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살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과정'을 구체적으로 까발리기보단 평가절하하는 게 때론 예의, 매너가 되기도 하고 괜히 얘기했다 '엄살쟁이' 혹은 '오바쟁이'란 오핼 받는게 현실이잖아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생스러웠지만 내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과정을 왜 외면하고 덮어둬야 하는 걸까 새삼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네요~ 할만 하네요~", "할 땐 힘들었는데 일 끝내고 나니 뿌듯하네요!"라며 좋은 면만 바라보려 애쓴 것이 긍정적이라서가 아니라 어두운면, 고생스런 모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감정적으로 편식을 하고 있었던건 아닐까요?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은 저자가 친구의 말 한마디에 홀랑 넘어가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으러 북대서양을 표류한 이야기로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단걸 몸소! 보여주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낚시를 즐긴 자타공인 바닷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는다니. 노르웨이에선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는게 흔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친구는 물 위를 떠다니는게 아니라 미끄러지는 느낌이 좋아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으러 북대서양을 표류합니다.

보되와 로포텐 제도(노르웨이 북부연안의 섬들) 중간 해역인 베스트피오르가 이들의 사냥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육식상어인 그린란드상어는 수명이 무려 200년이나 된다. 이 말은 우리가 잡으려는 상어가 나폴레옹 전투 때 태어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네 계절을 바다와 보낸 이들은 의외로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다 이야기 중 빼 놓을 수 없는 신화부터 시(딸랑한편인거 같은데 열번은 나온 느낌..), 과학, 역사 그리고 바다 생물(대구, 머리없이 둥근 생물, 길이 40m에 위가 300개나 되는 관해파리, 거위깃털을 한 물고기 등)에 관한 이야기는 당연히 담겨있고 다양한 종류의 배(위태로운 욕조,소해정 카르고, 트롤 어선, RIB 콤비보트, 해양탐사선, 238톤짜리 포경선 등)도 이 책을 스쳐갑니다. 아,
이들이 잡으려는 그린란드 상어는 어둠 속에서 초록색 눈빛으로 사냥감에 최면을 건다는 카더라통신도 빼놓을 수 없지요.

내용이 좋다, 글이 어떻다는 것보다 '과정'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책아닐까 싶습니다.
들이 상어를 잡는 1년이란 시간은 그들 삶의 일부분이었어요. 삶이 곧 '과정'이었던거죠.

1년이 아니라 일평생으로 치면 삶이라는 과정을 지나 죽음이란 결과가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 삶은 결국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잖아요. 근데 왜 과정을 무시하게 된걸까요? 삶이 너무 지난했던 탓일까요? 내 살에 착달라 붙어있는 삶 자체이기에 보이지 않는걸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의 관점은 오로지 하나 '상어 잡이'에 꽂혀 있었어요. 곧 펼쳐질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하고 아슬아슬 스릴넘치는 위험천만한 낚시 이야기를 위해 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남은 장수가 줄어들수록 뭔가 잘못되어간단 느낌을 받았어요.
책이 말하는걸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이야기만 나오길 쫓듯 읽으니 쿵짝이 안맞고 자꾸 엇받자가 났던거였지 뭐에요.


이 책은 멋지게 낚시에 성공해 만담을 늘어놓는 책이 아니에요.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은 상어를 잡는 것보다, 상어를 잡은 사진으로 멋지게 대미를 장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노력한 이들의 수고 속엔 단지 이들의 노동, 땀, 돈 따위만 담겨있지 않아요. 이들의 삶은 물론 바다의 삶과 바다와 함께 한 인류의 역사도 모두 함께 하고 있어요. 그걸 책장을 덮을 때가 되서야 알게 됐지 뭐에요. 아휴~
삶이라는 과정을 지나 죽음이란 결과가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 삶은 결국 '과정' 그 자체이므로 앞으론 절대 '과정'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 '과정'도 존중해주자. 마음먹었어요.

이상, 새해도 아닌데 새삼 다짐하게 만드는 책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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