조,소해정 카르고, 트롤 어선, RIB 콤비보트, 해양탐사선, 238톤짜리 포경선 등)도 이 책을 스쳐갑니다. 아,
이들이 잡으려는 그린란드 상어는 어둠 속에서 초록색 눈빛으로 사냥감에 최면을 건다는 카더라통신도 빼놓을 수 없지요.

내용이 좋다, 글이 어떻다는 것보다 '과정'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책아닐까 싶습니다.
들이 상어를 잡는 1년이란 시간은 그들 삶의 일부분이었어요. 삶이 곧 '과정'이었던거죠.

1년이 아니라 일평생으로 치면 삶이라는 과정을 지나 죽음이란 결과가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 삶은 결국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잖아요. 근데 왜 과정을 무시하게 된걸까요? 삶이 너무 지난했던 탓일까요? 내 살에 착달라 붙어있는 삶 자체이기에 보이지 않는걸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의 관점은 오로지 하나 '상어 잡이'에 꽂혀 있었어요. 곧 펼쳐질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하고 아슬아슬 스릴넘치는 위험천만한 낚시 이야기를 위해 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남은 장수가 줄어들수록 뭔가 잘못되어간단 느낌을 받았어요.
책이 말하는걸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이야기만 나오길 쫓듯 읽으니 쿵짝이 안맞고 자꾸 엇받자가 났던거였지 뭐에요.


이 책은 멋지게 낚시에 성공해 만담을 늘어놓는 책이 아니에요.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은 상어를 잡는 것보다, 상어를 잡은 사진으로 멋지게 대미를 장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노력한 이들의 수고 속엔 단지 이들의 노동, 땀, 돈 따위만 담겨있지 않아요. 이들의 삶은 물론 바다의 삶과 바다와 함께 한 인류의 역사도 모두 함께 하고 있어요. 그걸 책장을 덮을 때가 되서야 알게 됐지 뭐에요. 아휴~
삶이라는 과정을 지나 죽음이란 결과가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 삶은 결국 '과정' 그 자체이므로 앞으론 절대 '과정'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 '과정'도 존중해주자. 마음먹었어요.

이상, 새해도 아닌데 새삼 다짐하게 만드는 책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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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 -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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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약글을 읽는게 유행이랍니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할라치면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말을 똑 짤라 먹는게 예의에 어긋난 일이던 건 이제 옛날 얘기인걸까요?

저도 웹상에서 댓글로 "누가 요약 좀..."이라고 쓴 걸 본 적이 몇 번 있어요. 친절하게 정리된 요약글을 읽고 긴-동영상보기를 패스한 적도 있구요.

시도 일종의 요약글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시 안에는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이 함축되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요약글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주 다른 것같아요.

요약은 핵심 내용만 담겨있는 글이라 상세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지만, 시는 생략하는게 아니라 압축시켜 놓은 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러고보면 꽁꽁 싸매 숨겨놓은 보따리 같은 시를 풀어헤치는 순간! 글자 혹은 문장 속에 꾹꾹 눌러 간신히 싸매놓은 짐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이런 경험은 시를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요약글이 유행하는 요즘과는 대치되는 시대에 반하는 문학이 시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두서가 길어졌네요.
요 몇일 쉽지 않은 시가 묶여있는 책 한권 읽고 있어요.

<시詩시時하다>는 "시인이 고른 시와 시인의 글"이 담겨있어요.

처음 이 책을 읽겠다 마음먹었던 건 "시인은 어떤 시를 읽을까?" ,"시인은 어떻게 시를 읽을까?" 였어요.

시인의 기준에서 좋은 시는 과연 어떤 시일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많이 들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급용 20%  + 중급용 65% + 고급용 15% 정도의 난이도로 시가 담겨 있었다고.. 전 생각해요. ㅎ

초급용은 한번 읽고 이해되는 시
중급용은 2-5번정도 읽고 이해되는 시
고급용은 분명 읽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당췌 모르겠는 시

글이 너무 길어지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꼭 나누고 싶기에 시 조금 나눠볼께요~
(제 기준에서 초급/중급/고급 순이에요.)

 

고슴도치

폴리 클라크


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었어. 집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
내 손 안에서 잔뜩 긴장했다, 살아있다는 움찔함.
사랑이 너무 깊으면 살 수가 없어,
고슴도치는 속삭였지, 척추에서 이빨 마주치는 소리를 내면서.
나는 고슴도치를 골판지 상자 안에 넣어 자신으로부터 숨겨주었지,

밤새 고슴도치는 갉아서 구멍을 내고 달아났어.
나는 너무 울어서 어머니는 내가 멈추지 않으리라 생각했지.
어머니 말씀이, 사랑이 너무 깊으면... 그래도
나는 남들만큼 자라나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지.
가시와 달아나는 솜씨로.

+
누군가의 단단한 사랑이 갑갑해 구몽을 뚫고 촘촘한 가시를 세우며 달아났던 기억이 우리에게도 있어요.

서봉氏의 가방
천서봉

집어넣을 수 없는 것을 넣어야 한다,
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거리는
더 커다란 가방을 사주거나
사물을 차곡차곡 접어넣는 인내를 가르쳤으나
바람이 불 때마다 기억은 집을 놓치고
어느 날, 가방을 뒤집어보면
낡은 공허가 쏟아져, 서봉氏는 잔돌처럼 쓸쓸해졌다.

...
(중략)
...

넣을 수 없는 것을 휴대하려는 관념과
이미 오래전 분실된 시간
거기, 서봉氏의 쓸쓸한 가죽가방이 있다.
오래 노출된 서봉氏는 풍화되거나 낡아가기 쉬워서
바람이나 빗속에선 늘 비린 살내가 풍겼다.
무겁고 질긴 관념을 담고 다니느라
서봉氏의 몸은 자주 아프고
반쯤 벌어진 입은 늘 소문을 향해 슬프게 열려 있다.

+
가방 속을 보면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어요. 당신이 즐겨쓰는 필기도구, 휴대용품의 종류로, 읽고 있는 책과 그 안에 그어진 밑줄들로, 온갖 내밀한 것들을 내게 보여주세요.

..너무 어리석은가요? 가방 바깥쪽의 로고 무늬만 보아도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들 하는 세상인데.

가방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넣고 싶어하는 서봉씨를 어찌해야 좋을까요. 넣을 수 없어서 쏟아서 보여줄 수도 없는 것을 우리도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명왕성되다

이재훈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 가고 싶다면, 지하철 2호선의 문이 닫힐 때 눈을 감으면 된다. 그러면 어둠이 긴 불빛을 뱉어낸다. 눈 밑이 서늘해졌다 밝아진다. 어딘가 당도할 거처를 찾는 시간. 철컥철컥 계기판도 없이 소리만 있는 시간. 나는 이 도시의 첩자였을까. 아니면 그냥 먼지였을까. 끝도 없고 새로운 문만 자꾸 열리는 도시의 生. 잊혀진 얼굴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풍경은 서서히 물드는 것. 그리운 얼굴이 푸른 멍으로 잠시 물들다 노란 불빛으로 사라진다. 나는 단조의 노래를 듣는다. 끊임없이 사각거리는 기계 소리, 단추 하나만 흐트러져도 완전히 망가지는 내 사랑은, 저 바퀴일까. 폭풍도 만나지 않은 채, 이런 리듬에 맞춰 춤추고 싶지 않다. 내 입술과 몸에도 푸른 멍자국이 핀다. 아무리 하품을 해도 피로하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은 모두 신성한 모험이었다는 것이 거짓된 소문들. 내 속의 거대한 허무로 걸어 글어갈 자신이 없다. 지하철 2호선의 문이 활짝 열린다.

 


+
미국 방언협회는 'plutoed(명왕성되다)'를 2006년의 새 단어로 선정했대요. '태양계로부터 소외당했다'라는 뜻입니다. 그 해 명왕성은 태양계의 행성 지위에서 퇴출당했거든요. 명왕성이 태양 궤도를 돌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로 잊혀진 별이 되었을 뿐.

 

 

두번째 질문이었던 시인은 어떻게 시를 읽는지가 궁금하시다면 이 건 책을 통해 확인해보셔야 할거에요. 이건 제가 글로 어떻게 요약할 수가 없네요.

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시집을 많이 읽어본 경험이 없는 초급자 수준인 저로썬 이 책에 적응하는데 딱 책의 반이 소요됐어요.

처음 반을 읽을 땐 한번 읽어선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내 머리에 문제가 있나 의심이 드는 동시에 시인은 역시 어려운 시도 잘 읽는구나란 생각이 몇 번들기도 했어요.

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거죠. 몇 번의 고비를 넘기다 속된 말로 '인생시'를 만났어요. 그렇게 한편, 두편 시가 와닿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시가 파도처럼 밀려와 제 마음 속을 휘몰아치지 뭐에요!

이해할 수 없을거 같은 삼차원 세계의 문학같았던 시였는데 시력이 나빠지고 처음 안경을 꼈던 그 날처럼 시가 또렷히 보이기 시작한건 순전히 이 책의 저자인 진은영 시인 덕분일꺼에요.

첨부된 글이 없었다면 아마 시에 대한 이해력이 확- 떨어져서 시에 대한 동경심을 접고 배신감에 이 글을 쓰고 있었을거에요! ㅎ

처음엔 시를 내가 읽고, 내가 생각해보고, 내가 해석해봐야지,,, 시인이 떠먹여 주는거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 있었거든요.

헌데, 시인은 절대 떠먹여 주지 않아요! ㅎㅎ
심보선 시인의 글처럼 이리와서 좀 보라고. 시라고 불리는 이 이상하고 놀라운 말들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할 뿐이에요.

시에게 다가가는건 오롯이 독자인 내 몫이니까요.

저처럼 시 초급자, 입문자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이나 문학적 시를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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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 화폐 인물로 만나는 시대의 도전자들
알파고 시나씨 지음 / 헤이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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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폐 속 인물들에 관해 알아 볼 수 있는 책 한권 읽고 왔어요.
제목은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우린 누구를 기억하고 있나요?

역사 속 인물 중 가장 먼저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은 누구인지, 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였는지를 되짚어 본다면,, 아마 그 사람의 사상이나 정치관, 이념을 엿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각 나라를 대표하는 화폐는 어떨까요?

현대 국가들은 주로 혁명이나 독립전쟁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탄생 이야기 속 상징적 인물이나 이야기들은 화폐의 단골 메인입니다.
국가의 탄생 이야기는 일종의 뿌리와도 같다 생각해요. 국민이 종교나 언어, 민족성, 이념이 달라 갈라설지라도 변하지 않죠.

이 책은 화폐 속 인물을 통해 각 나라의 역사와 이념, 민족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특히, 특출한 도전정신으로 시대의 상징이 된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어요. (아쉽게도 우리나라 돈엔 그런 인물이 없어 빠지게 되었다네요.)

그렇다고 완벽한 영웅 이야기를 기대하시면 아니되요~ 프랭클린의 아들 이야기나,, 간디의 다른 모습을 보곤 깜짝!놀랐어요. 저도 모르게 영웅에게 신의 모습을 기대했었나봐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미국 화폐를 시작으로 제 마음을 끈 첫번째 화폐는 멕시코 페소였어요.

아즈텍 제국을 건설한 시인 왕(시인이 생각보다 화폐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더라구요.) 네사우알코요틀, 여성운동가 후아나 이네스 데 라 쿠르즈 수녀 그리고 내가 넘나 사랑하는 예술가 프리다 칼로♥ 비록 남편에게 앞면을 양보하고 뒷면에 담겨 있지만 어딘가 김정일스런 디에고 보다 뒷면이 더 멕시코스럽게 느껴졌어요.

 


그 다음으로 눈에 확 꽂힌 화폐는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20볼리바르였어요.

이유는 제가 후원하고 있는 아이와 이름(아리스멘디)이 같아서 였어요. 많이 쓰는 이름인가 했는데 읽다보니 남편이름(독립군 후안 바티스타 아리스멘디)이 제가 후원하는 아이 이름과 똑같더라구요! 독립군의 이름을 따라 지은걸 이제야 알았네요. 다음에 편지 쓸 때 아는 척 좀 해봐야 겠어요. ㅎㅎ

 


그 외에도 화폐마다 한 인물만 고집한 나라들도 있었어요.

 

브라질 헤알
브라질은 브라질 연방과 공화국 선언을 상징하는 가상의 초상화인 '공화국의 초상' 속 여인의 얼굴을 모든 화폐에 담고 있어요. 초상화 속 인물이 어떻게 화폐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요? 정답은? 책에 있어요~ ;)

인도 루피
인도 화폐의 주인공은 간디에요. 인도가 어떻게 식민지를 겪게 되었는지 부터 간디의 숨은 이야기까지 담겨 있었어요.

파키스탄 루피
파키스탄 화폐의 주인공은 무하마드 알리 진나에요. 독립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란걸 알려주는 예(?) 혹은 교훈을 주는 화폐랄까요.

터키 리라
터키 화폐의 앞면을 장식하고 있는 터키 국부 케말 파샤는 화폐 단위가 커질 때마다 점점 정면을 보며 웃는 표정으로 바뀝니다. 이런 유머러스한 화폐도 있네요.

 


혁명이나 독립전쟁의 역사를 많이 아는 분들껜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다양한 나라의 역사를 엿볼 수 있어 좋았어요. (엿보았다함은 각 나라 마다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제가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흑)

이름만 알고 있던 낯선 나라의 역사를 친숙(혹은 유명)한 인물들을 통해 알게 되니 친근한 느낌이 든건 물론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어요. (다음 읽을 적합한 책을 찾는게 문제네요.)

이상, 역사바보를 자꾸 역사공부하게 만드는 책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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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1 : 두뇌.인지 발달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플러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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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중 EBS 아이의 사생활을 모르는 엄마가 있을까?
새삼 오래된 책? 뜬금없다~ 하셨나요~? ㅎㅎ 개정판이에요~~~~


2008년 육아의 판을 뒤흔들었던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이 책으로 엮어 2009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2016년 올해 책의 내용을 추가적으로 다듬고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내용도 보너스로 담겨있는 것은 물론, 그동안 새롭게 부각된 정보를 추가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과학과 육아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아주 빠르게 개발 및 발전 중인 분야이기 때문에 늘 최신 정보를 접하고 알아두어야 하는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특히 두뇌분야는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뇌전략 장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요. 우리 인간의 두뇌 활동의 모든 경로와 지도를 완성하는걸 목표로 현재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기대와 관심이 커요. ★_★ 

 

이 책은 '뇌'에 대해 많~이 알려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뇌'가 똑똑해진다더라~식의 천재 키우기를 원하시는 맘이라면 아마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중반지나서부터는 지능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없는 지능, 부족한 지능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아요.

 


《아이의 사생활1》은 내 아이의 뇌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에요. 

 

내 아이의 뇌를 이해하고, 나와 다름을 받아들임으로써 어떻게 뒷받침해주고 응원해주고 지지해줘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뇌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신체적인 특징이나 유전자적 특성만은 아니에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내 생각, 내 감정, 내 사고방식, 내 주장 같은 것들이 오히려 나의 정체성을 더 잘 드러내죠.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뇌'이니 우리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선 뇌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거에요. 

 

 

뇌는 연령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연령별 뇌발달 정보가 아주 중요해요.

《아이의 사생활》은 0세부터 만17세까지의 뇌 발달에 대해 알려주는데요. 2살, 5살인 저희 아이들의 뇌발달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앞으로 이렇게 발달하겠구나 하는 것도 미리 예측해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제가 요 근래 뇌과학 책을 여러권 읽었잖아요~? 몇권과 비교해 봤을 때, 몇년 전 출간된 뇌과학 책보다 구체화된 내용이 전 참 좋더라구요~

연령별로 살펴본 뒤엔 이제 <핑크 공주와 슈퍼히어로> 챕터를 시작으로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뇌 구조에 대해 이야길 합니다. 딸을 키우는 집에선 아빠들이, 아들을 키우는 집에선 엄마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이지요~


저희 첫째는 동네서 주변서 순둥 중의 순중 갑으로 유명했었어요. 
덩치는 남산만하고 뽈살은 빵터지게 생겨선 딸키우는 맘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온순하고 부모가 주는대로, 하는대로 잘 따라주고, 뛰어놀고 돌아다니고 사고치는거 없이 장난감 하나에 집중해서 앉아 놀기를 좋아하는 참 키우기 편한 타입이었어요. 그랬드랬죠.. 하... ㅎㅎ 

 

헌데!!! 36개월이 지나자마자 정말 다른애가 빙의된것처럼 싹달라지더라구요..
저에겐 36개월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

말도 많아지고, 오바하는 액션을 취하더니, 어린이집에서 문 활짝 열고 들어가서 선생님이랑 친구들에게 자기 왔다며 큰소리로 인사한단 얘길 듣고 얘가 내가 키우던 애가 맞나 의심했어요!;;; 특히 저랑 있을 땐 예전 그아이 그대로인데 신랑만 있어도 확 달라지는 모습이 전 그저 아빠랑 같이 있으니 좋아서 그런가보다라고만 생각했었어요. 헌데 이 책이 제 몇년 묵은 고민을 해결해줬어요! ㅎㅎㅎ

 

 

《아이의 사생활》 109페이지에 정답이 있었어요! ㅋㅋㅋㅋ
초등생들이 모여 화살던지기 게임을 하는
(데 연습땐 그냥 서서 얌전히 연습하던 남자애들이 촬영이 시작되고 나자 뒤에서 부터 달려와서 화살을 날리고, 연습 때보다 더 멀리서 던지고~난리인거에요 ㅋㅋㅋㅋ)  실험을 보고 무릎을 딱! 쳤지 뭐에요!! 전문용어로 '모험적 전환'이라고 하더라구요. 

우리 애가 이상하거나, 허세, 잘난척 혹은 객기부리는게 아니라 기뻤고 우리 아이의 뇌가 잘 발달하고 있음에 또 한번 기뻤어요~!
뇌가 빵!하고 발달하던 걸 엄만 그저 아들키우기 힘들다더니 이래서 힘들다 그러는거구나~~ 하고 푸념만 하고 있었지 뭐에요. 수컷의 본능을 엄마가 이해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던거 같고,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며 갈길이 멀지만 어찌나 통쾌하던지!


아이를 이해하고 안하고의 차이를 몸소 느끼고 나니, 앞으로의 발달 특징들을 미리 미리 공부해두어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아이들은 늦되다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죠~? 저도 많이 들어봤고, 쓰기도 여러번 써본 말인데요.
일반적으로 우리 부모가 아이에게 기대하는 능력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여아의 발달단계에 맞추어져 있고, 학습 과정 또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느려보이는 거래요. 여아는 소근육과 사고, 언어가 먼저 발달하고, 남아는 대근육과 행동이 먼저 발달하는데,, 사실 아이가 막 돌아다니고 종일 서서 놀면 키우기 힘든 아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책에 나온 말 그대로 아무도 아이의 대근육 발달을 반기지 않는거에요 ㅜ.ㅜ...
참 슬프네요....... 그죠..... ㅜ.ㅜ

남자가 그린 그림과 여자가 그린 그림의 차이.
난 이 그림의 차이도 한 박자 늦게 이해했다. 그냥 천상 여자인걸로. ㅋ

 

남자와 여자, 아들과 딸의 차이를 알았다면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요점만 적자면, 아들의 단점만 보지 말고 장점도 봐 주세요.
엄마도 여자인지라 아들을 다 이해하긴 어려워요. 죄책감에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고 쿨-해지세요. 
아들은 육체적으로 힘들다면, 딸은 감정소모가 크다 들었어요.

제 기억속의 어린 저는 항상 '엄마 마음에 드는 딸'이 되고 싶었어요. 뭐든 잘하고 싶었고, 뭐든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내 마음을 숨기고 철드는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요. 이게 좋은건 아닌거 같아요.
제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심리전'인데요. 누군가와 심리적으로 묘하게 부딪칠 때 가슴앓이를 심하게 하는 타입이에요. 대놓고 말하질 못해요. 싫은 소리 듣는게 너무 힘들고 그냥 내가 참고 말지-하는게 다 어렸을 때 양육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어요.
제가 딸을 낳는다면 꼭 저처럼 되지 않게 키우고 싶어요. 당당하고 씩씩하게 말이죠.  

 

글이 너무 길어졌죠?
꼭 다루고 싶었는데 내용이 너무 많아서 쓸 수 가 없을거 같아요. 사진으로 대신할께요.
내 아이의 다중지능, 강점지능을 찾아내고 어떻게 발달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나와 있어요.

유명인사들의 다중지능도 살펴볼 수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더라구요. (이상봉 디자이너는 공간지능, 언어지능, 자기이해지능이 높았구요. 발레리나 박세은씨는 신체운동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이해지능이, 송명근 심장전문의는 논리수학지능, 자연친화지능, 자기이해지능이, 가수 윤하씨는 음악지능, 언어지능, 자기이해지능이 높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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